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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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보다는 시스템을 믿습니다.
가장 살갑게 지내는 부부 사이의 이혼율조차 30%에 이르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이성이라기보다는 동경에 가까운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누가 더 능력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냐고 싸우는 것보다,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사람을 어떻게 걸러낼 수 있는가 하는 시스템을 고찰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당이나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정당 체계, 대통령 체계 같은 시스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저 글에서 짚고 있는 사법부도요.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사법부는 대단히 독립성도 없고 국민 의견도 반영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법 기관이라는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의를 반영하고 다른 정부 기구를 현실적으로 견제할만한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나라의 장래를 위해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사회는 이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어. 보통 사람은 보통 사회밖에 못 만들지.
- 애플 시드: 아테나 -
저는 그 어떤 사람도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정해진 시스템을 믿는 편입니다.
시스템은 공개되어 있고 불완전하면 개선하면 되지만, 사람은 그 속을 알 수 없고 언제 타락할지 모르는 터라...
인격이나 능력에 상관 없이 지켜야할 규칙, 즉 시스템이 있다면, 그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믿음직하게 10년 20년 일해왔다 하더라도 흠결이 발견되는 순간 아웃될 수 있죠. 그 뒤에 후임자를 뽑으면 그만이구요. 하지만 그 반대라면,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변질하는 순간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인터넷에서도 대형 커뮤니티가 운영자의 삽질로 단기간에 무너진 사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시스템이 미비하면, '믿었던' 사람이 발등 찍는 순간 망하는 거죠.
시스템이 성숙해야한다는 취지에는 일부 동감하지만 르혼님의 사람을 배제하는 태도에는 동의하지를 못하겠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나 시스템은 존재해왔습니다. 문제는 그 시스템에 사람 마음대로 인위 변조를 가하거나 엿장수 마음대로 해석을 해서 제멋대로 적용한다는 것이었죠.
시스템은 분명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만들고 준수하고 개정해나가는 사람도 믿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스템이란 곧 법과 제도를 의미합니다. 고로 시스템과 사람이 이상적인 협업을 이뤄나가는 것은 이른바 완전한 법치주의의 실현이죠. 독일이나 스위스같은 나라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법과 제도가 있으면 뭐합니까. 사람들이 전혀 지키지를 않고 우습게만 보는데. 그리고 설사 법과 제도가 불완전하다고 하더라도(아니면그렇게 개인적으로 느끼더라도) 법치주의의 근간은 그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 조차도 현 체제 안에서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개개인에게 가하는 압력과 작용은 편차가 심하고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평가도 극심하기 마련입니다. 시스템의 권위가 절대적이어야만 시스템을 흔들고 나아가 법치주의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분란을 종식할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집권하고 기능하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체제라는 전제가 있을 때에만 성립하는 일이죠.
자신이 느끼기에 시스템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해서 체제의 밖으로 벗어나는 과격 돌출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볼때 명백한 반란행동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보여지는 각종 행태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색을 모두 빼고 보더라도 충분히 비정상적이고 반체제적인 움직임입니다.
르혼님의 글은 국가나 정치체제가 일련의 파국을 맞이할 때, 그 책임은 불완전한 시스템에 있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파국을 타개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보신다는 얘기겠죠.
저는 여기에 위와 같은 이유때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가치관과 시민의식에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결코 선진 법치사회로 발전할 수 없습니다.
당장 국회 선진화법만 보셔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말씀에 어폐가 있군요.
전제주의는 독재자 혹은 독재 수뇌에 의존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는 국민 전체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고로 어찌되었건 모두 사람이 중요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승만 자유당 시절, 사람들은 고무신 막걸리에도 표를 줬습니다. 사람이 우선하지 않은 시스템의 진보가 어떠한 소용이 있습니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아프리카에서의 에볼라 사태를 보세요. 방역체계가 돌아가고 있음에도 현지인들은 정부와 과학을 믿지 않고 미신과 토속신앙을 신뢰합니다. 감염자를 격리시켜야하는데 격리시킨다고 항의 폭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과 시스템은 서로 협업하는 것이고 한데 묶어가야하는 것이지 한쪽을 만능주의라고 주장하면 안됩니다.
글쎄요..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문제 같습니다.
이를테면 시스템이 자동차라면 사람은 운전사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운전사가 베스트드라이버라도 폐차 직전의 자동차를 가지고 제대로 운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완벽한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최신형 차라도 미치광이 운전사가 절벽을 향해 질주해 버린다면 사고를 면할 수 없겠죠.
르혼님이 말하는 '시스템' 역시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렇게 막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 자체가 막장이 되지 않았나요?
'시스템' 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지만 반대로 '시스템'에 모든 것을 기댈 필요도 없을것 같습니다.
물론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 사람이고, 사람이 없으면 시스템도 없습니다. 참솔 님 말씀은 거의 대부분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나라가 막장이냐, 라는 면에서는, 저는 오히려 경제적인 면 말고 문화적인 면에서는 개선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정치가들이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인데, 그럼 예전엔 점잖았고 요즘 정치가들이 갑자기 싸가지가 없어졌냐 하면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거든요. 전반적으로는 전보다 훨씬 점잖아졌지만,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에 노출되는 비율이 그보다 더 급격히 많아졌기 때문에 막말이 눈에 더 잘 뜨이는 거라고요.
요약하면 닭이 먼저냐 달갈이 먼저냐라는 원론적인 부분에서 동의하지만, 제가 지금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기에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시스템 쪽을 더 강조하는 겁니다.
만약 예전보다 더 상황이 나빠졌고, 그게 사람의 문제라면, 이런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죠.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모바일로 입력하고 있어서 오타, 비문도 많을 것이고 정리가 매우 힘드네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당연히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야 되는거죠.
문제는 (완성이란 것도 존재할 수 없지만)현재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야구를 예로 들어 비유해보자면, 프로야구에서 감독은 실제로 뛰는 플레이어도 아니고 팀전력에 큰 역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감독을 잘못 뽑으면 그 팀의 시스템을 망치고, 팀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감독이 장기 집권하면 다시 돌리기 힘들만큼 무너져 버리죠. (감독만이 아니라 프론트, 코치 및 구단 관계자에 모두 포함해서 시스템의 운용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시스템을 중시하는건 당연히 맞는 말씀이라고생각합니다. 다만 시스템과 사람은 양쪽 다리와 같아서 어느 한쪽만 움직이려하면 쓰러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이고 좋은 링크라 생각해 추천 한 표 찍었습니다.
시스템은 완벽해질 수도 없고,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 필요한 것도 맞습니다. 게다가 어떤 시스템이 더 낫다는 것도 '현재 상황'에서 그렇다는 거지, 상황이 변하면 오히려 예전 시스템이 낫게 될 수도 있죠. 여러 모로 진화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감독에 따라 팀 수준이 달라진다는 예를 드셨는데, 얼마나 좋은 감독이냐가 사람의 영역이라면 '감독이라는 직책을 두느냐 마느냐' 까지도 시스템의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에 저는 시스템을 더 중시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니 사람 없으면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운영 유지는 둘째치고 애초에 사회 시스템의 목적 자체가 '사람'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요.
하지만 자연 상태의 '사람'이 과연 어떤 동물인가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사람 (정확히는 인간성)과 시스템을 동일 비중으로 놓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자연 상태의 인간과 무척 거리가 먼 삶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고,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제작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소말리아 국민들이 우리보다 지능이 떨어져서, 혹은 인간성이 나빠서 나라가 개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시스템이 없으니까 '자연 상태' 이하로 떨어진 것이죠. 자연 상태에서 남자의 사망 원인 30%가 살인이고 평균 수명이 20살에 불과한 인간이 지금 우리 같이 풍족한 물질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건, 전부 선조와 다른 국가들로부터 대대로 물려 받고 개선해온 시스템 덕분인 겁니다.
이것은 재능과 노력과 같은 관계라고 보면 될 겁니다.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연습해도 일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지만, 반대로 노력이 없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해도 피아노가 뭔지조차 모르고 일생을 살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노력보다 재능을 치겠지만, '프로 피아니스트로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노력을 우선시할 겁니다.
제가 정치 관련해서 바라는 목표는 완벽한 사회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고, 좋은 사람을 찾아내기보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가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을 '찾아내고 제 자리에 앉히는' 것도 시스템에 크게 좌우되니까 말이죠.
덧) 추천 감사드립니다. 늘 모임에 분란만 가져오는 것 같아서 껄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조금 위안을 얻게 되네요.
http://www.nocutnews.co.kr/news/4100569
시스템 얘기 나온 김에 링크 하나 더 추가합니다.
저는 여기 나온 대통령 권한 분할과 중임제 외에도 국회의원 대선거구제, 비례 대표 증가 (현재 2:1에서 최소 1:1 수준으로), 그리고 원내 교섭 단체 최소 기준 완화 (20명에서 5~10명 정도로)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3당이 힘을 얻고 지역인기표가 아닌 정책 정당 구조로 바뀌려면 지금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보거든요.
그 외에 사법부에 대해서도 좀 더 대통령의 입김이 줄어들고 민의가 반영되도록 변경했으면 좋겠는데 생각이 짧아서 구체적으로 어땠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떠오르는 게 없네요.
사람 중심 → 시스템 중심
제게는 어떤 조직이든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호흡보다도 자연스러운 겁니다.
실은 20 년 넘게 이런 것을 배워왔고, 가르쳐왔고, 실제로 조직에 적용하는 일을 하다보니...
민주주의는 대표적으로 사람 중심의 국정 운영을 시스템 중심으로 바꾼 제도입니다.
여기에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는 왕정/제정은 오직 사람만 바라보는 제도이죠.
옛날에는 새 나라를 창업한 위대한 창업주를 왕/황제로 모시고, 그 사람의 능력에 의지했습니다.
창업주는 당연히 드물게 보는 능력자일 수 밖에 없고, 그의 치세는 훌륭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왕이 바뀌면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닐 경우 급전직하합니다
똑똑하고 성실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그 아들이 골통이거나 불성실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면 그 나라는 통채로 골로 가는 것이죠 - 이게 왕정/제정의 특징입니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수상을 계속해서 갈아치웁니다 - 국민이 선출하여 집권하죠.
지도자가 바뀌어도 나라를 운영하는 기본 틀은 유지됩니다 - 이런 게 시스템인 것이죠.
제도에 의해, 법에 의해, 그리고 선거로 집권 세력을 결정하는 국민의 감시에 의해 국가가 돌아갑니다.
왕이 똑똑할 지 멍청할 지에 따라 국가가 융성하거나 쪽박차거나를 도박하듯이 거는 것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똑똑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또 지도자가 바뀌어도 국가가 일관성 있게 운영되도록 법과 제도로 통제하므로 훨씬 낫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독재가 더 안정적이고 민주주의는 늘 시끄럽고 갈지자 걸음인 듯 싶지만,
조금 떨어져서 넓게 보면 민주주의가 더 안정적이고 독재나 왕정의 기복이 훨씬 더 심합니다.
모든 시스템은 사람이 운영합니다. 따라서 시스템 운영의 결과는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됩니다.
그렇지만... 잘 만드어진 시스템은 사람이 똑똑하든 멍청하든 그 결과의 편차가 크지 않습니다.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어느정도 일정수준 결과를 보장하는 게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의 궁극의 목표는 바보가 운영하더라도 큰 과오없이 결과를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수 십 년 전부터 "미국인들은 되도록 대통령을 멍청한 바보로 뽑는다."는 농담반 진담반 얘기가 있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든 하여간 국가가 돌아가는 겁니다. 쪽박도 대박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굴러가는 것이죠.
한국은 오로지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대통령 능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사해에 충만한 왕/황제의 은총을 기대하던 왕정/제정 시절의 마인드와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누구보다 강력한 독재를 했고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으며 그래서 대통령이라기보다 왕이었던 사람,
1960년대와 1970년대 20년을 지배한 박통을 "위대한 왕"으로서 그리워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엄청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시스템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위대한 왕이 출현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사람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사람이냐 시스템이냐는 답이 없는 문제죠. 제자백가때부터 내려왔던 논쟁아닙니까. 유가는 사람, 법가는 시스템.
아무튼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시스템이 존재하고,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의 정체성이 규정되기도 하는 만큼 그 둘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결국 궁극적인 '진보'냐라고 한다면 저는 시스템에 손을 들겠습니다. 인류 정치의 발전사는 결국 시스템의 발전사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좀 유물론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시스템의 구성원인 사람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그 과정에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당장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두세대쯤 지나자, 벌써 세계의 공기가 다시 불온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전쟁의 상흔은 3세대가 지나면 잊혀진다는 프랑스 여류 사학자의 말이 와닿는 요즘이죠.
르혼님이 말씀하시는 '사람 vs 시스템'에서의 '사람'과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시스템이 있다'는 문장 속의 '사람'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자의 '사람'은 시스템 혹은 시스템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르혼님의 '사람'은 시스템을 이루는 구성원, 혹은 구성원의 총의라기 보다는 구성원들에 의해 선출되거나 혹은 어떤 천부적으로 주어진 권한에 의한 '대표자'나 '리더'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리더나 혹은 국한적 의미의 시스템 구성원, 즉 사회로 본다면 정치적 지도자와 행정체계를 운영/관리하는 공무원이나 의회를 '사람'으로 본다면 저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질 것이고 범의적 시스템 구성원, 즉 시스템을 운영/관리할 뿐 아니라 결정하고 그로 인해 혜택받는 수혜자까지 포함하는 사회구성원 전체라면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질 것 같습니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그로 인해 '시스템'은 다양한 변수를 맞이해 삐걱일 수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그 '사람'이 그 시스템과 관계된 구성원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사람의 불완전한 한계를 시스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보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고 시스템 중심이 되다보면 자칫 사람이 시스템의 부품화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즉, 사람이 사람 스스로를 위해 사회를 구성하고 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어느샌가 시스템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상황 말이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지도자나 운영자에 의존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 리더가 천부적인 어떤 조건(혈통이나 세습 등에 의한 군주제)라면 말할 나위도 없지만, 투표나 구성원의 총의를 통해 선출된 사람인 경우에도 '사람'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러한 의존은 개인의 자질에 따라 편차가 크고, 자칫하면 그 '사람'만의 시스템에 다른 구성원이나 사람들이 종속되는 부품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왕조국가에서는 현명한 군주가 나오게 하는 것이 그 시대의 최고의 과제였지요.:
민주주의처럼 권력을 교체할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왕조국가에서도 장점은 있습니다. 정말로 현명한 군주가 안정된 국가 운영을
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명군은 늘 나올 수 있는것 이 아닙니다. 자칫 폭군이 나오면 명군이
그동안 해놓은 것도 뒤엎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정치가라도 임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능력을 일정 부분 밖에 쓸 수 없다는
부분이 있지만, 그가 속한 정당과 관료들이 더 뛰어난 인재를 배출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보다 시스템이 더 안정적이라는 겁니다.
사람 중심과 시스템 중심 체제의 단점만 가지고 있는 나라도 있지요. 아시아 어느 동쪽의....
똑같은 문제를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 조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아닌 "오너 중심의 대기업"입니다.
어떤 대기업이든 창업주는 당연히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우수한 역량, 시운, 게다가 치열한 노력이 있었고, 주변 환경까지 도와주었습니다.
거의 맨 주먹으로 시작한 케이스도 있고, 대대로 상인이었지만 창업주가 확 키워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계자가 창업주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우수하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창업주의 아들은 그냥 그분의 아들일 뿐, 그분의 역량을 이어받고 말고는 도박에 가까운 것이니까요.
멍청한 아들이 대기업을 이어받으면 얼마 못가 그 기업은 기울어지고, 결국 망해버리게 됩니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장악한 대기업이 위험한 이유는, 왕정/제정 정치의 위험성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대기업 대부분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겁니다 - 그래서 당연히 문제가 빈발하고 있죠.
한국의 대기업 태반이 빚더미에 깡통이어서 털어먹고 싶어도 털어먹을 게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대부분 창업주의 2세 3세가 기업을 말아먹어서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진짜 규정대로 대출을 심사하고, 규정에 미달할 경우 바로 채권을 회수하면... 버텨낼 기업 별로 없습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대기업들은 은행권이 규정대로 대출 추가 연장을 단 한 번이라도 거절하면, 그날로 부도 처리됩니다.
그 만큼 한국 대기업들은 재무적으로 부실하고, 대출에 의지하고 있으며, 방만한 상태로 대강대강 유지됩니다.
이게 IMF 때 한 번 대대적으로 정리되긴 했는데... 또 방만해지고 있습니다.
재벌 2세 3세가 근본적으로 착실한 사람인 케이스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진짜 규정대로 잘못한 기업을 날려버리자니 실업 문제가 걱정이고 하니까,
결과적으로 기업은 그냥저냥 살려두고 재벌 총수만 감옥에 잡아 넣고 그러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정말 시급한 문제는
어떻든 민주주의를 통해 대표를 뽑고 있는 정치쪽보다는
왕정의 문제를 답습하고 있는 오너 중심의 재벌쪽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멍청한 후계자가 사고를 치고 재벌 기업을 망쳐도, 사실상 손 쓸 길이 없으니까요.
우리가 지금 가장 나은 시스템이라고 믿고 있는 이 민주주의 시스템도 분명히 완벽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시대가 흘러가면서 그 시대상에 따라 요구되는 시스템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가령 과거 미국에서는 집권여당이 관료인사권도 획득하는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시스템이 나름 잘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행정부의 움직임이 대통령 및 집권당의 뜻이 같아 일을 하기가 무척 수월했고,
관료조직과 집권여당이 함께 국민여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료인사권을 집권당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사비리 등의 문제가 서서히 부상되었고
급기야 가필드 대통령 암살사건까지 터졌죠. 대통령 당선을 위해 힘쓴 사람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약속한 관직을 주지 않자 불만을 가져서 살해한 사건이였습니다. (사실 여기에 대해서 별별 말이 다 있습니다.)
이런 문제까지 생기고 나니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미국은 관료조직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하고,
능력 위주로 관료를 임용하는 시스템으로 체제를 바꿨습니다.
지금 우리가 좋은 체제라고 생각하는 삼권분립이나 국민투표 같은 방식도 언젠가 한계를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이 악용당하는 헛점들을 개선하고 단점을 극복해나가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되고,
덧붙여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서 계속 업그레이드 해나가지 않는 이상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구호도
헛되거나 심지어 독이 될 수가 있겠지요.
시스템 중요하죠.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든 시스템도 사람 잘 못 들이면 그냥 황이에요.
인간 하나 잘 못 갖다 박아서 언론이 장악당하고 나라 곳간이 다 털렸으며 민주주의가 후퇴한 꼴을 7년 째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 우위론은 공허할 뿐입니다.
한국은 시스템이 구려서 그렇다고요? 한국만한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 드물어요. 그런 식의 논의라면 영원한 핑퐁질만 남겠죠.
저도 한때는 잘 갖춰진 시스템을 믿었던 적이 있었으나
보다 중요한 건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아무리 잘 갖춰진 시스템이라도 그걸 운용하고 감시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