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나 덧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팬픽성에 가까운 질문입니다만, 평균적으로 기술력이 상위에 놓인 세계관의 집단이 자신들보다 아래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장비의 수리나 정비를 요청받으면 해줄 수 있을까요?
가상의 예를 들자면
"스파르탄 대원이 입고 있던 묠니르 마크 4~5 갑주를 스타워즈 세계관의 기술집단(타투인의 정크 수리 집단에서부터 저항 연합 기술진 같은 사람들) 에게 정비나 오버홀을 하고 싶으니 좀 봐달라고 요청할 경우"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기술력 차이가 나는 가운데 상위 기술 집단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하위 기술 집단의 장비에 대해 "연구나 조사까지 겸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 기본 정비나 수정, 최대 완전 수리나 오버홀이 가능할까요?
ps. 그리고 만일의 가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하위 기술집단의 장비의 분석을 통해 기술을 획득하고, 당 장비가 유용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신들의 세계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하는게 가능할까요?
상위기술집단이란건 하위기술집단의 기술을 자나서 그보다 기술적성숙이 더 이루어진것 아닌가요? 그럼 로스트 테크놀로지라서 해석에 시간이 걸릴수는있어도 보다 효울적인 장비로 오버홀이아니라 업그레이드도 가능하지않을까요? 베트남전때 쓰는 무기를 현대화로 개수해서 쓰기도하는데 어려운일은아닐듯 하네요
기반 물리법칙이 동일하고 재현될 수 없는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일정 이상 격차가 나는 과학력을 가진 집단은 당연히 모든 걸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지침서나 데이터 쉬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서로 언어가 통하면 각자가 쓰는 단위에 대한 변환이 가능할테고 이게 가능하면 적용된 기술에 대해서 테스트 기구나 실험 모형을 만들어서 동작과 쓰임새를 확인해본 다음 재설계하거나 똑같이 새로 만들 수 있겠죠. 만약 상위 기술 집단이 초월적인 기술력을 가져서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3D프린터라도 가지고 있다면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라도 예시에 든 높은 기술력이 들어간 물품도 충분히 해석하고 복제할 수 있을 겁니다.
로스트 테크놀로지, 그러니까 기술 실전(失傳)이라는 개념이 있죠. 과거 기술이 어떤 원리였는지 현대 과학이 밝히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분야의 얼굴 마담이 '그리스의 불'인데, 덕분에 무슨 외계 기술이나 초고대 문명마냥 빵튀기를 당하는 사례가 없지 않은 듯. 다만, 로스트 테크놀로지는 어디까지나 현대 과학으로서 그 당시의 원리를 규명하지 못할 뿐이죠. 현대 과학이 비슷한 기술 혹은 더 뛰어난 기술로 실전 기술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습니다. 현대 과학은 그리스의 불을 만들지 못하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화염 방사기 등은 충분히 만들고 남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좀 특이한 경우인데…. 로버트 소여의 소설 <멸종>에는 어떤 외계인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외계인의 기술은 중력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지만, 시간 여행 방법을 몰라요. 그래서 보다 기술이 후천적인 지구인을 통해 시간 여행 기술을 배우려고 하죠. 그러니까 각 종족 간에 기술 개발 상황이 서로 다른 경우입니다. 만약 이 외계인들의 지구인의 시간 여행 장치를 분석한다면, 똑같이 모방하거나 더 나은 수준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분석 기회가 없다면, 외계인들은 어떻게 시간 여행을 할지 모를 겁니다. 상위 종족이라고 해서 테크 트리를 죄다 찍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생활 환경이 서로 다른 존재들은 그만큼 필요 기술이나 과학사 등도 다를 테니까요.
같은 세계관이라면 역설계로 가능할겁니다.
설계상의 구조파악과 동일 소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구동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가등과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겁니다.
한데 다른 세계관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네요.
어디까지 물리법칙이 동일한가와 소재의 유사성이 있는가가 작용합니다.
예를 들면 묠니르 전투복의 소형 상온 핵융합원자로같은 기술이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하위 기술인가 같은 것 말이죠.
스타워즈와 헤일로 중에 어느 게 상위고 어느 게 하위인가요?
단순히 상위-하위 관계라고 하면 상위에서 하위를 손보는 게 어려울 게 없습니다만(물론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원상태로의 복원이라고 하면 그런 상황에서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대문 복원이 단순히 기둥에 시멘트 바르고 페인트칠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골치아픈 일일수밖에 없는 것처럼), 기술적 발전 방향이 다른 작품들의 세계관을 간단히 갖다붙여 상하 관계를 간단히 정립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단순한 기술이면 모를까 복잡한 기술은 과거의 것이라 해도 직접 손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기능을 가지는 것이라면 과거의 기술이 여러 제약과 설계의 한계로 인하여 더 복잡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냥 고치는 것 자체가 취미 혹은 업이거나 전부 새로만들기에는 너무 큰게 아닌이상 거시적인 설계와 사양을 이해한뒤 같은 기능의 것을 새로 만들어 주는게 더 쉽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100% 똑같은 복원은 못 하더라도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내도록 수선해 줄 수는 있을겁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군인들이 현대 군인들에게 심하게 손상된 무기와 갑옷을 수리해달라고 요청한다 생각해봅시다. 부러진 검은 용접해서 붙이고 그라인더로 갈아줍니다. 부러진 활도 테이프와 보조대를 달아 붙여줍니다. 떨어진 찰갑은 스틸이나 플라스틱 판을 대 주고, 끊어진 가죽끈은 합성섬유 자일로 갈아줍니다. 깨진 투구는 그냥 방탄모로 교체해줍니다. 분명 원형 그대로는 아니겠으나 조선시대 병사로선 충분히 쓸만한 수준의 도움이겠죠.
그런데 예시에 나온 것처럼 아예 서로 외계인 수준으로 기술 기반이 달라버리면 상위 기술집단으로서도 해석에 좀 애를 먹을 것 같긴 하군요. 하위 기술집단이 다른 종족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특별한 능력(예를 들어 포스 같은) 써먹는 게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오버홀이 가능할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