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늘 나오는 문제가.. SF 동호회인데, SF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 말이 있더군요.
아무래도 이곳이 SF 사이트니까 SF 이야기를 주로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이곳에는 다른 곳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길게 풀어서도
받아주는 분위기가 있죠. 그래서 이곳에 오래 계시는 분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 사이트라면 전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겠죠.
그런 점을 비추어 본다면, 이곳에서 사회, 정치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것도 허용해주는 이곳의 분위기 때문일겁니다. 사실 좋은 점이죠.
일단, 전 이곳에서 정치 이야기 하는 것이 저 스스로도 내심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믿으실지 모르지만, 그래서 글을 쓰다가도 취소하고 썼다가도
지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사, 사회,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 답답하기 때문이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우물에 대고 외치는 이발사 마음이
이런것 아닌가 싶죠.
그런데 문제는 조이SF 가 신기하게 SF 이야기를 잘 못 끌어 내는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년에 나오는 영화만 쳐도 SF 범주에 상당수가 드는데도
그에 비해서 별로 말이 없어요. 신기하게도..
아마 그런 SF 토론이나 SF 책 감상이나 리뷰. 영화속의 SF .그런 걸로
가득차면 상대적으로 다른 성격의 글 같은 것은 줄어들것이고,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빈도수와 비율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건 이곳이 SF 동호회라고 하지만, 그런 다양한 소재들을 SF 토론으로 끌어내는
뭔가가 부족하지 않는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불붙은 SF 토론도 잘 정리해서 나중에라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끔
정리해놓는 것도 필요한데, 그것도 다른 글에, 시간에 묻혀 저 멀리 사라지죠.
즉, 한번 불붙은 화재거리가 계승되지 않고 거기서 끊긴다는 겁니다.
요약하면 특정 소재에 대해서 한번 말했던 사람은 더 이상 재탕삼탕하지 않으려 하고,
그걸 토론이 있었던 것도 모르는 사람은 무슨 화재거리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가는거죠. 또 하나, 정말 SF에 대해 박식한 분께 전문적으로 칼럼을 연재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곳이 국내에 남은 단 하나의 SF 동호회라는데, 그런 세심한
노력이 좀 아쉽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대가 바로 희망이다.
정체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회원분들도 일상 문제로 바쁘니까요. 비단 우리 클럽만 그런 건 아니더군요. 블로그 사이트의 소위 괴수분들도 일상이 바쁘시니 예전보다 글이 안 올라온다거나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온갖 정보글이 올라오는데, 소감문 정도나 올라오기도 하고요. 특촬물이라면 둘째 가라도 서러울 전문가들이 숱한데, <고지라> 개봉을 앞두고 별 말이 없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말하는 저도 하루에 일정 시간은 취미에 몰두하자는 계획으로 사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소설을 읽으려 해도 머릿속이 복잡해서 내용도 안 들어오고, 업무 걱정부터 앞서고 등등.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르 동호회니까 장르 이야기를 하는 건 맞는데, 뭐, 일상이란 문제는 뗄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정치 이야기에 관심이 더 쏠리기도 하는 거고요.
문제는 대부분 구성원의 격차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SF 팬덤판에서 10~20년 이상 접하면서 많은 것을 접한 사람들과 이제 SF를 접하기 시작한 사람들로 나뉜다는 것이죠.
SF를 접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 글을 남기면 오래된 사람들은 이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하고 리액션이 없습니다. 사실 무반응정도면 다행이고 뉴비취급하면서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은근 있죠. 신입 입장에서는 반응이 없거나 시니컬한 반응이 붙으면 글쓸 맛이 안나죠.
그리고, 오래된 사람들은 이제 할 얘기가 없습니다. 생업에 바쁘다 어쩐다 해도 '이번에 뭘 봤는데 재미있더라' 정도의 발제는 할 수 있는데 그것도 귀찮고 괜히 반론 달리면 기분도 나쁘죠. 나이 먹어서 내 생각 바꿀 여지는 거의 없고 누가 반론 남기면 열띤 토론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열정은 없으니.... 비아냥만 안해도 감지덕지.
그리고 이곳을 포함해 대부분의 커뮤니티 게시판 정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대두로 시작된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영화나 소설, 만화를 보고 글쓰기창을 열었다가 몇줄 못 먹고 고민되면 '이정도면 그냥 SNS에 쓰지 뭐 일부러 게시글을..' 하는 생각에 취소해 버리니까요.
저도 이것저것 가끔 보기는 하는데, 그것에 대해 막 얘기할만큼 열정적이지 않게 되었달까요.
영화관에서 미국 대장: 겨울 병사도 봤고 얼마 전에 케이블 TV에서 스타쉽 트루퍼즈: 인베이젼도 봤는데, 뭔가 얘기할 건덕지는 있으면서도 굳이 말 꺼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늘 활발하게 화두를 던지시는 야구아 님이 기쁨스프에 참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안정권도 아니고 쇠퇴권이라고 봐야죠. 벌써 그게 몇 년째인데...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사람들이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관심들 없어 해서 글을 잘 안 쓰게 되더군요. 정치 이야기는 신나게 댓글 달면서 싸우기라도 하지.
생긴 지도 오래 되었고, 사실 전형적인 안정권에 있는 동호회인 거죠.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회원들에게 웬만한 이슈는 뭔가 눈이 팍 뜨일만 하기 보다는 이미 봤던 것의 변용이다 보니 흥분되는 분위기 형성이 잘 안 되는 것이겠죠. 게다가 온라인 게임 사이트처럼 글이 휙휙 넘어갈 정도로 사람이 많고 뜨내기(?)들의 접근이 용이하면 그 질이나 깊이야 어쨌든 이슈가 쉽게 식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소위 말하는 뒷북글이란 게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생기기도 하죠(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여기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새로 고침 하면 자게 페이지가 넘어가 있던...). 그러나 지금 우리 동호회는 번화가라기 보다는 조용한 뒷골목의 단골 선술집 같은 느낌이니까요. 뭐 그걸 지향하거나 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이 흐르며 이리 된 거죠. 그런 분위기는 커그나 거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동호회 특성상 안정상태라는 건-마치 도시처럼-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성장을 멈추었다는 뜻이고 그건 사실 퇴락해 간다는 의미라는 거죠. 이런 현상을 뭐라고 딱히 정의내릴 수 있는 용어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 경험상으론 취미로 모인 동호회는 온라인 동호회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게 심지어 오프라인 동아리더라도 성장이 끝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대부분은 그 즉시 퇴락을 시작해 결국에는 소멸하곤 했습니다(대학교 과내에서 자발적으로 생긴 소모임이나 학회가 좋은 예가 될 듯 하네요).
그렇다고 여기가 소멸할 거다 뭐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저 지금 분위기는 말하자면 생물이 늙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렇기에 저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그리고 말씀하신 온라인 세미나 같은 건 몇몇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시도해 보기도 했고 그러다 이곳 동호회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장려하기도 했지만 역시 개인의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다보니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역시 전체 맥락에서 보자면 늙어가며 힘이 빠지는 현상 중 하나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