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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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를 해칠 수 없다는 로봇 1원칙. 어쩐지 아시모프가 떠오르네요.]
※ <오토마타> 한글 예고편: http://youtu.be/qHIa4O9i_04
(번역자 분께 감사 드립니다.)
10월에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인 <오토마타>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소재이며, 그것도 <아이 로봇>을 바탕에
둔 듯합니다. 예고편에 로봇 3원칙이 나오거든요. 이것만 해도 흥미로운데, 희한하게 3원칙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았습니다. 우선 1원칙은 로봇이
‘어떤 생명체’든 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시모프 원칙에서는 오로지 사람만 보호했는데, 생명체 전체로 범위를 확장했죠. 해를 입히지 않는
것과 지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르긴 합니다만. 어쨌든 예고편에 나온 로봇은 사람이 다치는 걸 방관하지 않았습니다. 저기서 말하는 생명체라는 게
과연 어디까지 가리키는 건지 궁금하네요. 설마 미생물이나 곤충까지 지키자고 할 리는 없고, 일반적인 고등 동물만 해당하는 듯한데요. 1원칙의 해석
여부를 두고, 줄거리 전개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1원칙은 그나마 비슷하지만,
2원칙은 아예 달라집니다. 아시모프 2원칙은 로봇이 인간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로봇 스스로 자신 혹은 로봇을 개조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문제는 그런 로봇이 생겼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련의 사람들이 로봇을 잡으러 나서고, 서로 쫓고 쫓기며, 정체성이나 자의식,
인간의 의미, 생명의 소중함 등을 돌이키는 영화가 되겠지요. 셋째 원칙은 안 나오는데, 원래 없는지, 아니면 예고편에만 안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 두 가지만 있어도 영화를 진행하기는 충분하겠네요. 게다가 배경인 2044년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세계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느냐고
걱정할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 로봇>만 아니라 <블레이드 러너> 같은 분위기도 풍기네요. 로봇과 디스토피아, 사이버펑크를
적절히 섞어서 만든 것 같은데, 흥미가 일더군요. 흔해 빠진 휴머니즘 결말로 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 겉모습만큼은 그럴 듯합니다.
예고편을 보고 나니, <아이 로봇>에 수록한 단편이 생각났습니다. 데이브와 네스터 10호입니다. 데이브는 부하를 거느린 로봇이고,
네스터 10호는 자존심이 생겨 다른 로봇 속에 꼭꼭 숨었죠. 로봇이 자의식 때문에 숨는다는 설정과 자기 생각에 따라 수를 불려 나간다는 모습이
비슷합니다. 단편 소설에서 이를 해결하려고, 로봇 원칙을 이용해 별별 소동을 벌이죠. 제작진이 실제로 아시모프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지야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을 통제하려고 원칙을 도입하는 작품은 많으니까요.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만 해도 행동 프로토콜 같은 게 있잖아요. 비단 로봇만 아니라 인간이
다른 존재를 부릴 때는 대개 강령이나 원칙을 내세우기 마련이고요. <모로 박사의 섬>처럼요. 다만, 영화에서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은
명백히 <아이 로봇>의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회사 제품이라는 것도 그렇고, 로봇 심리학을 설명하는 것도 비슷하네요. (뭐, 설마
0원칙을 내세우며, 삼천포로 빠지지는 않겠죠.)
사실 이 예고편은 나온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말하는 이유는 개봉일이 다음 달이거든요. 북미는 10월 개봉이라고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미정입니다.
그리 블록버스터처럼 보이지 않아서 개봉이 뒤로 밀리는 거 아닐지 모르겠네요. 올해 안으로 봤으면 싶습니다. 혹시 누가 아나요. 저게 의외로 재미있어서
<아이 로봇>이 다시 화제로 떠오를지도?
※ 로봇 3원칙으로 두고두고 유산을 남기는 아시모프 할배.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SF 작가는 설정을 남기나 봅니다. 아시모프야 워낙 대단한 양반이지만, 이런 걸 볼 때마다 다시금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