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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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면서 쭈욱 컴퓨터를 쓰셔서 이제 10년차가 되시는 어머님이...
아직까지도 윈도우 포맷을 못하시네요.
하이텔의 '장혁'님 글을 보고 가입하는데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본래 중학교 가정/미술 선생님이었지만 시골에서 동료와 눈맞아 결혼하면 안된다는 친정의 성화에 그만두시고)
대략 1973년 한국IBM에 입사하셔서 '코볼 프로그래머'로 일하신 바 있습니다 - 아마도 한국 프로그래머 "0 세대"뻘이라고 해야 겠죠.
그래서 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께 프로그래밍을 배웠습니다. 무려 '포트란 77'과 'GW 베이직'을 어머니께서 직접 가르쳐 주셨어요.
그렇지만... 제 어머니께서는 평생 윈도우를 설치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셨습니다.
1970년대부터 프로그래밍을 했고, 1980년대부터 자기 아들들에게 직접 코딩을 가르치고,
1990년대에는 대학 다니는 아들들이 코딩 과목 수강할 때 과제 받아오면 함께 수도 코드를 짜시던 분께서...
평생 동안 컴퓨터 셋팅하고 윈도우 설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예나 지금이나 할 줄 모르십니다.
지금 제 와이프는 SAP ERP 패키지의 관리회계(원가관리) 모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IT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직업이고, SAP ERP의 기능 깊숙히 잘 알면서 관리회계도 꿰차고 있어야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와이프는 자기 힘으로 윈도우 밀고 다시 설치하는 일을 잘 하지 못합니다. 무조건 제게 해 달라고 하죠.
그런 겁니다...
운전면허를 따려고 학원을 다닌다고 자동차 고치는 법을 배우는 건 아니죠. 어르신 대상 교육에서도 포맷 같은 건 안 배울 겁니다. 시스템 복구 정도는 가르쳐줄지도 모르겠네요.
안 해보고 안 배우면 어쨌건 모르는 거죠. 개인적으로 전문가는 아니고 관련 직업 종사자도 아니고 해도 그냥 대충 컴퓨터는 쓸 줄 아는 편이지만...리눅스 듀얼 부팅을 해보려다가 지난 주말 내내 골치를 썩였군요. ;^)
문득,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가 떠오로네요. 제가 개사를 좀 해보았습니다.
어머니와 고등어(원곡)
한밤중에 목이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
나는 참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어머니와 포맷(개사)
한밤중에 야동보러 엄마컴을 켜보니
새폴더안에 야동파일 바이러스에 절여져 있네 ~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 들리네
남동생이 DVD로 구워보려 했었나보다
바이러스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오늘 저녁부터 포맷이나 해드려야겠다 ~
어머니는 컴퓨터를 다운시키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모레 새벽에나 야동 DVD를 볼 수 있겠네 ~
나는 참바보다 맥심만 보고 보고 말것을
포맷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관리는 학문, 배우는 영역이라기보다는 노하우라고 봅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커널패닉을 '진짜로'해결하는 그런 분들이 보기엔 우스워보이겠지만
컴으로 남들이 안하는걸 많이 주무르고, 덕분에 많이 뻗게 하고, 그걸 어찌어찌 (구글신의 계시로)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 윈도라는 물건이 앙탈을 부릴때 좀더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듯합니다.
컴퓨터는 안고장나면 모릅니다... 재미있을때 경험해봐야 늘지요...
저는 컴퓨터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이해도가 높아졌을때가, 도스시절 컨픽.시스 나 오토exec.배치파일 건드리면서 컴퓨터 먹통만들때였지요. 몇번씩 고쳤는지 모릅니다.
....
과연 어머니가 정말 포멧 할 줄 모르시는 걸까요...
"너는 귀찮은 일은 하기 싫다고 남한테 미루기만 한다. 나는 포맷이란건 한번도 배운적이 없어!"
어떻게 한번도 배우신 적이 없는데 포멧이 귀찮은 일이라는 걸 알고 계신걸까요?
게다가 앞으로도 영원히 안 배우시겠다는 자세 까지.
저는 요즘 친구들이 포멧좀 해줄수 있냐고 이야기 하면 이렇게 말해요;
"요즘 OS도 바뀌고... 안해본지 오래되서 나도 이제 잘 몰라; 걍 사람불러."
포멧이나 초기세팅 같은 것은 사실 알아도 잘 못하고, 배워도 자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마음의 거리가 잘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죠. (웃음)
사실, 어릴 땐 겁없이 이래저래 건드리는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비교적 금방배웁니다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배우는 속도가 더뎌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이 두려움입니다.
포멧 같은 경우는, 그런 심리적 거리감이 더 큰 부분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