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래 전부터 JoySF의 정치글에 대해 생각해 왔습니다.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이, 꽤 똑똑하고 나름 제가 존경하는 면도 상당한 사람이,

왜 정치글만 쓰면 욕설, 비아냥,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는 모습이 되어 버리느냐는 것이었죠.

저는 이것이 과거부터 상당히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나름 흥미로운 탐구대상이기도 했죠.

  

모초무님께서 제가 '배설'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화가 나신 것은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냥 즉흥적으로 적은 말이 아닙니다.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해서 내린 결론 중 하나입니다.

  

모초무님께서 한 가지 절대로 모르시고 계신 게 있습니다.

제 본심 중 하나인데, 저는 모초무님을 꽤 존경합니다 - 진심으로 말이죠.

이건 비아냥이나, 거짓이나, 공갈이나, 전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글자 그대로 진심이에요.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지만 절대로 하지 못한 두 가지를

모초무님께서는 실제로 결행하신 몇 안되는 드문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는 전업작가로 뛰어들어서 밥벌이가 아닌 예술을 선택한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자신의 불행을 각오하고 행동하고 실천하고 저항하는 지식인이라는 겁니다.

저는 삶에 무게 때문에 그러했든 부모 때문이든 처자식 때문이든 이를 실천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고,

그래서 그것을 실제로 결행한 사람에 훨씬 못미친다는 것을 잘 압니다 - 때문에 진심으로 경외하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었습니다.

왜 욕설이나 비아냥이나 인신공격을 그렇게 자주 수시로 하느냐는 것이죠.

모초무님은 충분히 존경을 받을만한 레벨에 있으시고, 지적 역량도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실천하는 분이기 때문에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실적도 있죠. 그것만으로도 압도하고도 남아요.

하지만 (제 표현이 아니고 다른 분의 표현을 빌면) 자신의 가치를 땅속으로 파묻어버리는 상스러운 말을 자주 할까요.

특히 그것이 정치 이야기와 결부되기만 하면 왜 그렇게 욕이 앞서고 자기 주장이 커지고 남을 매도할까요.

  

더 나아가서, 여기 자주 드나드는 많은 분들은 보통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뛰어난 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직업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10 년 전부터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보통 사람보다 분명히 수준이 높습니다. 통찰력도 뛰어나고 View가 더 높고 깊고 넓은 경우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SF 팬덤에서 만난 여러 사람보다 더 뛰어다나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왔어요. 자질도, 지적 역량도, SF 동네 분들이 생각 바르고 많이 알고 또 현명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도 정치 이야기와 결부되면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그럴까... 그리고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래서 정치 이야기를 JoySF에 와서 퍼붓는 것을 배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표현 역시 진심입니다 - 즉흥적으로 나온 표현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아 왔던 단어죠.

이 표현이 기분 나빴을 수 있을 것이고 예상 못했던 바도 아니지만,

저는 상당 부분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이 상스럽고 이상하게 행동한 것은,

그 행위 자체가 배설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것이죠.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X은 배설합니다.

그 어떤 사람도 스트레스 받고 성질도 낼 수 있습니다.

성질을 내는 것도 일종의 배설행위입니다 - 쌓이면 건강에 이롭지 않죠.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성으로 제어합니다.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하게 그것을 풀려고 애쓰죠. 

   

정치 이야기도 이성적으로 분석적으로 지적으로 이야기하면 당연히 건전할 수 있습니다.

아래 모초무님이 쓰신 정치 이야기에 대한 분석 글이 그 증거입니다.

그 레벨로 치밀하게, 분석적으로, 이성적으로, 지적으로 정치이야기를 한다면...

누구나 환영일 것이고, 그저 보고 듣는 것 만으로도 배우는 바가 큽니다.

실은 아래 쓰신 분석글은 제가 알고 존경하고 기대하는 모초무님만 쓰실 수 있는 글이에요.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읽어내리면서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여기에 두 마음 없습니다. 비아냥도 아니고, 그냥 진심이에요.

항상 그렇게 이성적으로 말씀하셨으면 아무도 뭐라고 못할 것이고,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스러운 욕을 앞세우고 비아냥거리고 면박주고 몰아세우고 성질내는 모습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본질이거나 그것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 해소, 다시 말해 배설 행위 그 자체였을 겁니다.

저는 JoySF에서 그런 모습 보고 싶지 않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행동은 공공 장소에서 남들 보는 데서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음 역시 거짓이 없습니다. 그냥 진심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배설'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거짓없고, 즉흥적인 비난도 아닙니다.

제 딴에 오랫 동안 생각한 끝에 그렇게 해석했을 뿐이죠. 

  

제가 별빛님 대표 출마 소견에 대해 꽤 심하게 추궁 비슷하게 질문을 던져 놓고,

나중에 가서 "실은 별빛님의 열정 하나만 보고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진심입니다.

여기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고, 비아냥도 없어요. 실제로 저는 그렇게 생각해 왔거든요.

별빛님이 JoySF에서 한 번 필 받으면 정치 이야기를 잇달아 계속 올리는 모습을 종종 보이신 것도,

본래 꽤 이성적인 분인데 여기 와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름 배설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현재 다른 사람들에게 남의 말 안듣고 자기말만 하고 편향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는데,

그 부분을 다른 여러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풀어서 믿음을 가져올 것인가를 집요하게 묻고 또 물었던 것이죠.

이 모든 문제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과격하게 말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것을

적어도 시삽 후보로 나선 분이라면 꼭 진지하게 생각해 주었으면 했던 마음이 매우 컸습니다.

   

모초무님께서 제 표현 때문에 감정적으로 마음이 상하셨다면 그 부분은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 역시 거짓 없는 진심입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충분히 이성적이고 훌륭한 지적인 분이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상스런 표현을 입에 담는 모습이

저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불편하게 여겨졌을까 그 부분도 꼭 한 번 더 고민하고 생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몇몇 분들이 지적하셨지만,

굳이 따져나간다면 저 역시 이 번에 꽤나 정치적으로 행동한 바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가 정치적 싸움질과 정치 이야기로 사이가 나빠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라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별빛님 글이나 표도기님 글이나 몇몇 글에 댓글을 달면서 오랫 동안 생각해 온 바를 꽤 강경하게 적었습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하면 앞으로 당분간 정치적 싸움은 수그러들거나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당연히 꽤 정치적인 생각과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었죠.

인간은 역시 정치적 동물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죠.

  

다시 부연하지만,

모초무님께서 아래 분석하신 글은 저를 진심으로 감복시켰습니다.

따라서 저 정도 레벨의 글이라면, 저는 정치 이야기라도 백번 천번 환영입니다! 

(물론 상스런 욕이 달린 글은 여전히 반대하고 사라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