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설'에 대한 문학평론가 남편의 견해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29/2015112901064.html
표절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던 사람이 아내의 표절 '설'이 불거지면서 갑자기 표절에 대한 관점이 바뀌는 점이 재미있네요.
만일 제 아내가 비슷한 '설'에 휘말린다면, 저는 입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떠한 질타와 악플이 들어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가 저의 유일한 답변이 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같이 '문학평론가'라는 직업 상 어쩔 수 없이 무언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마 직업을 바꿀 겁니다. 저의 양심이나 신념을 위해 아내를 져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전문가라는 권위를 세운 상태에서 검은 걸 희다고 곡학아세할만큼 뻔뻔하지도 않으니까요.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듯, 작가의 잘못을 견제하는 게 평론의 책임입니다. 건전한 평론이 자리 잡지 못하는 문학 장르는 장기적으로 봐서 자멸할 뿐이죠.
국내 장르 문학이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보니 서로 칼끝을 겨누기 힘들어 제대로 된 평론이 이루어지기 힘들었는데 (반대로 기존의 권위는 있지만 장르 쪽에 관심 없는 평론가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이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평론이 힘들었습니다), 사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순수 문학 쪽도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상 사회는 이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어. 보통 사람은 보통 사회밖에 못 만들지.
- 애플 시드: 아테나 -
저는 제 남편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고 해서 직업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또 표절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선언하지도 못하겠죠. 표절에 대한 입장은 고수한 채로 남편의 작품에 대한 발언을 회피하는 어찌보면 전문가 답지 못한 행동을 반복할지도 모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대거나 제가 고수해온 신념을 뒤엎는 짓을 할 바엔 그냥 입 닫고 있는 쪽이 그나마 나아 보여요.
오히려 문제는 남편을 이해하는 부분일 듯해요. 자신이 한 일을 제 앞에서 인정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우국>과 <전설>을 비교한 것을 찾아보았는데 (이미지 출처는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Culture/3/all/20150617/71906168/1) 뇌를 열어볼 수는 없으니 진실은 본인만이 알겠지만, 표절이 아니라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남진우 평론가는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물론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겠죠.
<1984>를 쓴 조지 오웰이 유럽 좌파들을 신나게 깐 적이 있죠. 당시 유럽 좌파들은 스탈린이 공산주의를 실행했다고 호평했는데, 사실 스탈린주의는 숙청, 학살, 기근, 압제, 전체주의 양상으로 흘러갔으니…. 물론 유럽 좌파들도 그걸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알면서 "우리가 남이가" 심정으로 지지했겠죠. 오웰의 수기에서는 그렇게 밝히더군요.
하여간 사람은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일단 자기 편이면 자동 색안경 장착 모드가 발동된다고 봅니다. 사실 사람이란 동물이 꽤나 감정적이라서 뭔가 자기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판단이 손바닥보다 쉽게 뒤집히죠.
일단 잘 잘못 거르고 본인들은 감싼다고 이래저래 하는 것 같은데 정작 보면 더 궁지로 몰던지 같이 죽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럴 때는 답답하고 비겁해 보여도 노코멘트가 답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