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번 데포니아 시리즈에 대해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2012년에 독일의 데이달릭 엔터테이먼트에서 개발해서 2013년 굿바이 데포니아로 3부작을 끝낸 포인트 앤 클릭 코믹 SF 어드벤처 게임이죠. 주인공인 루퍼스는 맨날 이상향인 엘리시움으로 갈려고 발버둥 치다가 엘리시움에서 루퍼스 땜시 떨어진 골에게 푹 빠지게 되고 계속 엘리시움으로 가는 계획과 더불어 골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둘다 망하거나 혹은 오픈엔딩으로 끝나죠.
그냥 하다보면 주인공인 루퍼스의 행각이 참 기가 막힙니다. 게임 진행을 하기 위해서 바닷가에서 건진 부츠를 우산밖에 없는(그 우산도 자신이 다 망가트려놓은) 사람에게 주는 건 기본이고, 루퍼스와 얽히게 되면 인생 자체가 꼬이는 건 둘째가라하면 섭하죠. 게임을 풀어가기 위해서 루퍼스는 절도, 사기, 기물파손, 방화, 공무집행방해, 유괴, 협박, 인신매매, 동물학대, 아동학대, 인신매매등과 같은 범죄를 벌이게 되고, 그 결과로 결국 자신의 목표에 못 닿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데포니아 시리즈의 내막을 보면 참 어둡기 그지 없더라구요. 디스토피아 적 설정을 아주 밝고 명랑하게 혹은 루퍼스라는 주인공을 아주 파괴신으로 만들어 루퍼스로 주의를 돌리게 만들기 위해 약을 빨고 만들었다고
보는게 맞을 정도입니다. 게임 내 배경인 데포니아는 어딜가나 쓰레기로 가득차 있으며, 수돗물과 떨어져 사는것이 오히려 안전한 세상입니다. 또한 데포니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아무도 저 하늘위의 공중 도시인 엘리시움으로 올라갈수 없죠. 또한, 이 엘리시움으로
올라갈수 있는 터미널을 관리하는 오가논이란 군사 조직은 데포니아에서 사는 사람들이 엘리시움으로 가는걸 막고, 또한 데포니아의 시민들을 위협합니다.
또한 오가논의 행동으로 인해 엘리시움의 사람들은 저 아래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몰라서 탐사대를 보낼 정도입니다. 1편의 모자이크들을 보면, 높으신 분들은 이 쓰레기
같은 데포니아에서 탈출하기 위해 엘리시움으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을 막고 있는 오가논을 볼수 있죠. 즉, 어찌보면 처음부터 신분이
영구히 나눠진, 그리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세계라고 볼수 있겠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데포니아를 디스토피아적 설정으로 보긴 좀
힘들긴 하지만, 어쨌든 암울한 세상인건 매한가지 입니다.
2편에서는 오가논이 왜 엘리시움에서 내려온 골을 방해하려고 하는 이유가 나오는데, 사실 엘리시움은 세대 우주선이었으며, 이 세대 우주선을 발진시킬 에너지는 아래 행성을 폭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랫 행성에 사람들이 사나 조사하러 온 사람들을 방해 안하는건 참 뭐한 일이죠. 그래서 오가논은 이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계획들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그렇지만 루퍼스와 얽힌 이상 이 계획을 제대로 풀어나가기란 불가능 하죠 :) 마지막 3편에서는 헤르메스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쓰레기 같은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 오가논과 세대 우주선인 엘리시움을 만들고 이를 위한 클론 공장을 만들었지만, 결국 행성에 남아 있는 사람들로 인한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자신을 수없이 복제하면서까지 되돌릴(혹은 속죄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루퍼스는 자신이 복제인간 프로토타입중 하나란 걸 알게 되었죠. 그러면서 헤르메스는 루퍼스가 벌인 여타 행동들이 유전자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말합니다. 즉, 자신이 한 행위들이 모두다 프로그램되었다는 것이지요.
이것만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디스토피아적 설정이긴 하나, 제작자들은 여기에 살을 덧 붙였습니다. 헤르메스는 루퍼스가 벌인 엘리시움으로 가려고 하는 행위들이 루퍼스를 바꿔 놓았다고 말 하였으며, 또한 루퍼스는 데포니아를 없애려는 오가논에 저항하면서 결국 자신은 다른 클론 프로토타입들과 다른 존재, 즉 이제까지의 실수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가지게 되었음을 맨 마지막에 보여주게 됩니다.
데포니아 시리즈를 하게 되면 뭐 이런 새끼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게 되는데, 이런 뒷 설정을 보고 게임을 하게 되면 제작진이 루퍼스를 이렇게 파괴신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캐릭터 설정을 하게 된게 이렇게 암울한 배경을 숨기려고 만든 장치란걸 알수 있을겁니다(덤으로 배경도 숨기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효과도 가져오죠). 즉 사람들에게 이런 어두운 뒷 배경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이기적인 행동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어찌보면 잘 짜여진 각본인 것이지요. 데포니아와 이와 연결된 디스토피아에서 루퍼스라는 파괴를 일삼는 주인공이 결국 데포니아를 구하는 역설적인(사실 맨날 하던 짓거리로 보자면 결국 완벽하고 바보스럽지 않은 계획이 실패했다고 볼수 있겠네요) 구세주로 등극했으며, 그리고 자신의 본성(유전자에 각인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했다.
즉, "디스토피아적인 세상 일지라도 희망은 어떤 형태이든간에 존재한다." 가 데포니아 3편을 아우루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데포니아 시리즈를 한번도 안해보신 분들이라면 한번 해보길 추천합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들고 은하계를 히치하이크 하고 싶어하는 한마리 달팽이
아, 이게 그런 내용이었군요. 스팀에서 몇 번 봤는데, 스팀펑크에 살짝 못 미치는 설정이라 그냥 넘어갔더니만, 세대 우주선까지 나오다니…. 어딘지 밝고 화사한 색감이라 저런 뒷배경이 숨었는지 몰랐네요.
언제나 그렇듯 풍자적인 작품은 주인공이 독특해야 주제가 부각되는 법이죠. 풍자극 캐릭터가 다소 과장되고 바보처럼 나오는 이유가 그 때문일 겁니다. 과장으로 오히려 부조리를 내세운다고 해야 하나. 이건 SF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SF는 자기 특기를 십분 살려 별별 희한한 놈들을 출현시키죠. 어차피 외계인과 미치광이 과학자와 돌연변이들이 포진한 장르니까요. <데포니아>도 그렇게 풍자극의 해학과 익살, SF 설정을 맛나게 버무린 듯한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