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8월 식용 곤충으로 만든 건빵 5,000개, 에너지 바 200여 개가 배를 타고 탄자니아로 향했다. 그리고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1시간을 이동하여 고바 마을의 한 유치원에 도착했다.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빈민 지역인 고바 마을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우갈리가 주식인 곳으로 성장기 어린이들은 영양 결핍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번에 탄자니아로 간 건빵과 에너지 바는 소량에 불과하지만, 식용 곤충이 결식과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전 세계 기아 인구수는 대략 8억 4천 2백만 명이다. 희망 건빵의 조리법에는 곤충 분말이 들어간다는 점을 제외하면, 밀가루, 물, 소금이 전부다. 그러나 이 작은 건빵 한 조각에 들어있는 영양분은 치료식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건빵 한 조각의 단백질은 8~10g으로 시중 건빵 한 봉지 반의 함량과 같다. 하루 4조각이면, 일일 단백질 섭취량 35g을 채우고 남는다. 조리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위 기사는 모 요리 잡지에서 발췌했습니다. 한국 식용 곤충 연구소의 대표자가 기고한 글입니다. 식용 곤충 분말로 건빵을 만들고, 그걸로 기아 어린이를 도왔다는 내용이죠. 저 희망 건빵이라는 게 과연 기아 문제에 얼만큼 도움이 될지 아직 전망하기 힘듭니다. 다만, 저런 기사를 보면, 대체 식량이라는 게 그렇게 먼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말했는데, 대체 식량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종류가 곤충 식량이죠. 과학 잡지에서도 곤충 식량의 효율성을 논하는 기사가 가끔 나옵니다. 기아 문제는 단순히 시사 분야가 아니죠. 인구 90억을 찍는다는 예상은 거의 유행어처럼 퍼지고, 그에 따른 각종 사회 문제와 환경 오염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인구 90억이면 식량과 자원 활용이 관건입니다. 그리고 식량 생산, 즉 농업은 환경 변화 및 오염의 주범으로 몰립니다. 특히, 인류는 육류 생산을 위한 에너지를 너무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실정이고요. 물론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 영양분이니까 육류 섭취를 아예 중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가축과 가금류 이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한데, 이럴 때 튀어나오는 해답이 바로 곤충 식량입니다.


기사의 건빵 사례처럼 곤충 식량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실제로 밀웜 같은 애벌레는 대량 생산 중이며, 애완동물이 즐겨먹는 식량입니다. 사람이 이걸 먹지 말라는 법은 없죠. 지금은 식량 위기가 눈 앞에 닥치지 않았으니까 구태여 밀웜을 먹는 사람이 없지만…. 만약 전문가들 예상처럼 식량 위기가 심각해지면, 밀웜 농장이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어요. 곤충은 사료 대비 열량 효율이 우수하고, 그만큼 싸게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가격이 싸면, 그만큼 비용 낭비와 환경 오염 없이 생산할 수 있고요. 게다가 곤충을 분말 및 다짐육으로 가공하면, 한결 먹기 수월할 겁니다. 어차피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도 살코기를 그대로 먹지 않잖아요. 각종 햄, 소시지, 패티 등으로 가공해서 먹죠. 다짐육으로 만들면, 그게 돼지든 애벌레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원래 형태가 사라지니까 혐오감이 줄어들겠죠. 어차피 식량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스스로 곤충 식량을 찾겠지만, 다짐육이나 건빵 등은 혐오감을 없앨 겁니다. 밀웜 다짐육으로 만든 동그랑땡이나 햄버거 패티 등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조직 배양 육류보다 훨씬 싸게 먹힐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SF 설정에서는 곤충 식량보다 유전자 조작 돼지나 조직 배양 육류가 더 흔한 것 같습니다. 곤충 식량이 등장하는 작품도 많겠지만, 어쩐지 그 위상이 유전 공학에 밀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곤충 식량은 뭔가 폼이 안 난다고 할까요. 하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기발하고 오버 테크놀로지스러운 요소가 나와야 할 겁니다. 그런데 곤충 식량은 당장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 지향적이라는 느낌이 없죠. 지금도 시장에서 밀웜을 구입해서 키우면, 밀웜 동그랑땡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유전 공학은 아직 전문가의 영역이고, 상용화가 멀었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입니다. 그래서 SF 설정에는 곤충 식량보다 조직 배양 육류가 더 많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기아에 굶주린 나머지 곤충을 먹는 이야기는 꼭 SF가 아니라도 많이 나오잖아요. 하다못해 <밀림의 왕자 레오>나 <라이온 킹>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곤충 식량이 나옵니다. 사자가 곤충을 먹는 행위로서 뭔가 비범하거나 비참한 상황을 대변하죠. 그리고 보니까 레오와 티몬은 둘 다 대체 식량으로 곤충을 이용하는 셈이군요. 서로 의도는 다르지만.


만약 SF 소설에 뭔가 미래적이면서도 당장 실현 가능한 대체 식량을 내보내고 싶다면…. 생선이 그 해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도 예전에 말했지만, 생선, 그 중에서 틸라피아 등은 미래 식량으로 각광을 받으니까요. 사료 대비 효율은 곤충보다 떨어지지만, 틸라피아는 먹성이 좋고, 생존력이 으뜸이고, 살집도 두둑하거든요. 유전자 조작을 조금만 가하면, 곤충보다 더 뛰어난 미래 식량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이렇게 대체 식량을 만들어도 결국 대체일 뿐입니다. 인구 자체를 줄이는 게 빈곤과 오염을 해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몇 십 년 이내로 인구가 줄어들 리 없으니까 곤충 패티나 조작 틸라피아에 희망을 거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