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에 대해서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것을 보거나 플레이한 시점에서(즉 잠시라도 즐긴 시점에서) 모든 이유는 의미가 사라진다."라고 어떤 저작권자는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불법복제를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그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지요. 돈이 없어서? 재미가 없는 영화를 보고 손해볼까봐 겁나서? 구입하기 힘들어서?

불법복제에 대해서 백가지 이유를 대도, 그것을 실천하여 콘텐츠를 사용한 순간 그것은 이유가 아니라 변명이 되어 버립니다.


간단히 생각해보죠. 현재는 식당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따금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 식당을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식당을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내면 될까요?

아니면 수많은 과자가 있는데, 과자를 한 입 먹고서 맛 없다고 돈을 안낸다고 하면?

자본주의 사회건 뭐건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 불법 복제를 한다.'라는 건 단지 변명에 불과합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정보가 존재합니다. 이를 확인하고 정말로 마음에 드는 뭔가를 찾아서 구매하면 되겠지요.

만일 마음에 안 드는 뭔가에 돈을 지불했다? 그렇다면 그 작가나 회사의 작품을 다시는 안 사면 됩니다. 다른 작가나 회사의 작품은 별개인 것입니다. 합리적인 소비라는 건 그렇습니다. 내가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한다면 다시는 바가지를 당하지 않게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는거죠.

가령 최근에 한국의 과자, 한국에서 파는 전자 제품이 인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지요.(실제로 그러했고) 그 결과 한국의 과자가 아닌 외국의 과자를 돈 주고 사고 있으며, 멀리 미국이나 중국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합리적인 소비인 것입니다. 질 낮은 한국 과자를 '애국심을 위해서' 사는 것이야 말로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있어야만 자본주의 시장이 제대로 돌아갑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더 싸고 좋은 물건을 구입하는 행동을 통해서 시장은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소비자는 스스로 손해를 보았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때 생기는 법입니다. 구매하기 전에 더 꼼꼼하게 상품을 살펴보고 가격을 생각하고 비로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지요.

합리적인 소비자가 늘어나면 소비자의 혜택도 늘어납니다. 공급자는 가격을 낮추고자 노력할 것이고, 소비자가 자신의 제품을 판단하기를 바라며 체험판이나 예고편이나 맛뵈기나 시험 같은 혜택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만큼 소비자는 이익을 얻게 됩니다. 반면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자(불법 복제 사용자도 합리적인 소비자는 아닙니다.)가 늘어나고, 불법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공급자는 소비자에 대한 혜택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이게 됩니다.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가 생긴다면(최소한 공급자가 그렇게 느끼게 된다면) 공급자는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정당한 소비자의 혜택은 줄고 불편이 늘어납니다.

사실 정당한 소비자들이 불법복제를 비난하는 것은 이러한 점도 있습니다. 만일 불법복제가 거의 없다면 공급자들은 불법복제를 막기보다는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게 됩니다.

불법복제가 너무 심해서 피해를 보았다고 공급자가 판단하면 극단적으로는 생산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창작자들은 창작을 취미이자 직업으로 삼는 이가 많아서 쉽게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지만, 불법복제로 인해 상처받는 것만으로도 창작의 열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소비자에게도 엄청난 손해입니다.


법에 경중이 있는 것은 맞지만, 불법다운로드는 도둑질이 맞습니다. 바늘 도둑과 소도둑은 경중이 다르지만 도둑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앞에 '불법'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 않습니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저 자신 불법복제를 사용합니다. 반면 그 이상으로 많은 정품을 구매하고 사용하지만, 그것이 불법복제를 정당화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차를 운전하다보면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밤에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데다 급하게 가야 하는 상황이거나...) 하지만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게 당연한 일은 될 수 없습니다.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것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불법복제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모든 것을 무료로 뿌리는 겁니다. 이를 오픈소스라고 하지요. 하지만 오픈소스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만인이 사용해 주기를 바라는 기쁜 마음으로- 무료로 뿌리는 것이지 '남이 만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 저작권자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모두 무료로 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이나 원고를 쓸때 들어간 노력과 시간을 보상받고 싶거든요. '미래경'이라는 동인지를 만들고 있는데, 원고료를 지불합니다. 작가들의 노력은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리는 글들도 저작권이 있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픈 소스'로서 공개합니다. 돈을 받고 강의를 하고 있지만, 때로는 무료 강연도 하고, 무료 강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를 강연 기부라고 하죠. '기부'는 자신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말이지요. 반면 강연이나 강좌를 들으면서 돈을 내기도 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니까요.


슬프거나 기쁘거나 즐겁거나 화나거나 무섭거나 힘나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우리 마음이 움직여지는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금전적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상대죠. 그 금액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포기하면 됩니다. 세상에는 그것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많은게 있거든요.

가령 영화를 보는데 돈을 들이지 않아도 TV를 틀면 영화가 많이 합니다. 케이블 방송도 있으니까요. 애니메이션도 그래요. 게임도 무료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실은 과금 시스템이 있지만, 과금을 하지 않고도 볼 수 있습니다.) 책이라면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도 좋겠군요. 영화도 영화진흥원 같은데 가서 볼 수 있고, 문화원에서도 볼 수 있고...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고 '내가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고 -상대가 정한- 돈을 내지 않는다.'라는 것을 우리는 도둑이라고 부릅니다. 그렇지 않다고 정당화하려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변명일 뿐이며, 저작권자의 생각을 무시하는 이기주의에 불과합니다. 자신이 저작권자라면 과연 어떨까 생각해 본다면(아니면 자신이 저작권자라면), 불법복제를 정당화하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강가에서 돌을 던질 때 그 돌에 의해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진 말이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불법복제로 피해를 입은(최소한 입었다고 생각하는) 저작권자가 "불법 복제는 당연한거야."라는 말을 들었을때 어떤 마음이 들까요?


불법 복제를 통해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말리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불법 복제 그 자체가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합리적인 소비자의 가능성을 가로막으며, 창작자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 생각하는 만큼 나쁘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저 자신도 완전히 깨끗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복제는 정당하다"라는 말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은 돈을 주고 콘텐츠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선량하고 합리적인 소비자에 대한 모욕이며, 창작자의 노력을 무시하고 창작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니까요.


여담) 오십보 백보라는 말이 있지만, 하나라도 정품을 쓰는 것과 하나도 정품을 쓰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는 공급자의 노력을 인정하는 선량하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며, 후자는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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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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