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본질은 지난 번에 썼던 얘기와 같습니다. 그렇지만, 차이를 둡니다.

  깡통 진보 구분법 1. 클럽의 자유게시판에서 안티노님이 쓰신 얘기를 보았습니다. 얘기를 살피니 '지행합일'이다는 교훈을 찾습니다. 다른 이가 했던 잘못에서 배움을 얻으면서 방 안을 청소했습니다. 청소하면서 판본이 두 개 있는 책 세권을 보았습니다. 책 세권을 보는 순간, 도서관에 기부하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마음에 급히 따릅니다.



  먼저 간 곳은 임실공공도서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거기에서 책을 많이 빌렸습니다. 신세를 많이 졌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거기먼저 찾았습니다. 갔더니 기증한 책을 빨리 받을 수 없는 사정을 접했습니다. 함부로 알려서는 안될 부분이 있으니까 자세히는 알리지 않지만, 책을 새로 받을 공간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새로 받는 책을 정리하느라 열람실을 닫혔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주는 책이 임실공공도서관에서 빨리 받지 못한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빨리 전달하고 싶으니까 다른 데로 갔습니다. 바로 군부대입니다.


  어디인지는 알리지 않습니다. 군에 관련 있는 사항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니까요. 집에서 가까운 편이다. 이렇게만 알립니다. 자전거를 타며 군부대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갔습니다. 그러면서, 거기에 있는 절차에 따라 책 세권을 기증했습니다. 받는 이에게 번거롭게 느끼니까 다른 방법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방책이 가장 나을까. 쓰는 도중에 고민합니다.


  쓰다보니 기증했던 책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보르코시건 시리즈 01, 02, 03. 이 세 책입니다. 부제를 적는다면, 명예의 조각들, 바라야 내전, 전사 견습입니다. 미리 사놓은 책이 있으며 선물로 받았던 책에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망설이게 없었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을 때 도와주자. 이런 마음에 충실히 따를 수 있었습니다. 안티노님이 쓰신 얘기가 이런 마음을 지피게 한 셈입니다.



  암석에서 보석을 찾아 세공했다. 이렇게 비유합니다. 비난에서 선행을 하는 계기를 얻었으니까요. 이러니까 안티노님은 뜻하지 않은 선행을 하셨습니다. 잊고 지냈을 '지행합일'을 되살리도록 하셨으며 저한테 깃든 탐욕스런 일면을 뿌리쳐서 책이 필요한 이에게 전달하도록 하셨습니다. 제가 선행을 하는 계기를 마련하신 점에서는 안티노님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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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