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작품 소개
각 작품에 대해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내용이나 감상평을 덧글로 적어주세요.
장르 | 판타지,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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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감독/프로듀서 | E. T. A. 호프만 |
번역자 | |
출판사/제작사 | 문학동네 |
출시일(발매/개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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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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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환상문학전집을 처음 시작할 때 번역된 <악마의 묘약> 이후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은 한국에 두 번째로 번역되는 E. T. A. 호프만의 장편소설입니다.
실은 <악마의 묘약>과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단 두 편만이 E. T. A. 호프만이 쓴 장편이고,
다른 작품들은 장편이기에는 짧고 중편이기에는 조금 긴 편에 속하는 애매한 분량인 경우가 많죠.
<수고양이 무어의 회고록>에서는 고양이가 노력 끝에 "우수한 작가"가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과거를 회고합니다.
이 대목은 호프만이 속했던 독일 후기낭만주의 특유의 "팬터지가 가미된 예술동화"의 형태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인쇄 실수라면서) "악장 크라이슬러"의 삶이 액자 형태로 끼어 들어가 교차하는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악장 크라이슬러"는 호프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호프만은 본래 법관이었지만 음악가로 성공하기를 소망하여 젊은 시절 법관을 때려치우고 지휘자로 활동하였고,
그러면서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오페라로 작곡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나름 성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후원자가 떠나면서 악장으로서의 자리를 잃고,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법관으로 복귀했습니다.
이후 낮에는 법관으로 일하며서 밤에는 문학에 전념하였습니다 - 형태는 바뀌더라도 계속 예술가였던 것이죠.
그렇게 음악을 포기한 호프만이 처음 작가로 데뷔하면서 발표한 처녀작이 단편집이 <칼롯 풍의 환상집>인데,
이 책에 수록된 <크라이슬레이나>는 "악장 크라이슬러"를 다루는 연작 단편 여러 편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이후 호프만은 낮에는 판사, 밤에는 작가로 활동하여 10 년의 세월 동안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가로 인정받았고,
마침내 자신의 문학과 음악과 인생을 총 망라한 대작을 구상하여 쓴 것이 <수고양이 무어의 회고록>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유작이자 최대의 작품에서 다시 "악장 크라이슬러"를 등장시키고, 그 인생을 다루고 있죠.
다시 말해 호프만은 자신의 데뷔작과 마지막 유작에서 "악장 크라이슬러"의 삶을 내세우고 있는 셈입니다.
소설 속의 "악장 크라이슬러"가 젊은 시절 음악에 정진하던 호프만과 오버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 비록 음악을 포기하고 법관이자 작가가 되었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음악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죠.
호프만의 소설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작품이고 뛰어나지만,
이후 수 많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과 장르문학 전반에 영향을 주었기에 문학사적으로 중요하고,
또한 훌륭한 음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아서... 예술의 역사를 다룰 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무엇보다 호프만이 살았던 독일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예술동화는 본래 독자들의 연령층을 무시하고
반드시 동화가 아이들용일 필요가 없다는 관점으로 작품의 예술성만을 추구한 성인용 동화이기 때문에,
호프만이 쓴 많은 예술동화들은 지금에 와서 봐도 상당히 우수한 팬터지일 수 밖에 없죠.
호프만의 작품들은 SF, 팬터지, 호러, 추리 등 장르문학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모래 사나이>를 비롯해서 <악마의 묘약> 등은 호러물의 고전으로 꼽힙니다.
호프만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환상성이 강해서 팬터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칼로 풍의 환상집>에 속한 <황금단지>, <브람뷜라의 왕녀> 등과 같은 작품은
현실 세계와 환상의 세계를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기법이 대단히 우수하죠.
아동용으로 알려진 <호두까기 인형>도 실은 당대 문단에서 유행했던 예술동화의 하나입니다.
<모래 사나이>의 경우에는 SF, 로봇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쓰여진 로봇 소설이기도 한데,
주인공이 창 밖으로만 보고 짝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실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인형 = 로봇"이기 때문입니다.
<스퀴데리 양>은 추리소설입니다. 주인공 스퀴데리양은 나이를 많이 먺은 "미스"="양"이지만 노파인데,
나이 많은 "미스"가 살인사건을 추리하여 해결해가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대략 "미스 마플"같은 느낌이죠)
문학사적으로 세계 최초의 추리소설을 쓰고 정립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에드거 알랜 포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호프만의 <스퀴데리 양>은 유럽 최초의 추리소설, 또는 추리소설 성립 이전 영향을 준 원조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음악으로 만들어진 호프만의 작품들을 살펴 보면...
<모래 사나이>는 레오 들뤼브의 오페라이자 발레곡 <코펠리아>가 되었고,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에서도 한 막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술동화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코프스키에 의해서 발레곡으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죠.
그리고 음악으로 작곡된 호프만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악장 크라이슬러"입니다.
슈만은 "악장 크라이슬러"를 테마로 피아노 환상곡 <크라이슬레이나>를 작곡하여 쇼팽에게 바쳤죠.
재미있는 것은, 호프만이 "악장 크라이슬러"를 등장시킨 작품이 데뷔작과 10 년 후 쓴 마지막 작품 두 편이어서...
슈만이 <크라이슬레리아나>를 작곡할 때 영향을 받은 원작을 논할 때, 문헌마다 의견이 왔다갔다 한다는 겁니다.
어떤 문헌에서는 슈만이 호프만의 데뷔작 <칼로 풍의 환상집> 속의 <크라이슬레이나>를 읽고 작곡했다고 하고,
다른 문헌에서는 슈만이 호프만의 마지막 소설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을 읽고 작곡했다고 쓰여 있기도 하죠.
한국에 번역된 E. T. A. 호프만의 작품들은 은근히 꽤 많습니다.
<황금단지>, <모래사나이>, <브람뷜라의 왕녀>, <스퀴데리 양> 등과 같은 대표작을 비롯해서
어린이용으로 포장되어 번역되어 온 <호두까기 인형>도 의외로 완역본이 몇 곳에서 나왔고,
장편 <악마의 묘약>,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등도 완역되어 주요작품은 거의 다 소개된 셈이죠.
다만 "악장 크라이슬러"를 다루는 또 다른 작품 <크라이슬레이나>도 우리말로 번역되었는데,
30년 전에 금성출판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모래사나이>에 합본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과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하는 작품인데... 구해 보는 게 만만치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