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009와 가면 라이더의 원작자인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누군가에 의해 힘을 받아 창조되었지만, 그 존재에 맞서서 싸우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기계 몸으로 개조되어 힘을 갖게 된 사이보그는 그들을 만든(개조한) 죽음의 상인, 블랙고스트에 맞서 싸웠으며, 가면라이더는 세계 정복을 위해 자신에게 힘을 부여한 조직 쇼커에 맞서 싸웠지요.


그리고 인조인간 키카이더 역시 자신을 만들어낸 조직에 맞섭니다.


인조인간 키카이더가 사이보그 009, 가면 라이더와 다른 것은 그가 본래 자아를 갖고 있던 인간이 아니라 무에서부터 만들어진 로봇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자아를 갖지 않고 명령에 따라서 움직여야만 하는 존재였지요.


하지만 조직의 명령을 받아 키카이더를 설계한 박사는 그에게 '제미니'라는 이름의 양심 회로를 만들어 넣습니다.(피노키오에 조언자로서 등장하는 귀뚜라미의 이름) 인간처럼 마음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회로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이로 인해서 키카이더는 조직의 수령인 프로페서 기르의 명령을 무조건 들을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문제는 그의 양심 회로가 완성된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명령을 듣게 되면 굉장히 괴로워하게 됩니다.


훗날, 키카이더는 프로페서 기르에게 잡혀서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회로 옛서(Yes, Sir)를 달게 됩니다. 양심 회로를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이로서 키카이더는 기르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존재가 되리라 생각되었죠.


하지만 그 회로는 기르의 생각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이 작동하긴 했지만 결과는 기르의 생각과는 다르게 됩니다. 명령을 거부하는 제미니와 명령에 복종하는 옛서, 이 두 회로가 작용하면서 키카이더는 이제야 말로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양심'을 갖게 된 것이지요.


그리하여 로봇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진정으로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흔히 우리는 '선과 악의 싸움'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선'이라는 것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요?


흔히 종교나 법률, 또는 도덕과 같은 것이 선의 기준이 되며, 거기에 자신의 판단이 결여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종교는 사람들을 선하게 이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종교가 사람을 선하게 이끌었다기보다는 광기로 몰아간 사례가 더 많이 눈에 띕니다.

그야말로 종교나 사상,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끔찍한 일들을 저지른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그 자신의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신의 생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인간에게는 양심이 존재합니다. 그 양심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미니나 옛서처럼 우리의 몸 속에, 마음 속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옳다'라고 믿는 바를 행하게 마련이지요.


물론 이는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또는 종교나 사상적으로 사악한 행위로서 드러날수도 있습니다. 많은 이에게 피해를 끼치고 위험이 되는 무언가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행동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행동했을때,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해 고민하며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최근 모 만화 사이트가 나라에서 통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같은 장면을 종종 보게 되지요.


그분들은 말합니다. "나쁜 것이기 때문에 막는다."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나쁜 것이기에 막는다.'라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그것이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나쁜 것인지 아닌지를 왜 보는 사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일까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는 우리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바로 인간... 누군가의 명령을 따를 것인지 우리 자신의 양심을 따를 것인지를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닌 '악과 양심의 싸움'.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여 결정을 내렸을때 그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검열과 같은 행위는 그 같은 인간성을 부정하는 '악'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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