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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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몇일 안 남았습니다.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도서는 포인트 적립 등을 포함해 정가의 15%이상 할인 판매 할 수 없게 되고 큰 폭으로 할인하곤 했던 재고 성격의 구간들도 15% 할인으로 고정됩니다.
이보다 먼저 시행된 유사법이 있는데 바로 단통법이죠. 휴대폰을 누군 싸게 사고 비싸게 사고 보조금의 과열 지급으로 시장이 혼란된다며 보조금액을 제한한게 단통법인데 딱 시행취지와 방법이 도서정가제와 똑같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문체부는 책값 부풀리기가 사라져 책값이 낮아질거라고 하던데 방통위가 주장하던거랑 다를게 하나가 없습니다. 사실 단통법의 효과를 생각할때 도서정가제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까도 뻔해 보입니다. 전 살면서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는 가격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눈이 안 좋아서 그런가요?
책값은 그대로에 판매는 위축되고 중고도서의 가격은 상승하고 대리점에 비유할만한 중소형 서점의 영세사업자들은 큰 불황에 시달릴겁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책은 필수제도 아니고 당장 책 안 읽는다고 입 안에 가시가 돚는 것도 아닌데(물론 아닌 분들도 계시겠지만...) 할인 제한으로 사실상 가격이 올라버리면 책을 안 사지 누가 책을 사겠습니까. 물론 훌륭한 독서가들은 꾸준히 사겠지요. 저 같은 불량 독서가가 아니라면...
단통법도 그렇고 도서정가제도 그렇고 관료주의의 폐해인지 우리나라의 문제인지 문제 해결에 있어 근본은 생각하지 않고 규제만을 남발하는걸 보면 최근 의료사고건도 그렇고 의료사고 일으키는 의사를 보는 느낌입니다.
지금도 책은 많이 사지 않는 편입니다만 앞으로는 도서관에 희망구매도서 좀 꼬박꼬박 제출해야겠군요. 사실 정말 제가 생각한데로 된다면 기대되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SF 도서관 방문객이 늘어날 것 같네요. ^^;
비주류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
제가 기억하기로는 애초에 도서정가제라는것이 온라인 서점의 부흥으로 인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온라인 마켓을 규제하고 오프라인 마켓이 적응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그 과정에서 경쟁력 떨어지는 오프라인 마켓의 서점들은 자연히 퇴출) 제정한 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오프라인 마켓을 연착륙 할 수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나왔는데 당시에도 온라인 서점이 신간에 대해서 높은 할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출판사와 오프라인 서점간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있는것이 아니냐? ' 이 고리를 끊지 않고 그저 보호만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죠
그저 정가만 보호해주고 실질적인 책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종이 넘기는맛을 포기하는 독자는 증가할 것이고 E-book 시장으로의 편제만 가속화 시킬 뿐이 되겠죠. 그나마 2003년에는 E-book 시장의 토양이 부족하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니까요. 오프라인 상점을 보호하기 위한 법(2003)이 출판시장을 보호한다며 설치더니(2007) 결국 E-book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면(2014) 참 아이러니한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간 할인 금지는 그래도 납득하겠는데, 구간까지 손대는 건 너무했죠. 책이 영화 같은 것처럼 단시간에 반짝 팔리는 것도 아니고요. 괜히 스테디셀러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죠. 고전이 명작이라는 말처럼 예전에 나온 책들도 계속 진열대에 오르니까요. 꾸준히 팔리면, 그만큼 시기에 따라 판매 정책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가격을 낮추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비정상적이지요.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가격 경쟁에 따라서 가격이 내려가게 만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중소 규모의 서점이 피해를 본다...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도움을 통해서 해결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지금으로선 이 법이 결과적으로 동네 서점에 도움이 되길 바래야 겠지만, 사실 동네 서점은 학습지 장사로 돈을 버는 마당이라.... (잡지라도 많으면 뭔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단통법 사태이후 도서정가제와 단통법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법은 목적이 전혀 다릅니다. 단통법은 잘 아시다시피 소비자의 박탈감, '나는 비싸게 샀는데 누구는 발품팔고 정보 얻어서 싸게 사네?' 를 없앨 목적으로 '모두가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이었죠. (실제로는 모두가 비싸게 사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지만) 발품을 팔면 싸게 살 수 있는게 당연하지만, 이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을 넘었죠. 누구는 80만원주고 샀는데 누군 20만원에 산다면 가격차가 400%가 나는 셈이니까요. 일단은 소비자를 위한 법입니다.
도서정가제는 엄밀히 소비자를 위한 법이 아닙니다. 생산자를 위한 법이죠. (애초에 출판업계는 프랑스같은 '할인 없는 도서정가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 출판계가 도서정가제 강화를 주장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크게 외친 것이 '동네 서점(오프라인 서점)의 보호' 였습니다. 이게 한 10년전이면 모를까 지금와서는 동네 서점 다 망하다 시피 했는데 보호는 택도 없는 이유죠. 사실은 생산자와 판매자간의 주도권 싸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대형서점들이 주도권을 잡고 출판사들이 기를 못펴고 있으니 어느정도 균형을 잡아 달라는 것이죠. 책을 실물로 보기 어려워지니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주로 구입하는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에 의존하게 되고,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마케팅 비용 및 볼륨 구매 등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조건을 유리하게 가지고 가거나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도서 정가제는 생산자와 판매자간의 균형을 잡아서 생산자가 책을 계속 낼 수 있게 해달라는 법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책을 사랑하는 여러분, 책을 내는 출판사가 힘들고, 출판사들이 망하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책이 안나와요. 그러니 (책값 인상을 억제해보도록 할테니까) 책살때 조금만 더 돈을 쓰시면 우리나라 출판 문화가 살아나요' 라고 호구 잡히는 격이죠.
개인적으로 도서정가제를 한다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시장 흐름을 인정하고 '동네 서점 살리기' 같은 소리를 하지 말고 온라인 서점의 주도권을 독과점 방지법 같은 걸로 잡아보던가 해야지.. 지금처럼 온라인 서점이 중고서적, 오프라인 서점까지 진출하고 있는데 헛점 많고 할인율도 애매하게 강화해봐야 효과는... 글쎄요..
마지막 문장에 나타내신 전망은 저도 좋습니다. 표도기님께서 운영하시는 SF & 판타지 도서관이 번창하기를 바라니까요. 그렇지만, 간신배 같은 관료와 이들과 야합하는 정치꾼 때문에 그릇된 정책이 거듭해서 나오는 점에서 만큼은 아주 나쁩니다. 관직에 있는 사람이 쓸모없으면 관짝에 있는 사람이 더 났겠다는 생각을 나날이 깊게 하니까요. 직위가 높을수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