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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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잡지들이 꽤 있었습니다.
게임 잡지만 해도 한때 PC 게임은 5~6종, 콘솔 게임은 3~4종, 온라인 게임은 2~3종 정도 나오곤 했었는데, 그 이후에 PC와 온라인이 통합되어 출간되거나 아예 폐간되는 일들이 일어나더니 현재 게임 월간지는 사실상 하나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월간지도 정작 독자가 많은지는 미지수입니다.
팝이나 록음악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잡지도 2~3종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잡지가 국내에선 아예 씨가 말라버렸고, 애니메이션도 뉴타입이 거의 독보적이었는데 이것도 이달을 끝으로 국내에서 폐간되었습니다. PC 전문지도 웬만한 잡지들은 거의 사라지고 PC 사랑 하나만 남은 것 같구요.
휴대폰, 노트북, A/V 기기, 태블릿, 게임기 등의 디지털 아이템들을 다루던 스터프 역시 지난해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리더스 다이제스트 같은 오랜 기간동안 출간되던 유명 교양지마저 2009년을 끝으로 국내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죠(잡지도 잡지이지만 그곳에서 출간한 이런저런 잡학이나 역사백과들이 지금 봐도 엄청나게 유용했을텐데... ;ㅁ;).
지금 서점에 가면 보이는 잡지라고는 주로 패션이나 자동차, 시사, 요리, 여성, 건축, 그리고 몇몇 전문지 등이 있지만 정작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그런 잡지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었다고 볼 수 있더군요.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접하는 방법이 변화돼서 그런지도 모르고 관심사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아니면 그런 마니악한 것을 선호하는 계층이 줄었거나 생계에 바쁜 나머지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어졌거나 그런 이유일 수도 있는 건지...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을 보면 오히려 잡지를 볼 때에 비해 원하는 걸 찾는 게 종류에 따라서는 쉬워진 것도 있지만 반대로 어렵거나 불편해진 것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들의 책임감이나 권위 등에 대해서도 미심쩍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른바 '기레기'라고 불리우는 개념없는 기자나 편집자가 올린 기사를 보더라도 필터링해서 읽거나 아예 읽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걸 또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적은 건 아닐테니까요.
이러한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어나긴 하는 모양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게임잡지도 옛날에 비해 많아 얇아지긴 했죠. 반면 일본은 아직도 잡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만해도 최근엔 모바일 게임 전문지들이 여럿 등장한 상태입니다. 애당초 책을 좋아하는데다가 유형의 매뉴얼을 선호해왔던 정서 때문이 아닐까도 싶더군요. 그나마 독자가 줄어들어 폐간된 잡지도 간간히 나오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지금의 국내 잡지 현황은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경기침체와 젊은 연령층의 관심 및 소비 감소로 인한 건지 트렌드 변화로 일어나는 건지, 아무튼 아쉬움이 느껴지긴 합니다.
왠지 정치보다는 덕질에 몰입하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구먼유... = ̄ω ̄=a
사람들이 책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 책은 오로지 지식만 얻는 도구이며, 여흥은 영상물과 인터넷에서 찾습니다. 책의 다양한 가능성을 즐기지 않고, 교육과 학습에만 사용해요. 텍스트보다 훨씬 자극적인 시청각 매체가 많으니까요. 사람들이 말하는 대중문화는 영화, 가요, 게임 등이며, 여기에 소설 같은 건 별로 안 들어가죠. 자연히 책을 안 읽는 분위기는 잡지에도 영향을 미칠 테고요.
그나마 서구나 일본 같은 쪽은 시장이 크고 그래서 책 읽는 사람들도 아직 많습니다. 문학상 등도 존재하니, 그런 기사를 다루는 잡지도 명맥을 이을 수 있고요. 우리나라는 출판 시장이 워낙 협소하고 책 안 읽는 사람도 많은지라 잡지가 버티기 힘들 테죠. 경기 침체 등도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책보다 화려하고 현란한 매체가 많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런 세태가 크게 바뀌지는 않겠죠.
또 한 가지 무서운 변화라면,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매체도 더불어 줄고 있고,
이에 따라 창작의 계기도 수입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잡지 연재물이라고 해서 물로 볼게 아닙니다.
꼭 문예지에만 좋은 작품이 실리는 것은 아니었죠.
안정효는 하얀전쟁을 주간 잡지에 처음 발표했고,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도 주간 잡지 연재물이었죠.
황석영도 무기의 그늘을 시사 월간지에 연재했구요.
잡지의 쇠락은 작가들의 밥줄도 말려버리는 것이고,
다양한 글이 쓰여지고 발표될 수 있는 가능성의 토양이
증발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도서 문화의 변화에서 전자책이나 기타 매체의 발전 등만을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 중 잡지는 특히 더합니다.
일본에서 다양한 잡지가 꾸준히 나가는데는 일본의 인구가 많은 것도 있겠지만, 일본에 도서관 등이 많아서 고정적인 수요가 적지 않은 점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잡지라는 매체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체제도 좀 더 잘 되어 있죠.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도리어 다양한 형태의 잡지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가령 점프 같은 만화 잡지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화 잡지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취향의, 다양한 형태의 잡지가 생겨나는 겁니다. 한국은 그러한 소규모 문화에 대한 지원 체제가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 잡지는 광고비를 수급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잡지 광고를 하나의 기관에서 대행 수급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잡지에 광고를 수록하면 반드시 광고비를 지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잡지는 이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잡지의 규모가 작을수록 광고비를 제대로 못 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잡지가 살아남을 기회가 적습니다.
그와 같은 여러가지 현실이 한국의 잡지 시장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으며, 그것이 창작자의 기회도 줄이고 있습니다.
잡지는 특히 신인 작가의 발굴에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검색을 해서 보는 온라인 시스템과 달리 대개 잡지는 일단 사면 모든 기사를 다 보게 마련입니다. 대다수 잡지 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의 작품을 찾아서 책을 펼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인의 글도 보게 되죠. 그리고 신인의 글이 마음에 들면 그 후에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이처럼 문화의 교류를 높이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고 영향을 주고 받는데도 도움이 되죠. 반면 잡지가 줄어들면 다양성이 감소하고 신인의 활동이 줄어듭니다.
실례로 일본에서는 90년대 말에 경제 사정으로 인해서 SF 잡지가 급격하게 줄어든 시기가 있습니다. 그 때 작가들도 씨가 말라버렸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SF 업계의 암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SF 업계에 신인 작가들은 90년대 말에 늘어난 라이트 노벨 계열의 잡지에서 활동하다가 온 사람들이 많죠. (사실 이 작가들은 글을 쓸데가 없다보니 라이트노벨 쪽으로 나갔다고 하는게 더 맞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일본 SF가 성장하게 됩니다.
한국에선 대여점이 유행하면서 만화 잡지가 몰락하면서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신인 작가가 활동할 장소가 줄어들고 한국의 만화 업계 자체가 쇠퇴하게 되죠.
웹툰과 같은 시스템이 이를 조금은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웹진 거울' 같은 것이 SF 작가의 명맥을 지켜준 것도 사실입니다.(또는 여러 작가의 단편집이라던가.) 하지만 하나로 묶인 연재 잡지 형태의 구성에 비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만이 심해지며, 새로운 작가가 주목 받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못한 결과 도태되어 갑니다.
사실은 저 역시 그러한 점 때문에 SF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시스템상 그것이 힘든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게임처럼 독자층이 IT에 민감한 쪽일수록 잡지사가 먼저 타격을 받죠.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기사들과 뭔 일 터질 때마다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기사들 중 사람들이 어느 쪽을 선호할까는 뻔한 일이라...북미에서는 대부분 IGN처럼 뉴스사이트 형식으로 갈아탑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게 게임인포머 같은 걸텐데 그나마도 잡지 팔아먹으려고 전속기사 만들고 웹사이트도 병용...사실 시대의 흐름 자체가 그렇죠. 국내 신문사들도 종이신문 못 팔아서 포털사이트에 제목 낚시 뉴스 걸어놓고 기레기 소리 들어가며 성인광고 떡칠된 홈페이지로 유도해서 페이지뷰 따내려고 혈안이고...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잡지시장이 훨씬 더 컷고,
동네서점 및 지하철 서점의 주요 수입원중 하나였습니다,
잡지가 사라지게 된 계기는 인터넷 보급이 가장 큽니다.
인터넷 혁명 이후 엄청 많은 잡지들이 사라지거나 쇠락했죠.
그리고 2차 충격을 가져온 것이 스마트폰의 보급입니다.
인터넷 이후 버티던 잡지도 스마트폰은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지하철앞에서 배포되던 무가신문도 전멸시켰고,
지하철 객실의 광고도 모조리 씨를 말려버렸습니다.
광고 시장도 잡지 전멸, 신문 쇠락, 지하철 광고 전멸 등
이와 더불어 전면적으로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취업 이야기를 해 보면...
과거 어문계열 전공자가 많이 진출하는 업계가
출판사, 언론사, 잡지사, 광고회사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많이 활약할 수 있는 직장이기도 했죠.
과거에는 대학에서 어문계열에 여학생이 많았고,
문학을 좋아하는 작가 지망생도 많았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출판사, 잡지사, 광고회사 등에 취업할 기회가 꽤 있었죠
바로 그 업계가 직격 당했다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