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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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대학생떄 쓴 글을 보면
왜 내가 저런 글을 썼나 합니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이 되지 않았을때의 글이 그렇게
못 나 보입니다 - 지금도 뭐 딱히 성숙해 있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
그렇다면 나이를 먹고 나서 '성숙'해졌다 라고 생각이 됫을떄
작성한 글들이 몇년후에는 정상적으로 보일까요
아님 나이를 먹고 나서도 내가 왜 저런글을 썼을까 그러나요
가치관이나 세계관등이 확립이 된 대충 35살때 글을 썼는데
40살때 보면 그때도 이불을 뻥뻥 차면서 부끄러워 할까요
5년까지는 몰라도 10년 전 글은 확실히 부끄럽더군요.
근데 이불 걷어찰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덜 부끄럽다기보다, 부끄러운 걸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거죠.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얼굴이 뜨거워지지만, 그 다음에는 저랬던 시절도 있었지 싶더군요. 그래서인지 감정을 격하게 담기보다 되도록 관조적으로 쓰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중입니다. 물론 덕심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일을 저지를 때가 많지만….
여러가지가 있겠는데...
가끔 '과거의 글을 지워 달라'라고 부탁하는 분들도 계시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과거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것을 '없었던 것'으로 삼는 순간 그에게는 영원히 발전의 기회는 없다...라고 말이지요.
클럽에서 제일 오래된 글은 당연히 제 글입니다. 1998년에 시작되었지만, 서버 이전 과정에서 시스템상 기존 글을 옮길 수 없어서 2000년 9월부터인데...
당연히 제일 많이 본 글 중 하나이기도 하겠죠.
솔직히 말해서 그 글을 보면...
"참 나는 사고가 좁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따금 그 글을 보게 되면 '과연 지금의 나는 괜찮은가?'라고 돌이켜 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사실 때로는 며칠 전에 쓴 글을 보고서도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라고 떠올리기도 합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내 자신의 생각에 변화가 있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과거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것이 곧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과거를 통해서 지금의 나를 다시 돌이켜 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간혹가다가 정반대의 경우도 발생하는데...
5년 전, 10년 전 제가 쓴 글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만,
지금 다시 쓰려고 하면 아마도 못 쓸 것으로 생각되는 내용의 글도 간혹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글을 내가 어떻게 썼지?"라고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10년 전 사고의 폭은 지금보다 좁았을런지는 몰라도 집중력은 훨씬 더 뛰어났고,
"책"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빨리, 광범위하게 읽고 있었습니다 - 책 읽을 시간도 보다 더 많았죠.
어떤 글을 쓰던 간에, 그 시점에서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 제 경우 항상 그러했습니다.
요약하자면... 10년 전에 쓴 글은 지금보다 '좋은 책', '깊이 있는 책'을 당시 더 많이 읽고 있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손발이 오글거리고 이불을 뻥뻥 걷어차도록 부끄럽다면 그건 그때 그만큼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입니다(웃음)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끝간데 모르고 성장할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과거의 글이 소스라치게 부끄러울 듯 합니다.
다른 경우로 예전에 썼던 글을 되집어 보면서 부끄러움보다 지금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기발함이나 재치가 느껴지면서 왠지 아련해질 때면, 약간 울적한 마음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