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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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양 선택 과목 첫 시간에 노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저도 종종 되뇌이곤 합니다.
요즘 애들은 교양이 없어요.
사실 이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지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옛 교양만 시시콜콜히 팔 수는 없고 신 지식도 열심히 습득해야 하니까요.
정작 애들이 교양이 없다고 투덜대는 노땅들은 신기술이나 새로운 가치관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고, 심지어 자신이 그런 무식한 사람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죠.
아무튼 그런 식으로 새로운 지식에 밀려난 옛 지식이 세대를 거쳐 소실되어 가는 과정을 '요즘 애들은 교양이 없다'고 표현하는 걸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텀블러'의 국어 순화어를 '통컵'이라고 정했다는 소식에는 정말 '교양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네요. 대체 언제부터 컵이란 말이 '텀블러'를 대체할 말로 꼽힐만큼 토착화 된 걸까요. 저 어릴 때만해도 아직 잔과 컵이 대등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4/10/01/0901000000AKR20141001130700005.HTML
이상 사회는 이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어. 보통 사람은 보통 사회밖에 못 만들지.
- 애플 시드: 아테나 -
국립국어원이란 곳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옛날부터 참 여러가지로 아스트랄했습니다만,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통컵이라니. 무슨 생각으로 선정한 걸까요.
컵이라는 말은 이미 사용한지가 꽤 오래되어서 거의 국어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전제하에 통컵이라고 지칭했나보네요.
굳이 국어순화어를 만들기는 만들어야겠고, 통잔이라고 하는 것은 엄밀하게 보면 더 적절하겠지만.... 이미 컵이라는 말이 더 대중적인
상황에서 통컵이 차라리 더 낫겠다 싶었겠죠. 걔네들도 만들면서 별로 기대는 안할겁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걔네들 조직이
유지되는 명목이 그런거 한다고 표내는거인 이상 이상해도 해야죠.
뭐랄까, 제 머리속에서 컵은 물담아먹는 막굴리는 그런 용기를 지칭하고 잔은 술잔, 찻잔처럼 뭔가 용도가 정해져있는 그런 용기를 부르는거라고 생각되어서요....
아, 생각해보니 물잔이라는 표현이 있긴 있었네요.
이집트 시대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와 요즘 애들은 교양이 없어는 동급 표현이라고 봅니다.
애들 사회에서 필요한 교양은 교수님 세대의 교양이 아니기 때문이죠.
뭐 개인적으론 컵이란 말은 이미 충분히 토착화되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순화했다는 말이 어째 구리구리하다는 점엔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