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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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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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하이퍼 텍스트의 영향을 지적하더군요. 위키사이트처럼 여기저기 건너 뛰면서 읽으면, 장문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죠. 글을 읽는 환경이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정말로 그런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건너 뛰면서 읽는 행위가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일반 서적을 읽을 때도 주석을 계속 뒤적거리며 읽으면 오히려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오더군요.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지.
읽기 위한 시간과 생각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읽기 위한 시간마저도 다른 일들과 함께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편리하자고 쓰고 있는 전자기기나 생활패턴, 업무형태 같은 것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말하거나 글을 쓸 때도 좀 저하됐다는 게 느껴지죠. 보고 이해하는게 느려지니 같은 분량의 말이나 글도 한참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이런 글은 말이 좀 안되는 것 같은데'와 같은 생각들이 많이 들어요.
우리가 어릴때 전화 예절에 대해서 배울때 이런게 있었죠.
용건만 간단히····라고.
그냥 세상이 바뀌면서 이야기하는 법도, 쓰는 법도, 읽는 법도 바뀐건데, 자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걸 느끼기 시작한건 아닐까요? 정보의 홍수시대에서 속도가 옛날보다 더 중요하다보니 약간 틀려도 전달의 속도 자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걸 수도 있죠. 그러다 보니 짧고 깊은 뜻 같은거 없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말 같은 글이 더 접할 일이 많아지고, 이게 일상화가 되는대로 굳어져 버리는거죠. 이른바 그냥 세대차이라는 겁니다.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문제라도 그걸 해결하려면 그만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데이터는 누구 문제이건 간에 최대한 객관적일 필요가 있습니다만, 독해력이라는, 그것도 한두사람이 아닌 세대 레벨로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의 한정된 경험만을 가지고 현대문명으로 인해서 독해력이 약해졌다, 이는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도 비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해력 하니, 비슷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덧붙입니다.
OECD 의 문맹률은 이미 1%도 안되는 레벨이라 더 이상 통계를 내지 않고 있지만, 이후 실질문맹률이라고 해서 "문해율"이라는 것이 이슈가 된 일이 있습니다. 표음문자라면 그냥 소리내는대로 쓰기만 하면 되는지라 익히는건 아주 쉬운데 반해서 그걸로 작성한 문서를 해독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이걸 문해율이라고 두고 조사를 한 모양입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법률 문서, 사용 설명서등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는가를 가지고 통계를 내는건데, 이것도 거의 90% 이상 되는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걸가지고 한국 실질 문맹률 OECD 최하위라는 기사까지 나고 한 일이 있는데, 전부 그냥 구라로 밝혀졌고, 그나마 여기서 뽑을 수 있는 의미있는 데이터는 나이에 따라 문해율이 좀 차이가 난다는 정도였습니다만, 재미있는 점이, 한국에서는 어릴수록 문해율은 오히려 높다고 나온 점입니다.
모든 나라가 대략 30대 후반부터 문해율이 차츰차츰 떨어지는데, 한국의 경우 그 낙폭이 OECD의 다른나라보다 좀 심하게 크더라고요. 60대 이상이면 6·25를 젖먹이때 겪었을 나이이기 때문에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있어서 그렇다쳐도, 4·50대도 만만치않은 낙폭이었거든요.
이걸두고 MBC에서는 최장근로시간 때문에 책읽을 시간이 없어서 문서독해력도 떨어진다고 전문가 인터뷰를 올리더군요.
학교에서 수능 언어를 가르치고 고전시가나 시의 해석을 외우게는 하는데 정작 글을 읽는 법은 가르치지 않거든요.
글쓰기와 토론같은 교육이 이뤄진다면 필연적으로 많은 텍스트를 읽게될텐데, 그런게 아니라 시험용 공부만 가르치니시험 문제를 읽고 지문에서 키워드를 찾아 답을 고르는거를 수능 강의랍시고 진행중이니 뭐...
개인적으로는 "학습된 경향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위의 댓글들 중 "용건만 간단히..." 이런 부류의 주문을 하는 사회 풍토가 여러가지로 복합적/중의적이거나, 은유적/비유적이거나, 풍부한 뉘앙스를 함유하고 있는 언어의 구사를 "부적합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풍조를 만연시킨다는 것이죠.
오늘날 한국이라는 억압적이고 불합리한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에게 허용된 여가시간이 적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그 청소년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는 주제에 대해서는 생각 외로 심도있고 깊은 의미를 내포한 글들이 오간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경우가 "게임 설정" 같은 것들이죠. 소위 "서브컬쳐"라고 부르는 문화 속에서 여러가지로 의외인 면모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
어쩌면, 청소년들에게 독해력이 부족하기 보다는 폭넓은 영역에 걸쳐 많은 것을 차분하게 읽고, 음미하고, 이해하도록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그만큼 짧은 시간동안에 소화해낼 수 있고, 그 짧은 시간동안에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높은 자극의 컨텐츠를 찾게 되다보니 그 본질적인 '재능'이 일부 영역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니까, 줄여서 말하자면 일반적인 서적/소설 등 텍스트에 여유있게 시간을 투자할 여건이 물리적으로 안된다...는게 문제가 아닐까요. 그러다보니 짧은 시간 동안에 최대만족을 뽑을 수 잇는 말초적 컨텐츠-쟝르에 청소년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조금이나마 그런 '취미생활'에서는 생각외로 꽤나 강렬한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는 것이겠죠.
매우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