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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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님이 참석하신다는 게시물을 올리셨는데, 저렇게 보니까 색다르네요. 해외에서 한국 SF를 소개한다는 느낌이 좀 신기하게 보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이라고 해도 서로 문화가 다르고 엄연히 거리감이 있으니까…. 게다가 일본은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만큼 자신들만의 SF 성향이 발달한 동네이기도 하고.
유교 때문에 SF가 유행하지 못한다는 이론은 그럴 듯하네요. 다만, 그저 유교 때문에 SF 문화가 마이너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SF가 유행하지 않는 건…. 문화 시장이 문학에서 영화나 게임 등으로 너무 급격하게 옮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 문학이 인기를 끌려면, 출판 시장이 충분히 융성하고, 그 가운데서 여러 갈래의 장르가 뻗어나올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중의 시선이 소설에서 영상 매체로 너무 빨리 이탈했고, 그 바람에 장르 소설이 정착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소설 시장이 커졌으면 괜찮았을 텐데, 오히려 출판 시장이 힘들다는 말도 자주 나오고…. 이게 고질병이 되어 SF 소설 발전의 발목을 잡는 거고요.
특히 SF 장르는 무협이나 공포와 달리 시각 효과를 중시하는 장르라는 인식이 확고히 틀어 박혔습니다. SF와 SFX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푸념은 이제 푸념 축에도 들지 못하죠. 화려하고 자극적인 각종 영화와 게임이 이런 고정관념을 부채질하고, 그런 고정관념은 SF 소설 융성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미국에서도 <스타워즈> 때문에 사변 소설의 인기가 식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게다가 무리한 경제 성장과 가혹한 노동 조건 때문에 대중이 문화 상품을 그저 단순히 눈요기로만 소비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문화 수요는 가볍게 소비하고 넘어가는 게 대다수입니다. 그런 터라 이왕 SF 장르를 골라도 진득한 사변 소설을 고르는 경우가 별로 없는 듯합니다. 그보다 때리고 부수는 우주 전쟁 게임이 만인의 환영을 받죠.
딱히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이 생각합니다. 걱정인 건 앞으로 화려한 영상 매체가 늘어나면서 저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 같다는 겁니다. 요즘 새로 나온 <마션> 같은 소설을 보면, 소설로서의 재미보다 여타 SF 영화와 비교하는 홍보 문구가 더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소설로서 SF를 외면한다는 뜻이죠.독서 문화가 전반적으로 퍼져야 사정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될지.
흐음. 딱히 유교에 집중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인 것 같습니다.
발표는 1시간 반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면 아무래도 충분하지 못하겠지요.^^
다만 현실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SF나 판타지를 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교는 그 중 한가지 이유일 뿐이죠. 안타깝게도 제 아버님도 SF나 판타지는 '황당무계하다.'라면서 안 보십니다. 아침 드라마는 많이 보시지만 말이죠. 주변을 돌아보시면 의외로 많은 어른들이 그러실 겁니다.
그나저나 중간에 제 이름을 SIK(식)씨라고 읽는 부분이 있네요. 으음... 다음엔 좀 더 알기 쉬운 명찰을 써야 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간의 군사독재가 SF 장르의 발전을 저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인기 있었던, 사람이 날아다니고 장풍을 쓰는 '허황된' 무협물도 필화사건이 있었지요. 국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게 하기 보다는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지금 어려우니 현실에 집중해라' 라는 사회분위기를 강요 받은게 아니었을까요.
특히 SF를 허황된 것이라고 치부하는 세대들이 대부분 군사독재시절에 교육받고 자란 분들이죠.
저도 황당무계하다고 안 보는 분들을 몇 접했습니다만 황당하기로는 매한가지인 한국 드라마들이 인기 있는거 보면 아이러니한 생각이 듭니다.
설정적 황당함은 받아들여지지 못하는데 이야기나 캐릭터의 개연적 황당함은 쉽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
심리적으로 마인드에 상상력이나 자유로움이라던가 여유가 없어서 이런 것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벌, 갑부, 불륜, 연애 이런 것들은 뉴스로 흔히 보는 것들이니 그걸 다루는 방법이 황당하고 허황돼도 심리적 저항선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로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거나 믿고 싶은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스스로 이미지를 재창조하면서 일종의 클리셰를 이루는 거 같고요.
좀 다른 얘기지만, 일본은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얘기할 대 항상 유교의 영향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에는 에도 막부에서 충성심 고양을 위해 유학을 주입시키다시피 장려한 탓에 메이지 유신 등을 거치면서 반대로 반유교 정서가 팽배했다고 합니다만...
모자가 잘 어울리십니다!
왠지 모르게 중후한 느낌이 나는군요.
혹시 발표 자료나 내용 같은 걸 나중에 공개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저는 원더풀데이즈나 내추럴시티같은 영상물은 좋았습니다(...) 오시이마모루의 건조한 배경이나 뭔가 해탈해야 할 것만 같은 허무한 공간에 모닥불이 하나 가운데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나중에는 러시아 소설이지만, 메트로2033에서 비슷한 걸 느꼈어요.
유교를 말고 정의 정서나 여백의 미같은게 한국형 SF비주얼적 디자인이나 철학적 디자인에 한 몫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본과 뭔가 비슷하지만 다른 정서인 것 같아요. 한의 감성 측면에서도 일본은 뭔가 한을 넘어서 광기에 이르는 느낌이고 우리나라는 속앓이 느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