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작가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작가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책이 잘 나가지 않습니다.


  작가는 '왜 내가 열심히 쓴 책이 안 나갈까?'라고 판단하겠지요.


  그리고 고민합니다. "정말로 내 책이 별로일까?"


  그러다가 우연히 누군가가 스캔되어 있는 자신의 책을 보는 광경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생각하게 되죠.


  "저렇게 읽는 걸 보면 내 책이 재미없는 건 아냐. 그래, 불법 복제 때문이야."


  그리고 작가는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습니다. 스캔본의 퇴치를 위해서 말이지요.


  작가의 얼마 안 되는 수입은 새로운 책을 쓰는 노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법무법인에게 지불되며 스캔본의 퇴치를 위해서 사용됩니다. 그리고...



  불법복제가 현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이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불법복제가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복제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선량한 소비자로 돌아선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불법복제 100만개가 돈다고 할때, 불법복제가 사라진다고 해서 100만개의 게임이 팔린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불법복제가 당연히 정품의 판매량을 줄이고, 그 결과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크건 작건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가 불법복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고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돈을 주고 콘텐츠를 구입한 선량한 소비자로서는 불법복제가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만족감을 떨어뜨리며, 나아가 콘텐츠의 가격을 올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복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공급자, 즉 저작권자입니다. 앞서 예로 든 것은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지만(실제로 저런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극단적인 경우인건 맞습니다.) 자신의 정당한 저작물이 불법복제로 인해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공급자라면 자신의 작품을 좋게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불법복제를 막으려는 노력을 더 기울일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외부, 즉 불법복제에서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작품 자체의 문제가 원인이 되곤 하죠. (불법복제가 문제가 있어서 수입이 주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때로는 불법복제된다는 것에 상처를 받은 공급자들이 공급을 포기하는 사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작품의 질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불법복제와는 많이 다르지만, 이른바 대여점 시장이라는 것이 바로 그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모두가 가볍게 시간 때우기 작품을 찾다보니 진지하게 접근하는 작품은 외면되는 사례가 생기기 때문이죠.



  이처럼 불법복제는 -설사 실제로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된다고 해도- 의외로 많은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불법복제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데는 바로 이 같은 이야기가 모두 포함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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