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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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다이제스트사에서 옛날에 펴낸 세계 상식 백과 사전에 보면
전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드래곤과 용의 전설의 기원은
공룡화석들이라는 가설을 제시하더군요.
고고학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먼 옛날에는
사람들이 우연히 거대한 공룡의 화석을 보면
아주 오래 전에 멸종한 동물로 상상하긴 힘들고
최근까지도 이런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괴물이 살았다가 죽은 흔적이라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실제로 서양의 드래곤을 묘사한 옛 그림들을 보면 어떤 그림은
실제 존재했던 공룡들과 비슷한 그림들도 있습니다.
세계상식백과에서는 이 가설이 아주 유력한 가설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최근 블로그를 돌아다니다보니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것 같은 게시물을 우연히
읽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게임에도 단골로 나오는 그리핀이라는 환수는
트리케라톱스 화석을 본 스키타이인들이 상상해낸 것이 기원이라
하더군요.
그 증거로 트리케라톱스 화석을 어설프게 그림으로 묘사하려다 보면
상상의 괴물인 그리핀과 비슷한 동물이 될 수밖에 없고
그리핀 전설의 기원이자 그리핀 전설이 가장 많이 퍼져있는 지역에서
트리케라톱스 화석이 많이 발굴되었다네요.
또한 그리핀은 동굴에서 황금을 지키는 괴물로 묘사되었는데 이것도
트리케라톱스 화석이 발견된 지역에는 금광이 많이 있었다라는데서
만들어진 전설입니다.
그 외에도 옛 한의학에서도 용의 뼈라는 중요한 한약재가 있었는데
이 용의 뼈가 공룡 화석이었다는군요.
특히나 쇼킹한 건 오딧세이로 유명해진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가
사실은 그리스 지역에서 엄청 많이 출토된 맘모스 화석을 고대 그리스인들이
외눈박이 거인의 시체로 착각한 게 기원이었다는 겁니다.
판타지나 게임 신화 전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드래곤 그리핀 거인과
같은 괴물 몬스터의 기원이 공룡이나 멸종된 고대 동물의 화석을
옛날 사람들이 착각한데서 시작되었다는 가설 어떻게 생각하세요?
판타지란에 올리려다가 과학 게시판에 어울릴만한 주제인 거 같아
여기에다 올립니다.
그럴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드래곤의 원형이 뱀이라는 가설에 맘이 끌리지 않는건 무엇보다 그 크기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죠.
공룡중에 수장룡이 있는데 이놈들의 화석을 보고 그당시 과학적수준에 뱀으로 착각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원형이 완전히 복구된 상태로 보았다면 뭔가 다르구나 눈치빠르게 알수 있었을텐데. 그당시 고고학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부분부분 발견됬다면 충분히 아 목이 기니까 뱀종류겠거니 생각할수도 있죠. 기린일수도 있다고 태클은 걸지 마세요.
후에 더 많이 발견됬는데 엇 이것보게. 날개같은것도 있고,, 그당시는 바다가 육지가 될수있다는 생각을 꿈도 못꿨을테니 지느러미를 날개라고 볼수도 있죠. 그렇게 하나하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수장룡이 드래곤으로 둔갑하는 사태가 됩니다.
드래곤이 불을 뿜는것또한 뱀이 독을 쏘는것에서 힌트를 얻었다라고 추측할수도 있죠. 일단 사이즈부터가 워낙 다르니까 뭔가 더 대단한걸 내뿜을것 같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불. 산. 독. 머든지 갔다 부치면 되는거고.ㅋㅋ
용이 나오는 가장 오래된 신화로는 수메르 신화입니다. 티아맛이죠. 이 경우엔 날개나 사지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용에 대한 묘사는 지역마다 다르고 성향도 다릅니다. 그에 따라 불의 신격에 가깝게 묘사되는 경우도 있고 그만큼이나 물이나 비의 신격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이 용이나 드래곤이지, 그냥 거대 파충류의 형상을 띈 신격을 뭉뚱그려 용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깝죠. 근데 그 과정에서 보아과나 비단구렁이 등의 대형 뱀목의 서식환경이 제한되어 있는 고로... '뱀' 자체를 숭배하는 토테미즘적 신앙이 용의 원형이라는 말은 오히려 어폐가 큽니다. 강과 같은 자연물이 원형일 경우도 있고, 발제대로 거대 공룡 화석이 원형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 뱀의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 많죠.
드래곤은 전 세계의 다양한 파충류 계열 괴물 전설이 통합되면서 다채롭게 변해 갔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서 기원했다고 말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 서양 드래곤과 동양 용의 차이 같은 것이 있죠. 동양 용은 드래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만, 서양 드래곤도 동양 용과의 차이 못지 않게 그 안에서도 변종이 많기 때문에 크게는 다 드래곤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을 잡은 성인으로 추앙받는 성 조지를 그린 중세 그림을 보면, 잡았다는 드래곤의 모양이나 크기가 영락 없이 악어에 박쥐 날개 달아놓은 형상입니다. 현존하는 생물인 코모도 왕도마뱀도 영어로는 코모도 드래곤이라고 하지요. 우리는 게임이나 소설의 영향 때문에 드래곤 하면 수십 미터짜리 거대 괴물을 상상하지만, 전설이나 민담만 생각해보면 큰 악어나 도마뱀도 충분히 드래곤으로 취급 받을 만 하다는 겁니다.
결국 화석이나 뱀, 거대 물고기, 기타 다른 각종 기원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기원들이 다 뭉뚱그려져 섞이며 변화해온 것이 드래곤의 이미지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심지어 서양에서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악하고 흉포한 파충류 괴물에 불과했던 드래곤의 이미지가 동양 용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점점 중립, 심지어는 선하기까지 한 현자 이미지로 바뀌고 있으니까요.
유럽 드래곤은 고대에 웜이라고 불렀죠. 검마 판타지에서 에이션트 그레이트 웜 운운하는 소리 들어보셨을 겁니다. 웜은 말 그대로 꿈틀거리는 생명체입니다. 한마디로 뱀이나 벌레 취급이죠. 요르무간드나 니드호그 같은 놈들은 그야말로 독을 품은 뱀처럼 나옵니다. 비슷한 파충류 계열로 아즈텍의 켓찰코아틀이나 인도의 나가 등을 꼽는데, 이들 역시 외형은 뱀과 유사하고요. 좁게 보자면, 우리나라의 이무기 설화 역시 뱀에서 용으로 승천합니다.
각 지역의 파충류 괴물의 원형은 뱀이나 도마뱀만 따져도 충분해요. 구태여 공룡 화석까지 갈 필요 없을 듯합니다. 본문에서는 용 이외에 다른 고대 환수를 언급하셨는데, 역시 현존하는 동물을 합치거나 변형하면 그럴 듯한 괴수가 탄생하죠.
중국에서는 공룡의 화석을 '용뼈'라고 약재로서 판매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를 보면 공룡의 화석이 어떤 형태로든 용(또는 드래곤)이라는 존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뱀과 용이 연관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실 공룡의 화석을 보면 뱀과 비슷하게 보이는 면도 많잖아요? 한편으로 거대한 뱀에 사람을 바치는 전설이 꽤 많은데, 이는 용에게 제물을 바치는 신화나 전설의 이야기와 일맥 상통합니다.
전설이 만들어지는 로직은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 +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의 결합형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지고 전해지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확대 재생산되니까요.
이런 과정에서 공룡화석이 용(드래곤)의 존재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은 상당히 신뢰가 있는 시각입니다. 꼭 용이 아니라도 다른 전설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구요. 그 시대에 볼 수 없는 어떤 생물의 흔적(복원술이 발달하기 이전일 수록 다양한 상상을 자극하는)은 여러가지 상상의 시작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시작점이 꼭 공룡화석과 같은 규명되기 힘든 어떤 실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구요.
이런 것들이 만나고 합쳐지고 나눠지는 다양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 전설이니까요.
...어떤 또래집단 등에서 사소한 목격담이 입과 입을 거쳐 어떤 도시전설로 발전하는지를 관찰해보면...
드래곤의 시작점이 지렁이라고 하더라도 놀랍지는 않아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드래곤의 원형은 말 그대로 뱀이라는게 다수설로 알고 있어요.
날개달린 비만도마뱀 이미지가 되기 이전에 뱀이라는 의미가 있었죠.
그리고 그리핀 역시 독수리와 사자의 상징적 의미가 결합된거고요.
기호학이나 신화학적 관점으로 충분히 설명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