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 이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서 감히 '우리나라는 이래서 문제다'라고는 못하겠습니다만 (그러나 중국, 영국에 몇 달씩 있으면서 그곳 뉴스를 접하고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들은 경험에 국한해서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항상 타블로이드지의 선정적인 몇 마디에 쉽게 여론이 들썩이고 누구 하나가 죽일놈 살릴놈이 되야하는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전 이게 냄비근성으로 대표되는 '쉽게 호도되는 민족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그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볼까요?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권력 통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 등등 자리에 걸맞지 않은 경솔하고 의례에 맞지 않는 화법을 구사했던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라는 발언? 당시 제 기억으로는 하도 초중반기 국정드라이브에 의회가 제동을 걸어 일은 일대로 처리가 안되고, 조중동 + 일부 진보언론이라는 곳에서까지 쉬지않고 까대기에 급급하니 답답한 마음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래가지고는 대통령직 못 해먹겠지 않느냐" 식으로 잠깐 농담식으로 던진 조크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음날이 되자 노 대통령을 사사건건 공격하던 무리에 의해 앞뒤는 다 잘라먹고 "노 대통령,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라고 큰 활자에 인쇄된채 전국에 전파됐다는 겁니다. 대통령직 내려놓겠다고 인터뷰를 한것도 아니고, 기자회견을 한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한 국가의 정상이라는 자가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를 방기한채 무기력하게 '못해먹겠다'라고 권력을 내던지는 것처럼 선전 선동을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런 식으로 앞 뒤를 다 잘라먹는 프로파간다가 어느때라도 판을 치고 있습니다. 항상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은 뒤로한채 여론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들입다 까내리고 빨아댑니다. 노무현은 이런 인민재판이 빚은 대표적인 '실패하고 또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어떻게 보자면 세월호 참사에 얽히고 섥힌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들과 음모론이 통신선을 타고, 전파를 타고 흘러다닌 것도 모두 이런 요인 때문인 것이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 물론 경솔했던 것 맞고 다소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의 괴리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이것이 친일파, 극우인사로 몰아갈 정도의 것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저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합니다.


제가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역사적인 사건들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분명 거부감이 듭니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기독교인이며 교회의 장로로서 강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종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많은 사건들과 이슈들을 자신들이 모시는 신과 연관지어 설명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판단기준에서 생각해보면 그가 사사건건 하나님을 찾아댄건 용인범위안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문제의 조선인 DNA발언과 일제강점기는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하는 발언 역시 그렇습니다. 그는 당시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가 무능해서 세계 정세를 읽지 못한 채 제국주의 열강 가운데 하나였던 일제에게 강점당했던 것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이야기 한 것입니다. 수 시간에 달했을 강연 중에서 이것만을 짜깁기해 마치 그가 친일론자라는 식으로 선동을 해대는데, 이런 주장들은 강연의 취지와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해서 판단을 해볼때 동의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저는 봅니다.


아니, 오히려 저렇게 엉뚱한데에서 민족감정과 반일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하려는 세력이야말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역사에서 씻을래야 씻을 수 없는 못된 짓 한 것은 일부 정신나간 인터넷 극우나 뉴라이트, 정신못차린 친일인사 후손 빼놓고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문 후보자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못된 놈이라는 것하고 조선이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제국주의의 폭풍속에서 살아남을만큼 경쟁력이 있는 국가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하고는 분명 다릅니다. 일본이 못된 놈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다시 이런 못된 놈에게 먹혀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과거 역사에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 못나고 구질구질했던 부분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이를 타파하려는 시도의 필요성이 분명 있다는 거죠. 특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른바 국가 개조가 시급한 과제로 놓인 시점에서 이런 위기의식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절실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문 후보자의 발언 중 이런 맥락에 대해서 제가 부분적으로 찬성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일부 민족사관을 신봉하는 이들은 이런 노력을 가학사관이니 민족자조론자라느니 폄하하며 친일론자라고 몰아가는데 오히려 이런 헛된 정신승리가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사는 곧 현재의 거울과도 같다라는 말이 있는데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을 친일인사의 발언이라고 하는 자들은 역사를 '뽀샵'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쉬움만 남습니다.


문 후보자 발언의 문제점은 조선 지배계층의 무능을 조선인 전체에 확대 적용한 것과 같이 다소 오버했다는 측면에서 찾아야지 그의 역사관에서 찾을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그 조차도 짜깁기한 일부 구절을 언론들이 확대 재상산함으로서 부풀려진 것이라는데에서 자조섞인 한숨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