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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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도서관 저널이라는 잡지에 여러가지 원고를 기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특집 형태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정기적인 기사를 기고하기에 이르렀지요.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도서관 저널에서는 제가 보낸 원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이런 점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 의견을 듣고 살펴보면 또 납득할 만한 부분이 있어서 좀 더 글을 다듬기도 하며, 그에 따라서 점차 좋은 글이 완성될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중학교 때부터 게임 잡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원고를 써 오면서 이러한 사례는 처음이었던지라 다소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미있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물론 글쓴이의 마음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대중의 눈에 띄는 '돈을 받는 글'인 경우, 작가의 마음만을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편집이나 기타 여러가지 방향에 따라서 어느 정도 변형이 가해지게 마련이지요. (특히 분량이 정해진 경우에는 더욱.) 편집자라는 것의 관점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편집자의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많은 이의 눈을 거칠 때 그만큼 좋아질 수도 있는 법이지요. 특히 글쓴이는 자신의 눈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만큼 보지 못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많은 잡지사에서 원고를 보냈을때 그대로 실리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수정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니까 이 경우에도 편집자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도서관 저널의 형태가 좋았던 것은 "이런게 좋지 않습니다."라는 의견을 주면서 필자가 수정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필자는 다른 이의 의견을 듣게 되니 그만큼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줍니다....
결혼 후 아내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취미도 취향도 비슷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보는 눈도 다르죠.
무엇보다도 장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지만, 아무래도 SF에 대해 조금 덜 아는 만큼, 지나치게 눈 높이를 높이지 않는 글에도 좋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제대로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그 글을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이 있으면 좋습니다. 제 3 자의 눈으로 글을 볼 때 나는 모르는 뭔가를 볼 수 있고, 그것은 나를 발전시켜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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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편집자의 궁합이 맞으면 참 좋겠지만, 그 반대 상황도 벌어지죠. 자존심 강한 작가들은 자기 글을 끝까지 고수하느라 편집자와 많이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어차피 요즘은 원고를 받아주는 게 감지덕지한 시대지만, 그래도 자기 글을 토씨 하나까지 지키려는 작가가 없지 않을 듯. 편집자들도 그런 작가들 때문에 골치가 심하겠어요.
괜찮은 조언자는 괜찮은 창작자보다 더 찾기 힘듭니다.
쥘 베른이 좋은 편집자를 만나서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거장으로 성장한 것이나,
도스또예프스끼가 좋은 와이프를 만나 함께 고민하면서 불멸의 작품들을 쏟아낸 것은...
정말로 드물고 훌륭한 사례인 것이죠.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물론 젊은 시절에도 꽤 좋은 작가였지만,
속기사로 채용했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에 이른 두 번째 아내와 함께 한 이후부터
<죄와 벌>, <악령>, <백치>, <미성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라는 불멸의 후기 5대 대작을 잇달아 씁니다.
집필 방식은 밤새 도스또예프스끼가 입으로 주저리주저리 떠들면 아내가 속기로 받아 적어서 아침까지 타이핑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깨끗이 타이핑된 원고를 작가가 보고 아내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수정 가필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 결과를 다시 아내가 타이핑하면 비로소 원고 작성이 끝났습니다 - 엄청 능률적이었고, 훌륭한 결과를 낳았죠.
두 번째 아내의 조력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위대한 5대 대작은 없었을 거란 얘기죠.
마크 트웨인의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의 나쁜 케이스로 회자됩니다.
결혼한 후 와이프가 마크 트웨인이 쓴 원고를 먼저 읽고, 아내 의견에 따라 수정 가필을 하였는데...
문학 비평가들은 이 때문에 마크 트웨인 특유의 활력이 작품 속에서 사라졌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크 트웨인은 와이프의 지속적인 검열을 받은 것이 작품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죠.
마크 트웨인 와이프의 역할에 대해 "조언"이 아니라 무려 "검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원...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경우...
<초원의 집>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작품 원고를 항상 딸과 협의하였는데,
큰 딸이 이미 문필가로 어느 정도 이름을 얻고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게 이슈가 됩니다.
그래서 "큰 딸이 쓴 책을 어머니 이름으로 출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아직까지도) 사고 있죠.
문제는 그 큰 딸은 평생 별다른 유명작을 남기지 못했지만, <초원의 집>은 걸작 레벨의 고전이 되었거든요.
오늘날 대체적으로 문학사가들이 내린 결론이라면,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큰 딸은 어머니처럼 위대한 작품을 써내기에는 재능이 부족했지만,
적어도 어머니가 글을 쓸 때 함께 의논하면서 도와주는 좋은 조언자로서는 충분했다는 겁니다.
아동용 작품의 경우...
작가는 어른인데, 독자는 아이들이므로,
좋은 의견을 줄 수 있는 아이들의 존재가 필수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의견을 받으면서 쓴 것이고...
조지 맥도널드가 <북풍의 등에서>, <공주와 난장이>, <공주와 커디> 등의 작품을 쓸 때도
자신의 많은 자녀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의견을 받아 작품으로 옮긴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이유도 이런 타인의 시선을 통한 개선을 기대하면서 올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댓글 구걸이 이해가 갑니다.저도 저렇게 살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