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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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여러 기업들을 돌아다니다보니...
의외로 아침 출근시간이 빠른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두산그룹, 삼성그룹, 한국타이어 등은 오전 8시까지 출근 완료해야 합니다.
동부그룹, 삼양그룸 등 중견 그룹은 오전 8시 30분까지였구요.
(게임업체 중에는 넥슨도 8시 30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근 시간이 30분 빠른 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이게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출근이 빠른 기업에서 일해보니, 분명 오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퀵하게 회의를 마치고 업무에 돌입해도 3시간이 확보되므로,
어지간한 일을 한 꼭지 마무리하고 점심먹고 오후 업무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부분은 분명 출근이 빠른 것이 효과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경험한 모든 회사들이,
출근이 빠르다고 해서 퇴근도 빠른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겁니다.
오전 8시든 8시 30분이든 하여간 일찍 출근해서 일했던 기업들에서도
직원들의 실질적인 퇴근 시간이 모두 오후 9시, 10시인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따라서 일찍 나와서 일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을 더 일찍 부릴 수 있다는 장점 뿐이고,
저녁이 있는 삶은 전혀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모습을 매우 싫어하는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왕년에 S그룹의 한 기업에서 CRM 프로젝트를 했는데,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 원칙이었죠.
그래서 오후 5시가 되면 일찍 퇴근하라고 사무실을 돌면서 퇴근을 종용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겉치례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일을 너무 많이 시키고 분위기가 안좋았거든요.
매일처럼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부장님 한 분이 직원 한 사람을 불러 세워 놓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는데...
대상 직원을 바꾸어 가면서 한 시간씩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매일같이 항상 반복되더군요.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고함을 질러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 놓고 나면, 그 누구도 일찍 퇴근 못합니다.
다시 말해 군기 반장이 고함지르기 필살기로 한 바탕 떠들썩하게 사무실 분위기를 뒤집어 놓고,
직원들은 저녁을 먹고 와서 11시까지 일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었죠.
실은 "회의가 많아 업무할 시간이 적다"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면에 깔린 원인은 "기업 내에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회의가 많은 것이고,
그 많은 회의도 실은 "책임 소재를 서로 나누어 갖기 위해서" 실상 억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상당 수에 이릅니다.
업무를 위해 회의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회의 참석자가 합의 사항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목적이죠.
따라서 회의를 줄이고 업무 시간에 일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굳이 여러 사람들이 여러 조직에서 합의하지 않아도 팩트만 보고 공유하고 일하도록 만들면 됩니다.
수 많은 회의가 만들어지는 것은 부서별로, 사람별로, 조직내에서 일을 나누고 책임을 나누려고 들기 때문이니까요.
컨설팅 업체가 "회의가 많다"라고 했다면, 그것을 결과론일 뿐입니다.
제대로 된 컨설팅 보고서라면 회의가 많은 원인과 해결책까지 조목조목 짚어서 정리했을 것이고,
그렇게 정리된 내용을 토대로 회의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 CEO가 할 일이죠.
CEO가 기업 내에서 회의가 많다는 보고서를 접하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회의를 해라"라고 했다면...
정말로 그 지경으로 결과만 담긴 어설픈 컨설팅 보고서라 올라갔을 것이라고 믿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하여간 CEO가 근본 원인을 고칠 생각을 안하고 그렇게 우겼다면 이건 정말로 답이 없는 겁니다.
"무식한 것은 죄이다"
이 격언이 가장 잘 들어맞는 동네가 바로 기업이죠.
요약하자면 근무자들에게는 출근 시간이 빨라봤자 좋은 것이 전혀 없군요.
정석대로라면 그렇게 업무 효과가 증진 되었을 때 돌아올 회사의 이익을 그렇게 더 일찍 출근해서 노력한 직원들에게 그만큼의 파이를 나눠 주어야 정상이고 그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직원들 역시 빠른 출근의 대가를 충분히 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한국의 근무 환경과 문화를 볼때 그런 일은 일어날리가 없으니까요.
제가 회사 다니면서 '회사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터놓고 말해서 그렇게 생각할 직원은 없을겁니다.
회사 일이 내 일이 되기 위해선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잘 되고 회사가 안 되면 나도 안 돼야 하는것인데 현실적으로 회사가 잘되건 안되건 나의 삶에 직결되는게 별로 없거든요.
뭐 회사가 잘 안돼서 정리되는 거 하나만큼은 '회사 일 = 내 일' 이라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아는 기업 중에 한곳 - 셋톱박스를 만듭니다. - 은 꽤나 그 분야에서 이름이 있는데도 출퇴근 정책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개발부서 실무진들은 완전 자유출퇴근 제도를 적용합니다. 몇시에 출근했는지 몇시에 퇴근하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다만 하루 일정시간 이상 출근해서 근무한 기록만 있으면 됩니다. 근퇴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참 요상스럽다고 생각을 많이 했지요.
하지만 해야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일을 제대로 못해내면 결국은 짤릴 것이고, 알아서 열심히들 한다더군요. 하긴 그러니까 그 회사가 그만한 위치에 있겠죠.
일반 사무부서의 경우 일일회의가 오전에 정해져 있고, 몇시에는 어디에 가서 정해진 일을 해야되고... 이런 식으로 업무가 정형화되어 있을수록 오전에 가급적 빨리 정형화된 업무의 준비를 마쳐놔야 오후에 회사에서 개인단위나 팀단위로 부여된 과업을 따로 진행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서는 빨리 출근하는게 업무에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주겠죠.
뭐 우리나라 회사 퇴근 시간은 의미가 없죠.. 차라리 출근시간이 늦은게 나은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는 7년전쯤이던가.. CEO 바뀌고 대대적으로 혁신 한다고 컨설팅 업체 불러다가 컨설팅 받았는데 어설픈 컨설팅 보고서에 '회의가 많아 실질적 업무시간이 적다' 라고 하는 바람에 CEO가 '그럼 업무시간에 업무보고 업무외 시간에 회의하면 되겠네' 라는 해법을 내놓았고 컨설턴트가 찍소리 못하는 바람에 기존에 하던 중요 회의 대부분이 아침 7시나 저녁 7시로 바뀌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