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뜬금없긴 한데 며칠간 비슷한 얘길 자주 하다보니........
그리고 요즘 집문제로 골치중이기도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를 간략하게 생각해보면 집값이 오르자 일단 대출 끼고 집을 사고 만약 대출금을 못 갚게 되더라도 그동안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으니 그때 가서 집을 팔면 OK.........
그런데 집값 거품이 꺼지고 집을 팔아도 돈을 갚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자 엄청난 양의 빚이 폭탄 돌리기 하다가 터지게 됩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같지 않나요?
한국에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세'라는 게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동일합니다.
전세라는건 기본적으로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하에 집을 사놓고 묵히는 사람들이 '어차피 내가 들어가서 살 집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겁니다.
근데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금리보다 낮을 경우 집을 사놓고 묵혀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쓸데없이) 집값이 오르는 게 멈추고 나자 전세대란이 일어났죠.
근데 한국은 이렇게 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습니다.
그저 개개인들이 투자 수단으로 써먹기만 했지 이걸 가지고 금융까지 끼어들어가며 대대적인 돈놀이는 하지 않았어요.
근데 한국이 수십년에 걸쳐 소소하게 행한걸 천조국은 불과 몇 년만에..................그것도 이걸 가지고 주식에 옵션에 보험까지 만들어가며 잔치하다가 한방에 터뜨렸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이 사태를 보면서 한국은 아직도 여러모로 창조력도, 시스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죠.
한창 펀드가 뜨고 거품이 끼던 그 시절이야 몰랐지만 터지고 난 뒤 뒤늦게 그게 어떻게 이루어진 것들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뭐냐면.........
사기를 치려면 이렇게 쳐야 한다.
어떤 의미로는 감탄했습니다.
물론 월가와 금융 기관들이 철저하게 모든 큰 그림들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해서 폭탄 돌리기 하며 돈을 번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한국에서는 수십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그렇게 한순간에, 창의적으로, 온 시스템을 동원해가며 돈을 불려서 터뜨린다는게................뭔가 스케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이 과연 천조국......이런 느낌?
비유하자면 뭐랄까.........
우리가 황금알을 낳는 닭을 보며 소소하게 즐거워하는 농민이라면 천조국 금융업체들은 그걸 분석해서 언제 어떻게 닭의 배를 가르면 더 이익을 짧은 순간에 불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농장 경영주 같다고 해야하나.
물론 그 결과물은 거품이 터질때를 피해 나만 이득보고 폭탄을 다른 사람에게 건내줌으로서 이득을 보는 얍삽함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스케일과 계획력 같은 것을 볼때 창의성과 행동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역시 우리나라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걸 깨닫게 해준 거 같았습니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신용만 있었지 그 어디에도 정작 황금알과 거위는 없었죠.
신용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돈이 돈을 낳다가 그 신용이 무너지만 한순간에 폭삭망하는 구조...
금융업에서 파생된 온갖 상품들.. 그거 정작 전문가 자신들도 제대로 모를꺼라고 생각합니다.
파생상품은 본질적으로 짤짤이죠.
짤짤이 하는데 무슨 놈의 전문지식이 소용이 있을까요.
그런 짤짤이에 손대는 사람이 어리석은 겁니다. 차라리 로또를 사는 게 낫죠.
제 생각은 다른게 짤짤이도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전쟁도 본질적으로 밥그릇 싸움이지만 똑같은 밥그릇 싸움인 동네 깡패들 나와바리 싸움보다 전문지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영화 오션스 시리즈의 스토리는 본질적으로 도둑질이지만 그 과정의 오묘함을 보며 감탄을 하게 되듯이......제가 본문에서 말한 감탄도 그런 것에 가깝습니다.
전문지식은 본질이나 목적보단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그게 본질적으로 옳고 그른걸 떠나서 그 목적을 이루는 성공률에 영향을 끼칩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금융위기때도 전문지식이 없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심지어 전문 지식이 있거나 필요로 하는 위치에 있는 집단이나 개인조차도)은 그 짤짤이에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본질적으로 짤짤이가 통용되는 사회가 유지되는한 그런 짤짤이에 손대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할 수만도 없죠.
분명 짤짤이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고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결국 과정보다는 그렇게 성취한 결과를 더 우대하니까요.
덕분에 거품 터지는 것도 소소하게 터져서, 큰 공황 상태에 빠지진 않았죠.
그리고 IMF 외환 위기 때 한번 당한 것 때문에 '그런 일이 또 일어나선 안 된다'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예방 주사를 미리 맞았달까요.
아무튼 이제 집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 목적으로 구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딘가는 투자해서 잘 되는 곳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