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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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우주 개척소설이 있었어요.
우주개척시대에 다른 미개척 행성으로 실습 나간 학생들, 사고로 인해 해당 행성에 갖히게 됩니다.
거기서 학생들은 황무지를 개간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죠.
개인 소지 장구류 정도만을 갖고 야생에 떨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교육을 받아야 문명을 재건할 수 있을까요?
해병대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에
서바이벌 기술과 보이스카웃 견장 도전과제 올 클리어 정도면 버틸 수 있을까요?
마사이족 홈스테이 생존캠프 6개월 수료?
SAS 생존 전문 교관 '키튼' 과 히말라야 캠핑?
자연대 인간 스탭으로 참여..?
김병만 나오는 서바이벌 프로를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살기 만만한 곳은 아니구나. 라고요.
물론 인간은 꽤 생존력이 강한 편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개척능력이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니까요.
일단, 초기 아이템으로 주어지는 서바이벌 나이프 정도만 있어도 생존 편의도가 확 올라갈 것 같긴 합니다.
무기에 도구로서 여러가지 활용이 충분하니까요. 인간의 손과 이빨은 사실 그다지 훌륭한 무기라고 하긴 어렵죠.
창을 만들려 해도 적절한 도구 없이 나무를 뾰족하게 다듬는 것도 제법 귀찮은 일이고요.
불 피우기는 힘든 일이지만 요령이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최초의 식량을 구하는 요령은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사냥의 단계까지 올라가는 건 어려운 일이겠죠.
나무를 깎고 다듬어 투사 무기를 만들고 거처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단백질을 얻는 것 까지는 눈에 보이는데
자연 상태에서 씨앗을 찾아 경작을 시작하고 금속을 얻어내는 단계까지 가는 건 엄두가 안 납니다.
소설중에 어떤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바람에 도시의 인구 전체가 다른 세계로 날아가 버린 이야기가 있었죠.
거기서는 사람들이 합심해 철기 문명까지 재건해 냅니다. 나중에 발전기도 만들어 다시 차원 게이트를 오픈했죠.
사실상.. 공학의 천재들이 모여 있었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몹시 단축될 수는 있겠지만요. 그래도 몇백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뭘 하면 되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는 상황..
생존을 넘어 현대 문명을 재건한다는 건 가능할까요.
연구와 개발, 분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꽤 큰 사회가 필요할 거에요. 잉여생산물로 그런 직종을 부양해야 할테니까요.
누가 충분한 식량을 공급해 준다고 한다면, 내가 만든 생산물과 식량을 교환할 수 있다면
흙을 캐서 도기를 굽는다든가 사철을 구해서 녹이고 원시적인 철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다음단계는 상상이 잘 안 가네요.
현대 컴퓨터 문명을 재건한다..?
으아.. 거기 간 구성원들이 늙어 죽지 않는다고 해도 수백년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저는 그냥 잘 먹고 살수 있으면 컴퓨터 없어도 될 것 같거든요. 개발에 게으름 피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뭐, 몇천 년 정도 기다리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 이전까지는 고대 문명의 기술력은 전설로만 남을 테고...당장 조난당한 사람들에겐 살아남는 것(그리고 애들이라도 낳아서 키우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요.
그 그룹이 어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구성으로 되어있는지에 따라, 그리고 해당 행성이 어떤 환경인가에 따라 천차만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룹의 크기와 결속도 중요하겠구요(웃음)
실제로 어느정도 부족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누리던 문명의 기반이 되는 원리와 지식을 알고 실현할 수 있는 집단이고 행성의 환경이 지구와 비슷하면서 자원이 비교적 풍족한 편이라면 한 세대가 가기 전에 어느정도 이상의 기반을 닦아놓는 것도 가능할테고...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후대에 남기거나 가르칠 여유까지 있다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복구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집단 내의 분쟁이나 분열만 잘 제어한다면 말이죠.
물론, 저같이 문명의 이기를 누릴 줄만 알고 그 기반지식이나 원리는 쌈싸먹는 사람들이 구성원이라면 아무리 결속해도...,
얼마 안가 기존에 누리던 문명사회의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이나 신화가 되고 실제로는 원시부터 다시 시작...
.....(좀 더 정확하게는 아예 생존조차 못해서 전멸할 확률이 더 높...;;; 쿨럭쿨럭)
문명을 일으키려면 잉여생산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반은 아무래도 농업이겠지요. 그런데 야생식물을 작물화하는데(그보다 먼저 떨어진 지역의 기후가 농업에 적합하고 ,작물화하기 적합한 특성을 지닌 야생식물도 분포해야 하겠지만) 걸리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지라(특히 육종학적 지식이 없다면) 작물의 번식체를 가지고 떨어진게 아닌 이상, 생존에 급급한 수렵채집 사회로 회귀할게 뻔하군요. 작물의 번식체를 가지고 있어도 가지고 있는 작물과 지역의 기후가 안맞거나, 재배에 실패하거나, 굶주림에 모두 먹어버리면 말짱 황이고요. 또 재배를 하더라도, 작물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살충제와 화학비료가 없으면 그리 높은 생산량을 기대하기 힘들 듯 합니다. 문명의 재건은 고사하고, 당장에 생존에 더 유용한 건강한 육체와 반사신경, 생물분류학적 지식이 더 필수적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문명을 재건한다는 건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죠. 사실 살아남은 구성원이 각종 문명에 통달해있고, 서바이벌 능력이 뛰어나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 또한 우수한 인력들로 갖춰져 있다고 해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건설 하나만 살펴보죠. 어느정도 집을 짓는 기초를 알고 실제로 집을 만들어 본 적도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도 문명이 통째로 망해버린 상태에서는 집을 지을 장비라는게 없습니다. 초가집이나 목조건축물은 그래도 건설하는게 가능하겠지만, 돌을 이용하려고만 해도 집을 짓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돌을 자르는 기술이 필요해지고, 장비가 필요해지죠. 그렇다고 장비를 만들려고 한다면 다시일정한 공학 지식과 기술이 필요해지는데, 필요한 장비 중에 철제도구가 있다면 또다시 철을 녹이고 제련하는 기술과 장비가 필요해집니다. A-Z까지 직접 해결해야 되니, 끝이 없는거죠. 우리가 편하게 누리는 기술문명들 대부분이 여러분야의 기술들이 워낙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고, 사용되는 장비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거 하나 없이 제로에서 출발해서 다시 현대문명을 한 세대만에 부흥한다는 건 불가능할 수 밖에요. 단순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의지가 있고 기술력이 있다고 해서 가능할 수가 없죠.
비슷한 이야기는 수많은 SF 작품에도 등장합니다. 제리 퍼넬의 "용병"에선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인류가 증기기관차에서 스페이스 셔틀까지 가는데는 불과 1세기 밖에는 안 걸렸다. 우리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금방 가능할 것이다.'
인류 문명이 느리게 발전한 것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방법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만일 지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최소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 만큼 훨씬 빠른 속도로 기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노동력이 필요하며, 지식의 교류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교류가 많을수록 문명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잉여 식량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우리가 재배하는 모든 작물들은 과거의 그것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옥수수와 지금의 옥수수는 그 크기도 그렇거니와 양 역시 엄청나게 다릅니다. 지금 우리에게 식량이 부족한 것은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과 생산 면적에 비해서 식량을 소비하는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라면 한 가족이 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어려웠지만, 현대라면 그런 점에서 훨씬 편합니다. 인구가 적다면 화전만으로도 충분한 생산을 기대할 수 있고요. 농업이 불가능한 환경만 아니라면, 분명 식량이 부족해서 힘겨운 상황은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행 착오는 무시할 수 없겠지만.
생물만이 통과할 수있는 게이트 비슷한 것을 개발해서 실험하다가 기독교 원리주의자? 쯤 되는 인물들이 실험현장을 습격하여 설비를 파괴하다가 기계가 이상작동해서 도시인구를 통째로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지구'로 보내버리는 작품은 저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게이트가 살아있는 생물만을 통과시킨다는 특성 때문에 치과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이 고생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개인 장구류가 주어지고 어느정도 이상의 인적캡파가 갖춰진 그룹이라면,
그리고 주어진 환경이 비교적 풍족하고 다양한 자원을 구할 수 있으며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지구의 것과 같다면...
문명의 복원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표도기님이 말씀하신대로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점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그 외에도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다양한 방식의 응용이 나오게 될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과 가용자원만 잘 받쳐준다면 기존에 인류가 겪었던 다양한 시행착오를 넘거나 거쳐왔던
몇 개의 기술적 시기를 넘어설 수도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자원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 있죠.
'발달된 언어체계와 문자'.
언어를 통해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한 의사전달과 협력이 가능한 것 만으로도,
문자를 통해 직접 시간적 제약을 넘어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하거나 지식 등을 전수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류의 발전과 문명의 복원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위대한 발명품이죠(웃음)
만약 그중 전부, 혹은 일부가 문명재건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혹은 우선순위나 방법론에 대한 연구 혹은 학습을 받은 적이 있다면,
개인 생존기술과 의학적 처치, 그룹 구성과 주거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충분한 준비와 경험이 되어 있다면
그럼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면
문명재건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겠죠.
이를테면... 문명 게임에서 특정 중간단계의 사상적 연구나 성취가 이미 완성되어 있거나 혹은 약간의 추가 연구만 하면 되는
정도의 상태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대인류는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의 밖으로 나갔을때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지도 모르지만
환경적응을 위한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우리에게 야생의 동물들이 받은 본능의 가르침 이상의 것을 줄 수 있으니까요.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그것이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절대자의 복수이든, 아니면 과거로 돌아간 초월적 영웅이든간에요.
잃어버린 것의 수복이야말로 훌륭한 이야기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소설은 <하늘의 터널>이 아닌기 싶습니다. 하인라인이 쓴 우주판 <파리대왕> 비슷한 물건이죠. 쥘 베른이 <신비의 섬>에서 그야말로 이상 국가와 이상 건국자들을 보여주긴 합니다. 그런데 너무 낭만주의라서 현실성은 굉장히 낮아 보이더군요.
어차피 문명이란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죠. 그러니 언젠가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과정과 시간인데…. 현대 문명처럼 복잡한 구조를 몇몇 사람의 머리로 해결할 수는 없겠죠. 게다가 고대 문명이라도 일으키려면 인력을 상당히 확보해야 할 테고요. 우선 거기부터 갈 수 있을지 알아본 다음에 나머지를 따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전략 게임에서도 현대까지 가려면 한참 걸리는데, 그걸 실제로 재현한다고 생각하면…. 음, 상당히 막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