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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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려면 말 그대로 말도 안되는 사이언스 판타지를 쓸수도 있긴 하지만
사이언스 픽션을 쓰려고 드니 꽤나 힘들군요.
기반지식도 부족하거나와 전문적인 부분은 구글링을 해도 잘 안나오고,
도서관에 가서 번역된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이론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증명하는데만 혈안이 됐다는 걸 깨달게
되기만 하네요. 실험적이거나 혁신적 논문이 죽었슴다...
원문들도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책들만 잔뜩 있지 05~13년에 출판된
책들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눈물).
옛 SF 소설들은 밝혀진 바가 없으니 그만큼 상상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반면, 요즘은 과학적으로 밝혀지거나 이론적으로 정립이
되버린 것들이 많기에 - 영상통화마져 공상이었던 그 시절 - 사이언스
'픽션'을 쓰려면 힘이 꽤나 들게 되는군요.
전 개인적으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같은 사이언스 '판타지' 같은 느낌을
워낙 싫어하는지라...
저번에 창작 연제란에 올리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160GB IDE HDD를 떠나보내고 넷북으로 끄적끄적하던 글 역시 여러가지
설정오류로 손이 멎게 되었네요. 게다가 일이 바빠서 쓰는 건 커녕 읽기도
힘든 일정을 소화하느라 온몸이 뻑뻑합니다. 오랫만에 출장나와서 농땡이치니
문뜩 생각이 들어서 변명으로나마 글을 남기게 되네요(웃음)
그 '비교적'이란 게 말 그대로 상대적이란 거죠. 어차피 옛날엔 그 옛날대로 물리법칙이란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이 자기가 찾아 볼 수 있는 자료 다 찾아 본 다음 요즘 생물학이랑 야금학은 밝혀질 만큼 다 밝혀져서 해저2만리를 쓰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다른 경우를 보자면, 아스 클라크 경이 궤도엘리베이터 이야기에 대한 구상을 묵혀 놓고 있다가 지금 와서 낙원의 샘을 썼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이걸 또 다른 식으로 이야기해 보면 100년 후 쯤 어떤 SF(란 장르가 여전히 있다면)작가 지망생이 켄프님과 같은 넋두리를 할 수 있다는 거고요. 그리고 그 때 누군가가 켄프님의 작품을 예로 들며 반론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보이는 게 장애물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플롯과 구상은 대체적으로 끝냈고 약 20kb가량 쓰긴 했습니다만 IDE와 함께 날아갔고,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윤리적 갈등이나 도덕적 충돌에 대해 쓸 생각이었는데 애초에 전제가
되는 중요 설정이 사이언스 판타지라는 사실을 깨달고 orz를 하고 말았습니다(눈물).
앞서 말씀드렸듯 사이언스 판타지를 쓰려고 하면 이족보행로봇과 함대전 등을 맛깔나게
써볼 수도 있겠지만... 판타지는 판타지로 SF는 SF로 인식하고 싶은게 제 개인적인 견혜입니다.
(SF 소설이라 하면, 전 항상 '작은 아가씨...'가 떠오르는지라.)
하드SF 를 쓰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고 요즘 최신 과학이론도 자주 바뀌는터라 관련자가 아니면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든 면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클라크옹도 라마의 우주추진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넘어갔고, 클랜시도 F-19 프로파간다에 낚여서 붉은 폭풍에서 F-19를 등장시켰지만 아무도 라마와 랑데뷰나 붉은 폭풍을 현실성이 없다고 폄하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무엇이든 만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쥘 베른은 바로 그런 스타일이었죠. 당대의 과학 기술을 이용하면 80일만에 세계를 돌 수 있다...라는 가정을 세우고 만든 "80일간의 세계일주"라던가, 달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가정한 "지구에서 달까지"라던가... 이들 작품은 지금보아도 뭔가 그럴듯해 보입니다. 아무리 과학 지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건 아니고요.
지금 하시는 말씀은 수학적으로 서양7음계로 만들 수 있는 음악이 포화상태에 달해서 비의도적인 표절작품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요상한 대중음악계의 대마왕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새롭고 신선한 작품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소재가 고갈되어서 그렇다는 건 영.....
아시모프가 창작백과에서 똑같은 이야기에 대해서 반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과학적으로 더 복잡해진 대신 그만큼 관련 정보 찾기도 훨씬 쉬워지지 않았냐고 말이죠. 인터넷 시대인 요즘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죠.
SF작가는 사실 예언가나 지식전달자라기 보다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누가, 얼마나, 훌륭한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늘어놓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겠죠.
'이게 뭐야 말도 안돼!' 하면.. 어설픈 거짓말인 거고
'우와와아아아! 이거 진짜 대단해!' 하면 훌륭한 거짓말입니다.
거기에 뻥이 얼마가 섞였든 간에 말이죠.
하지만 가장 훌륭한 거짓말쟁이들은 뻥만 치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실에 뻥을 조금 섞는 거죠.
훌륭한 작가들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 현실의 과학 거기에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비전을 담는 거죠.
때론 가장 훌륭한 작가들이 마치 예언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들이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린 미래가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어느 시대든 인간은 인간의 굴레 아래에서 살게 마련이니까요.
ps. 혹시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보셨나 모르겠네요.
저도 이야기만 듣고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거기에도 비슷한 주제를 다룹니다.
못마땅한 현실을 떠나 황금기였던 과거, 전설적인 작가들과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거죠.
근데 반전은.. 그 과거의 황금기 시절의 사람들은 또 과거의 황금기를 그리워한다는 겁니다.
:)
사실 이런 불평이나 아쉬움 한마디가 좋은 작품의 주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어쨌거나 '무엇을' 쓰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느냐일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대작을 써내려가는 천재급의 작가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도전자니까 처음에는 어깨에 힘 빼고
가볍게 잽부터 날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기반지식도 부족하거나와 전문적인 부분은 구글링을 해도 잘 안나오고,
도서관에 가서 번역된 책이나 논문을 찾아보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이론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증명하는데만 혈안이 됐다는 걸 깨달게
되기만 하네요. 실험적이거나 혁신적 논문이 죽었슴다...
원문들도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책들만 잔뜩 있지 05~13년에 출판된
책들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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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씀은 동의하기 힘드네요.
정 과학적 지식에 목말라 계시다면 학술지를 구독하시면 됩니다.
학문에는 국경이 없습니다만,
문제는 아무에게나 친절하진 않습니다.
예전에 (그래도 2,3년은 되었습니다) 제가 Joysf 에 거의 처음 왔을때 판타지 세계관을 새로 만드는게 힘들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때도 여기분들이 댓글을 다신 내용이, 새로운 세계관은 별로 상관이 없고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냐가 제일 중요하다 였습니다
정말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여서, 아직까지 머리속에 담고 있는데 아마 그 글의 내용과 본문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너무 과학적으로 논리정연하게 많은걸 보여 주려 하셔서 부담스러워하시는게 아닐지...
아시모프님이 인간형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려놓으셨지만 아직 로봇은 실존하지 않고, 또 정말로 로봇3원칙이 적용된 로봇이 나올지, 그 전에 인류가 멸망할지 모르지만 감히 로봇 3원칙이 판타지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잖아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구는가에도 역시 어떻게 꿈꾸는 기계가 작동하는지, 안드로이드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고 왜 수명이 그렇게 짧은지에 대해서 치밀한 묘사는 나오지 않지만 이게 그냥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최근 정말 인상깊게 읽은 All you zombies 역시 타임패러독스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고, 그냥 그 실례를 들어 이야기를 그려놓았을 뿐이고, 실제로는 그 설정에서 꼬인부분이 존재함에도 그게 판타지라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분께서 본 작품에 나오는 시간대를 곡선을 그려서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어디가 꼬였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씀 해 주신 게시물이 있었는데... 기억은 안나네요;
아무튼 감히 저는 이렇게 논리적 사고나 사유를 하게 해 주는 작품이야 말로 SF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부담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SF에서 중요한건 과학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가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정합성입니다.
다이시경 시리즈는 추리문학인 동시에 SF로 분류되는데, 과학적으로 해석된 마법과 그로인한 평행세계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헌데 그렇다고 마법이 현실에 존재하던가요? 링컨 파웰은 초능력자 탐정을 들라면 반드시 첫손에 꼽힙니다만 그렇다고 초능력이 실제하던가요? 파괴된 사나이 자체가 초능력이 존재하는 세계를 가정하며 사회와 그에 속한 개개인들의 심리를 화려할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과학 그 자체에 연연하지 마세요. S는 과학의 S지만 F는 허구의 F입니다. 마법이 실제하지 않으면 어떻고 초능력이 실재하지 않으면 어떤가요? 중요한건 허구일지라도 얼마나 과학적 정합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일 뿐입니다. 죽은 신의 시체를 우주탐사대가 발견하는 이야기를 쓴 사람도 우주에 절대영도가 존재할 수 없고 우주 전체의 절대좌표가 존재할 수 없단걸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SF도 문학입니다. 중요한건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게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정합성으로 자신의 문학을 가꾸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건 현실적인 과학 설정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무리 터무니 없는 설정이라도 당신의 이야기의 주인공과 그 조연들이 펼쳐나가는 모험이 훌륭하다면 독자들은 스스로 당신을 따르게 될것입니다
다들 맞는 말씀이시고 이미 통감하는 부분입니다만, 사람마다 쓰고싶은 글이 다른 것이고, 제 경우엔 '과학을 도구로 쓰는 소설'을
쓰고 싶은게 망설이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또 '남들이 썼던 걸 또 다시 쓰고 싶지는 않아하는' 알량한 자존심 비스무래
한 것 때문이기도 하겠죠. 다른 (제 기준에서) SF라고 쓰고 SF가 아닌 판타지 소설들을 보고 있자면 글쟁이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그대로 반영되는데, 이는 상당히 슬픈일이기도 한 것이, 소설이라는 것, 또한 SF라는 장르라는 것이 상당수 사람들에게 신빙성을 주고
이에 따라 소설 자체가 '현실을 기반으로 쓰고 있다'라던지, '미래에 대한 예언'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모습을 상당수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기준에서 SF 소설가나 SF 장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과학 역시 고증을 지켜야 한다는 식의
논지를 가지고 있습니다(이것이 제가 나스 기노코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고, 이전 '설정 징징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알고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걸 망설이게 되는 것은 그냥 개인의
성격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혁신적인 이론을 만들기 보다 기존의 이론을 증명하는 데에 방점을 찍는 건 한국 과학계라서 그런 게 아니라 '과학계'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죠.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더라도 일단 의심부터 하며 그럴리 없다고 접근하고, 다음으로는 예외처리나 특별한 경우로 놓으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이론으로 인정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니...
사실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대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승부를 보는 게 SF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습니다. 초극강하드SF라는 점에 대해 이견을 달리할 사람이 거의 없을 쿼런틴만 봐도 사실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을 빼면 나머지는 작가가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작품이죠. 반면 윌리엄 깁슨의 경우는 당시로썬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개척했기 때문에 찬사를 받는 거지 이미 밝혀진 사실을 소재삼아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썼다는 이유로 인정받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과학적 지식 이전에 상상력이 우선한다는 건 다름 없죠.
어차피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고, 결국 좋은 SF라는 건 과학적 사실이나 현상을 잘 묘사한 게 아니라 좋은 이야기인 만큼 옛날 작가들을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