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jpg

이 영화에서 테이큰보다 더 빠른 게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수면에 빠져드는 속도. 
낚시성 홍보의 적절한 예.





가끔 그런 일이 있죠. 

갑자기 사람을 만났는데 뭔가 하려고 해도 문득.......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는 그런.....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때야 밤새도록 뭔가 할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때 보통은 밥을 먹고 영화를 봅니다. 

이 툼스톤이라는 영화는 그렇게 봤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개봉한줄도 몰랐습니다. 마치 취준생이 자소서 쓰면서 그런 회사가 존재한다는 걸 처음 깨달을 때와 비슷한 식으로 영화를 본 셈이죠. 

테이큰 1, 2 와 논스톱을 다 보기는 했지만 딱히 영화관을 가서 봐야 할 정도라고 생각은 안 했었기 때문에 리암 니슨이 나오던가 말던가 딱히 신경써서 기억해두진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도 영화 비수기라서 딱히 이렇다 할만한 영화도 없었기 때문에 보게 된........ 그런 영화입니다. 

사실 리암 니슨은 굉장히 다양한 영화에 나왔는데도 테이큰 이후에는 이러저러한 영화에 저러이러한 역을 할거라는 묘한 기대랄까 예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들어간 저 역시 포스터만 보고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를 본 사람은 네이버 평점에서 1 점을 누르겠죠.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액션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냥 순수 스릴러인데 스토리의 전개와 사건 배치, 연출은 다음 사건으로의 전개가 어찌 될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건 영화로서는 괜찮은 점이죠. 

하지만 범인이 누굴까 라던가 어떻게 범인을 쫓을까......범인의 동기는 뭘까.........등등 같은 흥미로운 장치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은근슬쩍 대충 설명하던가 금방 까발리고는..........

점차적으로 스릴러로서의 숨겨진 의문이나 미스테리 같은 것이 아닌, 리암 니슨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이 사건이 마무리될까라는 단순한 의문만이(그리고 리암 니슨의 드라이할정도의 쿨간지가) 영화를 끌고가게 됩니다. 

뭐 그것만으로도 그렇게까지 나쁜 건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고 대신 다른 부분을 조명할 땐 포기하는 부분보다 취한 부분이 더 흥미로워야 하는데 솔직히 그정도는 아니었다...............라고 할만한 그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거슬렸던건 리암 니슨이 분한 탐정이 경찰이었을 때 알콜중독자로서 저지른 실수.........

그게 영화 시작하자마자 깔려 있고 그 이후 이게 무슨 케릭터의 트라우마 인 듯 종종 깔아두는데 마지막 영화 결말신에서 이걸 엮어내는 부분이 뭐랄까.......좀 뜬금 없다고 해야 하나 심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해야 하나.......그랬습니다. 이거 혹시 맥거핀인가? 라는 의문이 살짝 들었을 정도. 

그 부분에서 종교 문구(아마도 기독교?) 나레이션을 이용해서 썰을 풀어내는데 기독교인은 이해할런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뭔소리야?' 싶었음. 그렇다고 무슨 일라이처럼 급작스럽게 종교 영화 포지션으로 태세 전환하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여튼간 빠른 속도감의 테이큰 같은 액션이 아니라는 걸 미리 염두에 두고 본다면 그럭저럭 볼 만은 할 지도 모를 어둡고 묵직한 스릴러 영화. 
(포스터 아래 달아 놓은 첫줄은 농담이 아니라 레알입니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소재와 전반적으로 깔린 잿빛톤의 음울함은 세븐을 연상케도 하지만 강력한 한방이나 클라이막스가 없다고 해야 하나. 

좋진 않지만 그렇다고 캐구리지도 않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리암 니슨 나온다고 테이큰 짝퉁 정도 생각하고 본다면 숙면을 취하기 딱 좋을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