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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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랑 비교하시는 분들도 많고 무슨 의도로 시행하는지는 어느정도 이해도 되지만
아직 이게 정말 좋은 제도인지 나쁜제도인지는 판단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안그래도 그동안 많이 사보지 않았던 책들을 앞으로 더 사보기가 힘들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마 정말 관심가고 좋아하는 책이라면 사보겠지만 예전처럼 호기심에 이것저것 사보진 않을것 같네요.
이제 막 시행된 제도이니 좀 두고봐야 겠지만 그동안 사려고 생각만하고 미뤄두었던 파운데이션 전집을
미리 사두지 못한게 후회되네요.
으음, 정가제 시행한다니까 각종 책들을 마구잡이로 할인하는 모습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평균적인 책값 자체가 낮아지고, 대규모 서점이 막가파 떨이를 못하니까 중소 서점이 살아나고, 결국 모두가 윈윈하자는 내용인데…. 중소 서점이 살아날지, 아니면 중고 거래가 더 늘어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정직하게 중소 서점이 부흥하기보다 어째 중고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설사 이상적으로 굴러간다고 해도 당장은 무리겠죠. 몇 달 내로 효과를 보기 어렵고, 얼마나 있어야 안정적으로 정착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뭔가 필요해서 시행하긴 했는데, 확신이 없네요.
저는 시립도서관 등이 어떻게 할지 궁금하더군요. 이전과 달리 이제 시립도서관도 할인 혜택 못 받는다고 하던데…. 예산 편성은 그대로일 테니, 희망 도서 구입 숫자가 줄어드려나.
도서정가제는 기사를 찾다보면 70년대에도 등장하더군요. 당시에는 출판사와 서점연합회간의 일종의 '담합'이었습니다. 서점연합회에서는 정가로 팔겠다는 결의를 하고, 그 결의서에 동참한 서점들에게만 출판사에서 책을 공급하는 식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일부 출판사들이 도서정가제 동참하지 않은 서점(떨이판매 전문 이동서점.. 지금의 '망했어요! 재고처리! 하면서 돌아다니는 단기 의류판매상들 생각하시면 될듯) 이나 도매상에게 책을 공급하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었죠. 법적근거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초반, 전대머리 치하에서 담합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다가 2003년에 정식 법으로 부활한것이었고, 이게 다시 강화되었는데 과연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하네요. 일부 출판사는 벌써부터 특정 도서의 경우 초기 구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간 18개월 이후에도 정가 재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책에 박아넣을거라는데.. 과연?
벌거지님 말씀처럼 '정가재조정 안한다고 했지 중고서점에 떨이 판매 안한다는 말은 안했다' 라고 할 것 같기도 하네요.
종로에서 일하고 있기도 했고, 또 제가 사는 동네에도 알라딘 매장이 오픈해서...
그 동안 제가 구입한 책 루트를 보니 2년 간 거의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산 책이 70% 이더군요.
알라딘 중고 매장에서는 "악성 재고 떨이 상품"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고객이 보다가 되판 "정상적인 헌책"도 물론 절반 정도 되므로 적은 량은 아니지만,
멀쩡한 새책이 정상적으로 잘 팔리지 않아서 출판사에서 창고를 헐어 넘긴 책들도 엄청나게 많죠.
예를 들어 2012년 웅진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웅진출판사 계열 단행본들이 창고 털이를 했습니다.
그 물량이 헌책 유통망에 엄청 유입되었는데, 금쪽같이 좋은 책들도 반값 이하에 멀쩡한 새책으로 팔렸죠.
SF 팬이면서도 분량 때문에 선뜻 구입하지 못했던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 4권도 그 기회에 구해 봤습니다.
저는 그 당시 좋은 책을 싸게 사서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지만, 출판사는 막심한 손해를 피할 길이 없었죠.
우리의 오멜라스도 그 파도를 넘지 못하고 좋은 책을 헌책 유통망에 떨이로 넘기면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책이라는 것은 제작 후 창고에 놓아 두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심지어 10 년 전 쯤 한국을 대표하는 A 모 출판사 관계자와 메일을 주고 받다가 들은 것인데,
나까마에게 떨이로 넘긴 책으로 시장 교란이 우려되어 경영진이 "악성재고를 태워라"라고 하여
출판사 직원들이 멀쩡한 책을 눈물을 머금고 진짜로 태워 없애는 경우도 존재했다고 합니다.
그런 짓도 상대적으로 규모와 여유가 있는 A 출판사니까 가능한 것이고, 대개 창고를 털어서 나까마에게 떨이로 넘깁니다.
그러면 그렇게 나온 악성재고 새책 물량이 헌책 유통망에 대규모로 풀려서 헐 값에 거래되게 되죠.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인터넷 서점을 통한 반값 할인 등으로 악성재고를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출판사들은 악성재고를 헌책 유통 시장에 넘겨서 몇 푼이나가 건지려고 할 수 밖에 없고,
알라딘 중고매장과 같은 대형 헌책 유통 시장에 깔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게 허용된 한정된 용돈 Capa에 비하여 책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은
15년 넘게 온갖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창고 털이로 깔린 재고 서적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녀 왔는데,
앞으로 출판사들이 헌책 유통망에 넘기는 책들이 더 많아지면 당장 많은 책을 접할 수 있으니 좋긴 합니다.
헌책 유통망에서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는 것은 제 경우에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책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여한 작가와 출판사에게는 사실상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판 시장의 산업 생태계 전체를 놓고 생각해 보았을 때 별로 그렇게 긍정적인 일은 아닙니다.
결국 출판사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작가도 번역가 돈을 잘 못벌게 되고,
그로 말미암은 반대급부가 서서히 찾아오게 되겠죠.
책을 보는 특정 소비자에게 피해 보는 법이겠죠. 안 그래도... 우리나라 소비자 비중은 적은 나라에서 이렇게 되면 더 부담 되지요.
그런데... 특정 장르는 거의 세일 잘 하지 않지 않나요?
책을 세일 해서 사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말입니다.
동네 서점이나 중소 서점들이 장사가 잘 안 되니까 도서를 정가에 팔게 하면 사람들이 멀리 안 가고 가까운 데서 살 테니 좀 장사가 되지 않으려나...하는 건데, 한쪽이 장사 안 되게 하면 다른 쪽이 장사가 더 잘된다는 식의 발상 자체가 문제죠. 둘 다 잘 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뭐 그런 귀찮은 일을 정부에서 하려고 들겠어요.
근데 이거 누구에게 이익이 가는 법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한국이 떨이 판매 금지해서 출판사나 서점이 이익을 볼 정도로 책이 잘 팔리는 시장도 아니고 오히려 재고 남았을 때 처리하기만 더 힘들어질 거 같은데.
재고 남은거 저장해 놓을 창고 대여 회사들이 이익을 보려나.
동네 서점 사정이 더 나아질 거 같지도 않아요. 그런 서점들은 가보면 직접할인 10% 조차도 안 하거든요. 정말 급하게 구해야 할 책이 있다던가 직접 한번 보고나서 사야 할 게 아니면 갈 일이 없는 것 같음.
근처 동네서점은 명색으로 뇁둔 베스트셀러 20프로에 문제집 80프로고 보통 인터넷으로 세일 대상이 되는 구간도서는 아예 없는데, 어떻게 동네서점이 살아날지...
이 정부에서 새로 시행되는 법중에 서민을 위한 법이 뭐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겉으로는 그런척하지만 대부분의 결과는 다 재벌, 대기업편 아니었던가.
도서 정가제를 발의한 것은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었습니다. .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발의해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그게 통과되서 시행되게 된 겁니다.
참고로 전자책에 대한 도서정가제를 발의한 사람은 통진당의 김선동 전 의원이었구요.
도서정가제는 야당의 작품입니다 - 여당과 정부가 한 역할은 굳이 반대하지 않은 것 정도죠.
야당이 주도적으로 만든 법안이 채택되어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것을 가지고,
그 법안이 재벌과 대기업 편드는 것이니까 여당과 정부를 까야 한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앞뒤도 맞지 않고 꽤 이상한데요 - 재벌/대기업이 경영하는 출판사 자체가 한국에 없죠.
법안 제정에 앞장 선 야당과 그 의원들에게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놔두고,
"현 정부와 여당이 왜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느냐"고 일단 먼저 그들에게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 이제 폐기되긴 했지만 2003년 원조 도서정가제도 DJ 시절 여당에서 추진한 겁니다.
책을 사랑하였던 DJ가 출판계의 위기를 근심하자, 밑에 사람들이 움직여서 만든 법안이었죠.
야당 민주당 계열이니까 출판계의 위기에 대해 이런 저런 법안이라도 내 놓고 신경쓰는 것이지,
여당 인사들이나 현 정부 관료들은 이런 일에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
그들 입장에서는 건드려 봐야 시끄럽기만 하고 빛도 별로 나지 않는 일을 괜히 벌릴 이유가 없죠.
저는 이번 도서정가제 법안이 결과적으로 성공할 지 실패할 지는 정말 궁금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전체를 생각해 본다면, 이번 도서정가제에 관심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아예 신경도 안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 같고, 현 정부나 여당도 그런 쪽에 편승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도서정가제를 발의한 최재천 의원은 대표적인 "親 게임 산업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이 분은 게임에 대한 규제를 풀고, 게임 산업을 한국 대표 컨텐츠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어제까지 출판사들이 50% 이하 가격으로 재고 떨이를 하자
그렇게 급하지 않은데도 싼 맛에 덜컥 책을 사들인 사람도 많아서,
그 후유증으로 당분간 책을 거의 사지 않는 사람도 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 두 달 출판계 전체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또 한 편으로는 지금까지 불량재고를 처분할 때 인터넷 서점에서 반값 할인을 활용하던 출판사들이
앞으로는 할인판매를 못하고 한꺼번에 중고 시장에 책을 넘기고 급전을 마련할 수 밖에 없게 될 겁니다.
중고 시장에 과거보다 더 많은 새책 - 정상적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흘러나온 불량재고가 많아질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이게 책 시장을 교란할 수 있고, 출판사에도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악성재고를 현금으로 바꾸는 게 최선이겠지만,
길게 보면 시장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생존자의 회고록>같은 책의 경우 2007년 도리스 레싱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너무 많이 찍었는지
인터넷 서점에서 어제까지 정가의 80% 할인한 1900 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 그러더니 오늘부로 품절이죠.
요즘 세상에 책값이 1900 원이면... <생존자의 회고록>을 읽으며 집어먹는 과자값이 더 많이 나갈 겁니다.
그리고...
저 역시 도서정가제 직전 이런저런 책을 너무 많이 샀습니다.
본래 헌책방을 배회하면서 재고서적을 사거나 신간이 꼭 필요하면 책 도매 총판을 찾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중력의 무지개>라든지 지만지 문고판 등 비싼 책들이 50% 이하로 떨이하는 것을 지나칠 수 없었죠.
한꺼번에 산 책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사 놓은 책을 읽으며 지내는 기간이 꽤 길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