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굴 뽑아야 하나 고민한건 시장이었습니다.
서울시장 같은 광역 단체장도 아니고 서울로치면 구청장급인 기초단체장이지만요.
제가 사는 동네는 일자리 때문에 이사온 외지인(?)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결혼전까지는 주소지를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네 지방선거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었죠.
회사 입장에서는 현 시장이 재선되는 것이 유리합니다. 회사가 추진하는 이런 저런 일들을 매끄럽게 처리하려면 개발과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의 현 시장이 편하죠.. 지난주에 회식할때 팀장이랑 선거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조심스럽게 '회사 입장에서는 현 시장이 재선되는게 좋겠죠?' 라고 운을 띄웠더니 팀장 왈 '회사 입장에서야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이 회사 평생 다닐것도 아니고 다들 알아서들 투표하셔..' 라고 하더군요. 하여튼 제 생애 처음으로 '이익 투표'라는 것을 할 기회였죠.
그런데, 어차피 이 동네 나같은 외지인들 많아서 저 사람 찍어줄텐데 나까지 평소 지지정당과 다른 후보를 찍어줄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냥 평소대로 찍었습니다. 나 아니어도 찍어줄 사람 많고, 재선은 무난할 것 같다는 관측이었거든요.
그런데..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헐..... 오늘 새벽까지 엎치락 뒤치락하더가 아침 출근할때까지도 확실도 아니고 유력 상태였지만.. 특표수 차이가 2000표 정도 밖에 안나더군요.
대외업무 담당하는 임원의 기분이 그닥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네요.
저도 멘붕... 오늘 개장하자마자 저희 회사 주가가 휘청했습니다. 우리사주를 꽤 가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orz...
대체 이 동네 이사와 있는 외지인들이 반란을 일으킨건지, 균형발전에 실패한 원주민들이 등을 돌린건지 궁금합니다.
Live long and Prosper~
왕년에 H 그룹은, 해당 기업의 아드님께서 선거 결과 당선되면 그 달에 보너스가 100% 씩 나왔습니다.
- 기업주가 아들이 당선된 것이 기뻐서 기분이 좋아져서 전 직원에게 특별히 보너스를 쏜 것이었죠.
이게 두 차례 이상 반복되면서, 세 번째가 되자 무조건 그 회사 직원들은 기업주 아드님을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에 하나 기업주의 아드님께서 낙선되면, 실망한 기업주가 보너스 100%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 꼬박 꼬박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이게 선거법에 걸릴 일도 아니죠 - 투표 전에 아무 것도 액션을 취하지 않았으니까요.
달리 어떠한 위법 사항도 없습니다 - 아들이 잘 되어서 기업주가 좋아서 직원들에게 한 턱 쏜다는 게 위법은 아니죠.
하지만... 향후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직원들이 100% 보너스를 마다할 수 없는 노릇이죠.
그 기업주는 세상을 떠났고, 그 아드님은 그 동네에서 나와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죠.
왕년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익투표'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죠.
투표는 어떤 형태가 되었든 남의 강요에 따른게 아니라면 모두 이익투표로 귀결 되는 것이 아니었나요?
단지 그 이익까지 도달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단순하게 얘기하면 이타의 표본이라 불리는 마더 테레사 같은 사람들도 결국은 "이타를 하는 자신"이라는 표상을 갖고싶어하는 심층적이고 무의식적인 이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말이죠. ···이런식으로 보는게 오히려 더 복잡한가요?
투표권자가 선거인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그가 국가를 지금이라도 돈이 된다면 당장 팔아먹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인물이라는걸 알고도 그 사람에게 투표를 한다면 모를까(이 경우도 나라를 팔아먹는 순간이나 그 과정에서 투표권자에게도 기회비용을 상회하는 이익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도 이익투표라고 할 수 있겠죠. 민족의 배신자 딱지 정도는 돈만 벌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나라니까, 별로 놀라운 양상도 아니겠네요), 어떤 형태의 투표라도 이익투표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권하고 놀러가는 것 조차 말이죠.
사람은 가까운 작은 이득을 멀리 있는 큰 이득보다 더 가치있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실험결과가 있었죠. 이런 투표 성향에 대한 것도 이런 심리실험의 한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딴 소리지만, 가까이 있는 낮은 확률 이득과 멀리 있는 확실한 이득 중에는 어느쪽을 선호하는지 알려주는 심리 실험은 없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