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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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이 명작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기는 했는데
봐야지 봐야지 했다가
이번 추석때 몰아서 봤습니다
일단 스펙은 넘치지만 뭔가 일이 꼬이고
쓸데없이 정이 넘쳐서 늘 고기 없는 볶음을 먹는 삼류인생들의
군상들을 담은 느와르 작품이더군요
처음에는 가벼운 분위기로 생각하고 봤는데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였고요
음악 같은 경우에는 티비에서 알게모르게 나왔던 음악들도 많고요
성우진들도 몰랐는데 호화성우진이라고 하고
페이 같은 경우 0080의 크리스 성우였더라고요;
마지막에 결국 스파이크가 죽더라고요....
뭐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중간중간 점쟁이 대사 나 고양이 이야기 같은 복선이 있어서
사실상 죽은거라고 봐야 하겠지요
근데 의외인건 북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하는데
동시대에 나온 에바 나 다른 작품들하고 비교하면
파생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극장판이 하나 있긴한데 그게 끝이고요
충분히 마지막화 전 이야기를 다른 작품들이 나올수 있을텐데 말이죠
작 중에서 스파이크랑 제트가 만난 사유도 정확히 안 나오고 말이죠
<카우보이 비밥>의 전편을 감싸고 도는 주제는 '추억'입니다.
추억은 어린이들의 것이 아니죠. 이미 나이 먹은 어른들의 것입니다.
본래 추억이라는 것 자체가 즐거움과 아픔, 세월을 동반하는 것이기에, 가볍기 어렵습니다.
카우보이 비밥은 본래 비밥호를 중심으로 비밥호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그릴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게 나오게 된 것은 당시 "스타워즈"의 재개봉과 에피소드 1의 개봉을 앞두고 '우주선' 상품이 인기를 끌거라고 생각한 선라이즈에서 제작을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장난감용 상품으로 예상했던 작품이 감독과 제작진의 도전(?)으로 엉뚱한 작품이 나와서 문제가 되었죠. 일본 내에서 전편이 방송되지도 못했고, 미국에서도 일부가 방송되었는데 미국에서 큰 관심을 끌면서 음악 CD가 엄청나게 팔려나가는 인기 끝에 결국 일본에서 전편이 방송되기에 이르는... 참으로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음악을 만든 칸노 요코도 "이런 음악이 팔리리라곤 생각도 안 했다."라고 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대중적인 작품은 되지 못했기만, 정말로 기억에 남는 명작이 되었지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에 본래 예정대로 비밥호의 다른 이들을 중심으로 한 외전들을 엮어내지 못했다는 것일 겁니다.
추신) "카우보이 비밥"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어선지, 같은 제작진이 모여 만든 "스페이스 댄디"는 나오기전부터 서양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2기까지 제작되고 있죠. 스페이스 오페라의 향수를 되살리는 동시에 각종 오마주로 가득찬 작품이라서 그런지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역시 서양에서 호평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하는 작품은.. 보통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가진 것들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이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동시에 인류의 근미래를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단히 통찰력이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할 수 없는, 그러나 대단히 현실적인 과거 또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어떤 한 시대에 묶여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큰 감동이자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공각기동대나 카우보이 비밥같은 작품들이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이유는 그러한 부분에 있지 않을까요?
어릴때도, 어른이 되서도, 노인이 되서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저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