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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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알라딘, Yes24, 교보문고 등에서
일반 가입자들이 헌책을 내 놓고 사고 할 수 있는
인터넷 헌책 거래장터를 운영하고 있고, 무척 활성화되었죠.
인터넷 헌책 거래장터가 활성화되다 보니까...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책을 팔 수 있는 판로도 생겼고,
이를 이용해서 평소 책을 많이 사보던 사람이 집이 좁아지면
다 본 책을 인터넷 장터에 내 놓고 진짜로 책을 아는 사람에게 팔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매니악한 책을 수집해서
무척 고가에 내 놓고 파는 사람들도 갈 수록 늘어가더군요.
게다가...
전문적으로 책 사냥을 한 후 고가로 파는 개인 업자들 때문에,
장르문학의 경우 헌책 유통망에서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인플레 현상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또 웃기는 것은,
이런 사람들은 내 놓은 책에 대해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여차하면 판매를 거부하는 일도 상당히 빈번하다는 겁니다.
사전에 인터넷에 내 놓은 조건은 상황이 바뀌니 그냥 개무시하고 갈아 엎고,
사려는 사람이 있어 주문하면 그것도 즉석에서 판매 거부해버려도 어찌할 방법이 없더군요.
마치 부동산 시장에서 집주인이 처음 내 놓은 가격이 얼마이던 간에 매수자가 나타나면
즉석에서 내 놓은 가격을 무시하고 다른 조건을 내거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책을 가지고 이런 농간을 부리는 모습을 겪고 나니, 무척 불쾌하고 황당하더군요.
저는 본래 작정을 하고 책을 사모으는 게 아니라 그냥 책을 읽어가면서 사기 때문에,
뒤늦게 어떤 책을 읽고 싶어졌을 때 이미 그 책이 품절이 되어버린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면 또 그것 대로 수긍하면서 꾸준히 헌책방을 순례하며 발품팔며 그 책을 찾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진흙 속의 보물찾기를 하는 것도 삶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지내왔죠.
그런데 주로 매니아층 위주로 읽히는 SF, 팬터지, 무협, 추리와 같은 장르문학의 경우
언제부터인가 책을 수집해서 파는 나까마들에게 표적이 되어서, 절판되면 엄청 비싸지더군요.
시중에서 책이 품절되자마자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인터넷헌책 사이트에 등록이 되고,
요즘엔 일반 헌책방 주인들마저도 그 책을 쉽게 내 놓지 않거나 너무 비싸게 파는 모습을 보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어떤 책을 꼭 구하고 싶을 경우,
인터넷 헌책 사이트를 활용하여 손쉽게 책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 개인들이 다 읽고 내 놓은 책까지 인터넷에 올라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책을 구할 수 있는 폭이 엄청나게 넓어졌죠.
하지만 역시나 인터넷 덕분에...
영리를 목적으로, 그것도 폭리를 노리는 전문적인 꾼들이 판을 치게 되었고,
그 바람에 SF와 팬터지, 무협과 같은 장르문학 서적들이 절판만 되었다 싶으면
본래 새책 정가보다 서너배나 비싼 터무니 없는 가격의 멍에를 쓰게 되고,
그 바람에 일반 헌책방에서도 정상적으로 거래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없던 현상이고, 이런 모습이 헌책 유통망 전반에서 갈수록 심해지기만 합니다.
절판되어 귀해진 SF, 팬터지 서적이 새롭게 다시 재출간되거나 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던 헌책들이 쏙 들어가거나
다시 정상적인 가격으로 변신하여 시중에 풀립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별로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고 살았더랬는데,
요즘에는 절판된 책이 재출간되는 모습을 보면 "쌤통이다"라는 생각도 합니다.
악덕 업자들이 지나치게 판을 치면서 세상을 뒤틀어 놓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고,
하필이면 그것도 책을 가지고, 더구나 SF 팬터지 작품들을 가지고 그러고 있으니...
저 같은 골수 SF 팬터지 매니아인 사람에게 당연히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요.
일종의 되팔이와 비슷한 현상이네요. 그러니까 암표 같은 거죠. 사재기가 아니라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품귀 상품을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판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니까. 장르 소설로 저런 짓을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한정판 비디오 게임이나 인기 피규어 쪽은 이런 게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던데, 장르 독자가 얼마나 된다고 저런 짓까지 하는지…. 하긴 악덕 업자들이 돈만 벌린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겠지만.
저도 역시 전자책이 대안인 것 같지만, 전자책이 활성화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게다가 전자책이 잘 나오더라도 종이책을 원하는 누군가는 존재할 겁니다. 아무리 시중에서 전자책을 판매해도 종이책이라는 것만으로도 프리미엄이 붙을 듯? 사실 상품이라는 게 별 효용이 없어 보여도 가치를 매기기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니까요. 모두가 전자책을 보는 와중에 홀로 종이책을 본다면, 그것도 시장 가치가 형성되겠죠. 그런 독자가 존재한다면, 수집 욕구라는 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저런 악덕 판매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죠.
SF, 팬터지, 무협, 추리 쪽이... 주요 타킷이랍니다.
매니아 층이 확실하고, 이 사람들이 워낙 책에 대해 해박하고 까다로와서...
평판이 높은 책이 품절되었을 경우 책 사냥꾼들에 의해 터무니 없는 가격이 붙죠.
몇몇 SF, 무협 잭들의 사례를 직접 보이면 아래와 같습니다 (북아일랜드를 활용하여 검색)
SF, 팬터지를 꾸준히 읽어 온 독자라면...
서가의 오래된 SF 서적의 가치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임홍빈 번역의 <의천도룡기>를 읽고 감탄해서
이 번역자가 작업한 책들을 뒤늦게 다 찾아보고 있는데...
문학과지성사의 <서유기>도 좋지만 김용의 <소오강호>를 <아, 만리성>으로 번역한 바 있더군요.
옛날에는 무협을 번역할 때 사용한 필명이 조금 달랐는데, 임홍빈씨가 역자였습니다.
이거다 싶어서 책을 찾아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무려 20 만원에 거래되고 있더군요.
<소오강호>는 예전에 <동방불패>로도 출간되었고 최근에도 <소오강호>로 다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임홍빈 번역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아 만리성> 번역본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던 겁니다.
<복우번운>도 임홍빈 번역이죠 - 역시나 너무 비싼 가격이 붙어 있습니다.
임홍빈 이름 석자가 매니아들을 몰고 다니니까, 책 사냥꾼들에게 표적이 된 것이죠.
예전 같았으면 전혀 걱정하지 않고 몇 년 걸릴 각오를 하고
마음에 여유를 품고 이런저런 헌책방을 유람하면서 천천히 찾아볼 텐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요즘에는 헌책방 주인들도 저 책들을 엄청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아무리 헐값에 회득했다고 하더라도 절대 싼 가격으로 내 놓지 않아요.
중력의 임무 7만, 인간을 넘어서 5만...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른 결과라고만 하기에는 가격이 후덜덜 하네요...
저런 높은 금액 때문에 재출간만 목빠지게 기다리는 매니아들도 꽤 될 듯 합니다. 물론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도 있겠지만,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테죠. 이래서 새로운 SF가 나오면 당장 읽을 게 아니어도 일단 구매해 놓게 되는가 봅니다. 언제 절판되고 가격이 뛸 지 모르니...
기껏 웃돈 주고 중고책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중고거래는 필연적으로 제품의 상태를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상급, 최상급이라는 설명이 붙은 제품이라도 말이죠. 예전에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웃돈 주고 구입했었는데,책의 상태가 엉만인 것은 둘째치고, 책 옆면에 "--- 도서관"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십중팔구는 판매자가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반납 안 한 책을 되려 비싼 값에 중고책으로 팔아 버린 것이죠. 열받았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판본인 것 같아서 그냥 읽고 지금까지 소장 중입니다. 그러다 올 해 코너스톰에서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을 발간하며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포함시켰네요...
역시 개인적인 케이스지만, 행책SF 중 총서 중에 <비잔티움의 첩자> 하나가 빠져 있어서 항상 아쉬웠습니다. 중고 가격이 현재는 알라딘 기준 2만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 배송료가 붙으면 정가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거죠.그래서 구입을 미루다 얼마 전 행책 대표님을 통해 <비잔티움의 첩자> 재고를 확인하고, 정가 미만의 금액으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험 상 출판사 직접문의를 통해 재고품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 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도서관에 비치한 서적들도 희귀한 게 많죠. 검색 목록에는 대출 중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영영 사라진 책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사서들이 연락해서 가져오라고 독촉하지만, 당사자는 묵묵부답. 그런 건 처벌도 안 하나 봅니다. 몇 번 문의했는데, 사서들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하더군요. 아마 그런 책들도 비쌀 테니까 훔쳐가서 판매해도 이익이 짭짤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도서관 서적을 탐낸 적은 있지만, 그걸 희귀본으로 내다팔 생각까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세상에 돈 버는 길은 많은가 봅니다. 그게 정상이 아니라서 문제지.
마침 제가 자주 가는 동네 도서관에도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 행방불명이군요. (텔켈리 리에게 끌려갔나.)
실은... 포의 장편 <아서 고든 핌>은 예전에는 그리 희귀한 책이 아니었고,
심지어 1980 년대나 1990년대에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왕년에 가격 대피 퀄리티 때문에라도 즐겨 사 읽던 책들이 주로 문고판이었습니다.
삼중당베스트문고, 마당문고, 글방문고, 일신그랜드북스, 범우사루비아문고 등이었죠.
이 중 <아서 고든 핌>이 다름아닌 '마당문고'로 출간되어 있었습니다.
'마당문고'는 대형서점에서부터 동네서점까지 두루 비치되어 있던 책이고,
그래서 아무 서점이나 가면 <아서 고든 핌>은 쉽게 사서 읽을 수 있었죠.
책 가격도 1천원, 1천 5백원 정도로 무척 싸게 나와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 다녀 오니까...
문고판 책들이 사실상 전멸해서 사라져 버렸더군요.
이후 IMF도 있었고, 베른 조약 발효로 저작권 문제도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아서 고든 핌> 같은 책이 귀해진 것은 그 이후라고 하겠죠.
한국 작가의 작품은 어렵겠지만, 일본이나 미국 작가의 작품이라면 차라리 원서로 보는게 낫다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일본 작품은 그렇게 하고 있고, 미국 작품은 -아직 영어를 잘 읽지 못하는터라- 아직 도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 공부하는 중이죠.
만화 "리드 오어 다이(R.O.D)"의 주인공 요미코 리드맨은 전세계 거의 모든 언어를 읽을 수 있는데(심지어 아프리카 한 구석의 소수 민족 글자까지) 책을 좋아하다보니 생겨난 기술이라고 하죠. 결국 그렇게 하는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되지 않는 작품도 많다보니 자연스레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여담) 일본에서도 산리오 문고라고 하여 번역 소설 시리즈가 있는데, 이건 굉장히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산리오로만 번역되어 나온 책도 적지 않지요. 그래서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서 판매되고 있으며, 그나마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합니다.
이전에 옥션에서 '은하철도 999' 만화책을 판매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상당히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지 가격을 조금씩 올리면서 계속 판매하는 걸 볼 수 있었지요. 그곳에서 판매한 책이 몇 백권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얘기는 사실상 매점매석을 통해 가격을 올린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어느 정도 잘 팔리면 재판을 찍기도 하는 소설과 달리 이런 만화는 한국에서 재판을 찍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온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은하철도999 같은 책은 분명히 사는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표도기님 글처럼 만화책 절판본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 경우가 많더군요. <프라네테스> 같은 경우 알라딘 중고장터에서 권당 50000원씩 받고 있더군요. 정가가 3500원이었으니 무려 14배가 넘는 가격으로 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 무시무시한 가격에 누가 사는 건지...) 시로 마사무네의 <애플시드> 해적판은 2-3년쯤 전 옥션 중고 장터에서 20만원 정도 받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애플시드>는 원서 중고책을 구입했는데 일본에서 한국까지 오는 배송료를 포함해서도 권당 5-6000원밖에 안했습니다. 소설은 절판된 경우 도서관에서 구해 읽어본다지만 만화책은, 특히 번역본은 구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아(황당할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침만 삼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감.
어지간히 비싸야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