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화 <고지라>의 내용 누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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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낙옆처럼 떨어지는 F-35 전투기. 작중 미군은 왜 뻔히 알면서 이랬을까요.]



록히드 마틴의 F-35 라이트닝은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입니다. 그런 만큼, F-22 랩터와 함께 강한 제공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죠. 이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F-35를 추락시키는 놈은 그만큼 미군도 못 당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창작물에서 최신 전투기를 격추시키려고 노력해요. 2014년 영화 <고지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예 예고편부터 전투기들이 늦가을 낙엽처럼 하늘하늘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죠. 이는 전자 충격파를 발산하는 괴수, 수컷 뮤토 때문입니다. 이 놈은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덕분에 괴수와 맞서려고 대기했던 F-35들이 줄줄이 낙오했죠. 전투기만 그런 게 아니라 함선들도 시동이 꺼져서 별반 대처를 못하긴 했습니다만. 배는 그나마 물에 떠있기라도 하지, 전투기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았는데, 그걸 어찌 복구할지 앞이 캄캄할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미군은 왜 F-35를 띄운 걸까요. 전자 충격파 때문에 상대가 안 될 것을 뻔히 알았을 텐데요. 아무 소용도 없는데, 그 비싼 전투기들을 무더기로 상납했다는 겁니다. 어쩌면 감독이 그만큼 인류의 무력함을 보여주려고 했을 수도 있겠죠. 영화를 보면 나오다시피 미 해군 제독도 자신들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압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시민들이 대피하는 동안 어떻게든 시간을 벌려고 전투기를 띄웠을 겁니다. 제가 밀리터리 지식이 없어서 잘은 모릅니다만. F-35는 암람 사정거리가 기본적으로 몇 십 km는 되잖아요. 제아무리 전자기 충격파를 발산해도 범위 밖에서 싸우면 안전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죠. 최소한 뮤토가 전투기들과 싸우느라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문제는 뮤토의 행적으로 볼 때, 전투기 몇 편대가 몰려오든 그냥 씹고 날아갔을 가능성이 높지만요…. 암람이든 사인드와인더든 뭐가 날아오든, 사랑하는 님♡밖에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 감독이 아무 생각 없이 집어넣은 장면일 수도 있긴 합니다. 최신 전투기가 추락하는 건 재난 영화의 뻔한 공식이니까요. 뭔가 이계의 막강한 존재가 나오는 대작 영화치고 전투기 추락이 빠지는 경우가 없죠.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무력감 강조를 위한 장치 같아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법이잖아요. 뮤토는 그야말로 인류를 지렁이만치 취급했지만요. 그래서 미군 만세에 질린 사람들에게 저런 연출이 꽤 신선했던가 봅니다. 최근 개봉한 대작 영화들 중에는 미군이 무참하게 깨진 얼마 안 되는 작품이니까요. 아니, 사실 유일무이한 작품이 아닐지…. 하다못해 슈퍼 히어로물에서는 보조라도 해주지만, 이번 고지라 영화에서는 보탬이고 뭐고, 자기 목숨이나 챙기기 급급하니까요. 비록 고지라가 괴수 사냥꾼으로 나와 원작과 달라졌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부분은 다들 마음에 들어 하나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괴수 사냥꾼이라는 설정이 참 마음에 들고, 작중 주제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무력감을 강조하는데 효과적이었어요. 평론가나 관객 평에서 의외로 이 부분은 무시하는 듯해서 아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