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의 <오드 토머스>와 <사이코>를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 <인텐시티>를 제외하고, 내 작품이 영화화된 경우에 만족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만일 누군가 나의 소설로 공포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내 책을 아예 읽지 않았거나, 완벽하게 잘못 이해한 것이다. 나는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책은 쓰지 않는다." - 딘 쿤츠

 

 

얼마 전에 원작 소설가와 영화화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영상화를 싫어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기 소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그렇다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씨네 21>에 딘 쿤츠 인터뷰가 짤막하게 실렸네요. 스티븐 킹과 함께 공포 장르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양반이죠. 킹이 세계적으로 대중적이라면, 쿤츠는 좀 더 작가다운 대접을 받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여타 소설가가 그러하듯 쿤츠 역시 섬세한 작가입니다. 영상화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닌가 봐요. 인터뷰 제목이 아예 '내 작품 영화화 중 처음으로 마음에 들더라'입니다. 요번에 개봉한 소머즈 감독의 <오드 토머스>를 가리키는 거죠. 영화 자체는 평작 이상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보기에 흡족했나 봅니다. 감독 연출이나 배우 연기도 아주 독창적이고 만족한다고 대답했어요.

 

 

이런 상황을 접할 때면, 아시모프가 쓴 <골드>가 떠오릅니다. 어떤 소설가가 자기 책을 영상화하려고 의뢰하는 줄거리입니다. 소설가는 책도 책이지만, 영상물이 좀 더 대중성과 깊이를 담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감독에게 거금을 쥐어주죠. 문제는 소설을 영상화하는 방법입니다. 감독은 자기 생각이 있는데, 제안할 때마다 소설가가 퇴짜를 놓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둘이서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고요.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한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스타니스와프 램과 타르코프스키가 싸웠다고 하던데, 아마 저런 모양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아시모프도 저런 갈등을 겪었을지 모르겠어요. 이 할아버지가 영화화에 관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책을 쓴 걸 보면, 소설의 한계점이나 리메이크의 어려움 등을 고민했던 건 분명하겠죠. 그만큼 인기 있는 작가이기도 했고.

 

 

그리고 보니, 2004년에 <아이 로봇>이 개봉했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아시모프 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했죠. '아시모프 할배가 이 영화를 좋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을 지키는 NS-4의 모습은 분명히 좋아했을 것이다.'라고요. 왜냐하면 아시모프의 주제는 결국 로봇이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결론으로 돌아가니까요. NS-4가 주인공을 지키는 장면만큼은 울컥하는 심정이었고요. <아이 로봇> 영화는 걸작으로 남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만족할 부분은 있다는 뜻이죠. 한마디로 영화의 완성도와 작가의 흡족함이 정비례한다는 건 아닙니다. 물론 독자나 관객 입장에서야 주제가 다르더라도 좋은 소설,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게 중요하죠. 특정 작가의 열혈팬이라면, 소설과 다른 영화에 화를 낼 법도 합니다만. 세상에는 여러 작품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독자가 훨씬 많으니까요.

 

 

올해 겨울에 (아마도 마지막 중간계 영화가 될 듯한) <다섯 군대 전투>가 개봉합니다. 동화 원작을 서사시 영화 3편으로 늘렸다고 꼬리표가 따라다니죠. 그냥 동화대로 만들어야 했을지, 아니면 피터 잭슨의 선택이 옳았는지 가끔 헛갈립니다. 현실적으로 지금처럼 만드는 게 최선일 테고, 덕분에 스마우그 구경도 잘 하긴 했습니다만. 작가 혹은 작가의 팬이라면, 영원히 떨치지 못할 숙제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