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다시피 대한극장에서 조조 로 보고 왔습니다. 용산 cgv 쪽이 더 가깝지만 그쪽은 조조가 너무 빨라서 대한극장이 느지막히 시작하는 덕에 좀 더 편합니다.
영화의 재미에 대한 평가는 각각이겠지만 저한테는 좀 실망스럽더군요. 더불어 국내팬들에게도 좀 평이 갈릴듯 합니다.
스타워즈 클래식이라고 할수 있는 에피소드 4,5,6 에대한 팬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울궈먹는 이야기거든요. 그러다보니
좋은점과 나쁜점이 모두 그거 때문에 발생합니다. 다만 저한테는 좀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더군요.
좀심하게 말하자면 디즈니에서 만든 스타워즈 에피소드4 리메이크 와 팬무비의 중간 어딘가... 라고 생각되는 영화였습니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그래비티 라던가, 마션이라던가 (둘다 안봤지만 -_-) 나름대로 고증을 중시한 SF영화들이 빅히트 하면서
팬층이 새로 만들어지는 느낌인데... 그사람들 입맛엔 안맞을거 같다! 라는 게 첫느낌입니다.
아무리 옛날 팬들을 의식했다지만 처음시작부터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가 완전 에피소드4 (클래식 1탄)의 판박이입니다.
전 클래식 시리즈의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줄거리는 아는 편인데 , 이번 에피7은 보다보면 다음장면이 다
예상이 되고 , 거기서 거의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되새김질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 오비완 캐노비 역할을 이제는 한솔로가 맡는다는 점 정도? 그나마 한 솔로는 캐릭터 성격상의 한계탓에
오비완처럼 비중이 높다고 하기도 힘듭니다. 일단 제다이가 아니기에 주인공들을 포스로 인도할 수도 없구요.
그저 조언자 , 멘토 역할 정도인데... 그나마도 자기 가정사에 매몰(?) 되어 주인공들 돌봐주는 역할로는 부족합니다.
그걸 보충하는게 레아공주인데 , 그녀도 자식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고 , 거기에 이제는 저항군의 장군- 공주장군인가? - 역할을 맡고 있다보니 군사지휘에 바빠 제대로 멘토 역할 해주기 힘듭니다. 딱잘라서 등장시간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안경할멈 - 마즈 였던가요? 천년간 술집운영한 외계인 할머니가 그나마 조금 그역할을 해주지만 중반이후 리타이어 -_-; 결국 얘들을 이끌어서 성장시켜주는 믿을 만한 존재가 없습니다. 기댈 데가 없는 거죠.
클래식 시리즈나 에피소드 1이나 모두 초반 주인공은 말그대로 저랩의 초짜에서 시작해 점차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 이걸 도와줄 양반들이 없으니... 결국 이야기 자체는 그들을 이끌어줄 스승 - 루크 스카이워커 -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메인스토리고 곁다리(라고 보기엔 좀너무 커서 중반이후 메인스토리가 되지만 ) 로 스타킬러 라는 초병기를 박살내는 액션이 가미되어 있죠.
이 스타킬러 라는 놈은 주역들도 작중에서 언급하듯 그냥 죽음의 별 3호기 입니다. 다만 이번엔 인공혹성을 만드는게 아니라 기존 행성에 거대한 행성파괴급 대포를 건설한 셈이라 사이즈가 인공물이던 데스스타에비해 훨씬 크죠. 작중 적 세력인 퍼스트 오더는 제국군의 잔당이랄수 있는 놈들인데 , 우습게도 이놈들 군사력이 은하의회 - 공화국 정부측 세력보다 월등해서 의회가 퍼스트오더의 눈치를 보면서 뒤로 저항군을 몰래 몰래 지원하는 실정입니다.
제가 생각한 에피소드 6 이후의 사정은 제국이 박살나고 공화국 체계가 복귀 , 구제국군은 건담시리즈에서 티탄즈꼴이나서 도망다니는 신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약간 의외네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니 이쪽이 적절한 지휘체계만 잡혀 있었다면 말이 되는 전개이긴 합니다.
결국 이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루크 스카이 워커가 에피6 이후 키운 제자 놈이 타락해서 다스베이더 빠돌이가 되어 비슷한 분장을 한채로 카일로 렌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 하는짓이 완전 에피소드 4의 다스베이더 판박이인데 , 카리스마는 영 시원치 않습니다. 뭐 짝퉁의 한계랄까요. 사실 이영화가 상당히 불만족 스러운데는 이녀석이 시원치 않았던 탓이 큽니다.
나름 제다이로서는 성골 , 진골 급 혈통인 주제에 타락이나 하고 , 또 그래놓고 하는 짓은 칠칠맞기 그지없어서 원본격인 다스베이더의 포스에 영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영화 자체의 긴박함이 떨어질수 밖에요. 어떤 느낌이냐 하면 워크래프트3의 아서스 같은 놈이랄까요? 솔직히 아서스 만도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내에서 현역으로 활약하는 유일한 제다이 = 시스 인 주제에 뭐하나 제대로하는 일이 없습니다. 결국 이녀석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저항군세력측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스타킬러 날려 먹는 이야기... 라는게 퍼스트 오더 측 입장에서 요약한 이번 영화스토리죠.
이영화의 주역은 구세대 - 한솔로 , 레아 , 루크 , 츄이 , c3po 등 드로이드 제외하곤 신세대로는 포 , 핀 , 레이 정도인데 포는 저항군 최고 에이스 라고 띄워주는 거 치곤 좀 존재감이 부족합니다. 뭐 처음과 끝에 활약하긴 하는데 정작 중반내내 사라졌다가 막판에 돌아오니... 나름대로 저항군의 젊은 층을 상징하는 역할로 그럭저럭인듯 합니다.
그외에 핀은 원 스톰트루퍼로 스스로 언급하길 자대에서 하던 일은 "청소" 담당이랍니다. ^^ 그러다 첫 임무랍시고 출동한데서 자기네 편이 포로로 잡힌 자쿠 행성 주민들을 학살하고 , 동료는 전투중에 사망하는 일로 일종의 ptsd 증상을 보이다 , 포를 데리고 무장 탈영을 해서 달아나죠. 그러다 전투기 추락으로 자쿠행성에 다시 처박히고 포와도 떨어져 홀홀 단신으로 사막을 헤매다가
레이 + 포의 드로이드 bb8 과 만나서 이야기가 굴러가게 됩니다. 이친구는 나쁘진 않은데 좀 너무 가벼운 느낌이랄까요?
전직 스톰트루퍼로 전향한 인물이란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 활약은 약간 미묘합니다.
레이 - 처음엔 여주인공인줄 알았는데 , 그냥 주인공이더군요. ^^ 솔직히 이영화에서 제일 봐줄만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광고영상에선 핀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낚였네요. 사실 여성 제다이 등장은 별로 놀라운건 아니죠. 이미 클래식 시리즈에서 루크는 자기가 실패할 경우 레아가 지도자가 되어 싸워야 한다고 언급하는데 , 경우에 따라 레아가 제다이가 될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당시에는 그저 가능성의 하나로만 남겨 졌는데 ... 솔직히 중반에 잡혀갈때만 해도 그냥 붙잡힌 히로인 내지 잘해야 자력 탈출 정도 하겠군... 이었는데 거기서 부터 , 아니 그전에 사막 생활부터 상당한 깡다구를 보여줍니다.
어린 처자 - 잘해야 20대초반? - 가 삭막한 사막행성에서 박살난 전함 고철더미를 헤치면서 쓸만한 부품을 주워다 팔아 먹고 사는 팍팍한 삶은 그녀의 정신을 굉장히 터프하게 만든거 같습니다. 뭐 사막의 고된 생활이 인간의 전투력이랄까? 잠재력을 끌어내준다는 식의 인식이 서양 SF 작가들 머리속에 박혀 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듄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있었죠. 듄은 스타워즈와 비슷한부분이 많구요.
결국 잡혀간 뒤에 외려 더 활약하게 되는데 , 덜떨어진 카일로 렌 녀석은 이번에도 레이의 머리속을 읽으려고 포스를 이용한 고문을 하다가 붙잡아 놓은 여자애 머리속하나 제대로 못읽고 , 되려 그녀의 정신만 단련시켜 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레이는 어설픈 제다이 능력을 깨달아서 야금야금 써먹게 되는데 , 그녀가 어떤 훈련도 - 심지어 에피4의 루크 조차 오비완 덕에 약간은 수련을 한 상태였죠. 레이는 이영화 끝날때까지 수련다운 수련은 시작도 못합니다. 그냥 인생은 실전이야! 라는 말 그대로 철저하게
실전을 하며 구릅니다. 결국 그녀입장에선 여러가지 버프 - 분노 - 에 카일로 렌의 경우 한솔로와의 일로 충격이랄까? 정신적 데미지가 남은 상태에서 싸운 거라지만 어쨌든 이싸움에서 카일로렌은 레이에게 개털리고 맙니다. ^^; 중요 악역이 생초짜에게 털리다니 , 적어도 에피소드 1의 다스몰은 그런 추태는 안보였는데...
그외에 캐릭터들도 대부분 예전 클래식이나 에피소드 1 등에서 본듯한 장면 , 본듯한 캐릭터가 나와서 비슷한 사건을 벌이니... 보는 낸내 추억에 잠길수는 있지만 독자적인 뭔가를 보여준게 없습니다. --;
디즈니가 잘하는 것은 기존의 명작 동화를 가져다가 현대적으로 각색해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올리는 거죠? 이영화가 딱 그런식입니다. 클래식 시리즈 특히 에피소드4를 고전동화라고 치고 그걸 그대로 가져다가 자기네 식으로 재해석해서 내놓은 디즈니버전 스타워즈 리메이크! 제 느낌으론 딱 그거였습니다.
게다가 그 추억 장사도 올드 캐릭터들을 가져왔을 뿐 그들에게 충분한 활약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퇴장시키는 바람에 적지 않은 감점요소가 되었구요. 이렇게 전 꽤 실망스런 감상을 남기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재밌는 구석도 많고 , 또 호의적으로 봐줄 만한 구석도 꽤 됩니다. 앞으로의 흥행추이는 좀더 지켜봐야 할거 같네요. 다만 , 차라리 이영화가 90년대에 에피소드 1 개봉할 무렵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마 지금 보단 좀더 호평이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