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과 박원순을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예전 아들 병역건때 강용석 강냉이를 털어버린 것도 그랬지만, 이 사람 아무리 봐도 진짜 여우에요.

사실 선거에서 네가티브를 안하면 진실성이 있어 보일 것 같지만 베버 말마따나 전체 윤리는 개인 윤리의 합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잘난 사람인 지를 보기보다는 상대가 얼마나 빠가인지를 보거든요. 어차피 부동의(가령 박근혜가 생방송으로 사람을 쏴 죽여도 지지해 줄 마의 30%처럼) 지지층이야 정해진 것이고 중간을 얼마나 잡느냐인데 원래 인간이라는 게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달리 본성은 동물에 가까워서 남의 둣다마에 관심을 두게 마련이니까요. 달리 말하면 다 끝난 이야기니 정동영이 네가티브만 해서 졌다고 하지, 사실 세계 선거사에서 정동영 건은 룰라가 대통령 된 케이스 뺨치게 희귀한 경우입니다. 미국 대선에서 듀카키스가 앞서 나가다 부시의 네가티브 한 방에 개털린 건만 해도 그렇죠. 아무튼 본론은 그게 아니라, 현실이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박원순이 세월호 이슈가 생기기 전에조차 정몽준과 어금버금 했어요. 정상이라면 아주 죽을 쒔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한 꺼풀만 덜어보면 당연한 겁니다. 박원순은 아주 고도의 네가티브를 하고 있었거든요. 뭐냐하면, 너무나도 상식적인 행동을 끊임없이 보임으로써 다른 의미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몽준을 열폭 시킨 거죠.

사실 선거라는 게 없었다면 몽준이는 몽준이대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부, 지위와 사회적 영향력으로 자위하며 정신승리를 할 수 있으니 둘 다 행복할 수 있었을 겝니다. 그런데 몽준이는 불행하게도 시장(나가서는 대권)이라는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만 자신이 이길 수 없다고 믿어온 상대와 승부를 걸고 만 것이죠. 이것도 몽준이의 성장환경과 현재 환경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닭대가리마냥 자기가 원하는 건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다 보니 본인의 능력을 평가할 줄 모르거든요.

아무튼, 그렇다 보니 박원순과 정면으로 붙게 되었고 이렇다 할 액션이 없는 상대에게 쾌재를 부르며 닭머리 누이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며 순항했죠. 그런데 닭머리에게 의지하기는 커녕 '계'를 까야하는 상황이 왔네요?

당연히 깝니다. '계'를 까야죠. 안 그러면 같이 죽게 생겼는데.

그런데 상대는 여전히 아무 것도 안합니다. 안심하죠. 비록 자신이 1년에 0.5건만 발의하는 산소 축내는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트잉여나 페잉여가 되기엔 존심이 허락치 않으니 자기가 보는 언론 외의 모든 보고는 보좌관을 통해 받습니다. 그런데 앞서도 말했지만 몽준이는 '계'랑 같은 타입이에요.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절대로 못 견딘다고요.

결국 보좌관들은 국정원 직원과 새누리가 양성한 십만 알바단(이하 십알단)이 돌려보는 소설들만 보고합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거에요. 박원순이 모든 보좌관을 물리고 단독으로 진도 체육관에 들렀다는 사실도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십알단과 국정원발 SNS의 언급, 즉 '쑈다!'란 이야기 이상은 모를 거에요.

그런데 박원순은 자기가 출타한 게 결국에는 퍼질 거란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 영감님은 오래 전부터 기레기 따위와는 상대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미디어원, 즉 '시민'을 뉴스의 근원지로 삼았거든요. 물론 박원순은 정치 초년생이기 때문에 설령 몽준이가 아니라 '계'가 대통령 때려치우고 서울시장 하겠다고 덤벼도 쓸 수 있는, 즉 상대가 누구건, 시기가 언제건, 장소가 어디건 쓸 수 있는 조커가 필요했고 그 카드로 시민을 선택한 거죠. 당연히 지금의 시민에게 매수나 협박 같은 게 통할 리가 없습니다. 그럼 박원순 입장에서도 조커와 바꿀 카드는 제한돼 있습니다. 정치가로서의 권위, 금전, 권력 모든 걸 포기한 거죠. 

그는 바로 시민이라는 조커와 자신의 로얄스트레이트플러시를 바꾼 겁니다. 뭐 그 선택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건 박원순이 원래 그렇게 살아 온 인생이었으니까요.


재미있는 건 박원순이 몇 년도 안 되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이런 뒤집기를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거죠. 자신에게 구두 보고 했다며 사기치는 부하직원을 앉혀 두고 증인을 대동한 다음 그 구두 보고가 있었다는 회의 녹취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는 이야기는 알만한 분들이 다 아실 거라고 봅니다. 앞서도 말한 아들의 병역 문제 역시 기자 대동해서(그 중 7할이 보수 언론이었죠) 눈 앞에서 MRI보여주고 의사 소견 확인시켜준 건은 거의 전설이죠.

이 모두의 공통점이 뭐나면, 본인은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변명이라곤 단 한 마디도 없었어요. 그냥 겉만 봐서는 마치, 결과 중시론자로 보일법한 태도였죠. 자기들이 구린 게 많아 불리하면 대답을 않는 자들이다 보니 박원순도 그럴 것이라고 믿은 그들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승리를 믿었고 한껏 전투력을 높여가며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페이드인 된 화면에는 머리가 사라진 시체들 뿐ㅋㅋㅋ


지금 몽준이를 상대하는 박원순의 행보 하나하나 역시 마찬가집니다. 박원순은 몽준이의 머리 위 두 뼘은 위에 떠 있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상대가 쫄았나, 국가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다, '계' 없어도 된다 믿으며 파죽지세, 이 참사로 인한 여파도 곧 뒤집을 수 있으리 하지만 머리 위에 있어서 몽준이의 감각영역조차 벗어나 있는 박원순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1초만에 자기 목을 자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몽준이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유모를 막연한 두려움에 아무렇게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거죠. 어차피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박원순은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라도, 상대가 누구건 쓸 수 있는 조커를 쥐고 있거든요.

정말이지 박원순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머리 위 두 뼘은 위에 떠 있는 여우입니다. 


부록. 몽준이에겐 그가 세종대왕 동상 위에서 페니스를 열 두바퀴 돌려도 찍어 줄 마의 30% 말곤 더 이상 남지 않은 것 같네요. 안 돼 보여서 애정을 듬뿍 담이 이름도 귀엽게 몽준이라고 불러 주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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