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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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상을 당하고, 3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뒷정리 중입니다.
무엇보다 조금씩 우리나라 사회의 허점을 마주할 때마다 아연해지곤 합니다.
제가 최근들어 가장 어이없는 일을 당했던 것은,,,
어머니 휴대폰을 해지하려고 통신사에 연락했을 때였습니다.
고객센타에 연락하여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셔서, 휴대폰을 해지하고자 합니다"라고 했더니...
"고객님, 본사 휴대폰이나 모바일 기기를 해지하실 때는, 가입자 본인과 통화해야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기가 막혀서 "그 가입자가 세상을 떠나셨다니까요. 사망한 사람과 어떻게 통화를 한다는 겁니까?"라고 했더니,
"저희는 가입자 본인과 통화하고 확인해야만 해지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라고 원칙만 말하더군요.
사망한 사람이 가입자라면, 사망한 사람 본인과 통화하기 전에는 절대로 해지할 수 없다고 버티더군요.
아들이고 뭐고 가족은 휴대폰 가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뭔 짓을 해도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도 답답해서 "그럼 사람이 죽으면, 망자의 휴대폰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본인과 통화를 안하면 해지는 불가능하고, 가족 중 한 명에게 이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라고 하더군요.
고객이 죽어서 해지하면 통신사가 손해이니까, 사망자의 가족에게 명의 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고객이 죽었는데도 해지를 하지 못하고, 가족에게 명의 이전을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 정지 신청은 가능한데 그럼에도 3~4천원 상당의 대금을 계속 내야 한다고 안내하더군요.
솔직히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망자 가족이 휴대폰을 해지하지 못하게 하고,
더 나아가 해지를 못하는 동안 돈을 계속 받겠다는 그 상식 이하의 생각...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게 정상적인 기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더군요.
결국...
아버지께서 나서시고 말고서야 해결이 났습니다.
실은 방법은 간단합니다 - 부친께서 고객센타를 거지반 뒤집어 놓았습니다.
죽은 사람으로부터 돈을 갈취한다고 길길이 뛰시고,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고,
그냥 놔두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으로 강하게 세게 거칠게 몰아부치니까...
그제서야 "사망신고 되신 분에 대하여, 가족이 신청하면 해지가 가능합니다"라고 입장을 바꾼 겁니다.
진실은...
본래 사망자의 휴대폰은, 가족이 해지를 신청하면 충분히 해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지보다는 가족에게 이전 신청"하도록 유도하는 게 기본 정책이어서,
계속 그 쪽으로 안내를 하고 해지를 못하도록 망자의 가족들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었죠.
여기에 대해 길길이 뛰는 가족들이 전체 중 비율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진짜로 난리 치면서 아주 강하게 항의하는 사람이 나타나니까, 일사천리로 해결해 준 겁니다.
처음부터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는데, 일단 안된다고 버티다가 난리치면 그제서 된다고 물러서는 모습...
이런 식으로 영업하고 고객센터 직원들에게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대한민국 대기업의 상도덕이란 것이죠.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면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일단 고객 이탈을 막고 보자는 게 더 우선시되는 게 우리나라 기업문화라는 것이죠.
휴대폰 통신사의 고객센터도 기실 거의 대부분 외주업체를 쓰고 있을 것인데,
그들에게 주어진 KPI가 법을 지키는 것보다 오히려 더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저를 헷갈리게 했던 그 상담원도 대기업 갑질의 희생양에 불과한 것은 아닐런지...
별 일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치가 떨렸습니다.
모친이 세상을 떠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상처를 받았는데,
그 상처를 헤집어 가면서 돈을 밝히는 이들을 접한 느낌이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가슴아픈 하루였습니다.
황당한 통신사의 편법은 예전부터 악명이 꽤 높았죠.
지금은 조정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몇 년전만 해도 가입은 1년 365일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받으면서 해지는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고 저녁 6시까지만, 그것도 가입한 대리점에서만 가능하다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 버젓이 존재했으니까요.
하청업체에게 해지 건수를 가지고 내년에는 일 못할지도 모릅니다라고 하면, 알아서 줄어듭니다. 갈구어서 어떻게든 상부가 원하는 수치에 맞추는게 능력인 동네입니다. 상급자들은 그 사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아도 기억하지 않으며 애기해도 안 듣습니다. 그런 거죠. 하하하하
물론 거기에는 그런 무리한 수치 맞추기로 인해 역풍을 불 때 모든 책임은 하청업체가 지게 되는 거죠. 그런 구조입니다.
잘되면 나의 능력이고 못되면 너의 무능이다.
전임 대통령이 일하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그 분이 특출나게 그런 방향으로 특화하신게 아니라 현실에 충실하게 살았다고 봐야 합니다. 멋진 일이죠. 푸하하하
이쪽 업계는 그런 마인드로 하청 업체를 관리하면 승진하고 오래 살아남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요.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
그런 고리가 열받는 사태로 이어지게 되는 모양입니다.
죽은이를 데리고 장사 해먹으려는 심보가 아주 고약하네요. 이런 건 공론화 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작태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제가 당한 일이 아닌데도 화가 나네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그랬죠. 죽은 자의 명의로 대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죽은 사람에게 돈 빌려주는 금융권이나 죽은 사람의 통신비를 받는 통신사나 하등 다를 게 없나 봅니다. 어차피 자유시장과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는 법이니까요.
한편으로 업체(협력업체)들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습니다. 자기들이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니까요. 꽤 존경하던 대리님이 종종 "업체가 무슨 죄겠냐."고 하셨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죠.
통신사들 죄다 강도들입니다.
고객 상대로 온갖 갑질이 도가 넘었어요.
진짜 황당한 상황들이 넘쳐나는게, 매우 심각합니다.
전 이 이후로도 핸드폰 바꾸면 완납폰 사서 MVNO 통신망 쓸 예정입니다.
그래도 통신3사보다는 비교적 양호하거든요.
요즘 하도 멍멍이 소리가 많아서.. 그럴때는 해당 통화를 녹취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뒤에 고객상담원의 소속과 이름을 다시 물어본뒤 감독관청(통신사는 정통부, 은행은 금감원)에 민원을 넣을 내용이니 다시한번 이야기 해달라' 라고 하면 '담당부서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