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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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제가 '초동 대응을 잘 했더라도 생존자 수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겠네요.
http://news.nate.com/view/20140502n33876?modit=1399086778
구조대원들이 배에 승선하고도 30분 동안 아무 것도 안 했다면, 가루가 되도록 씹혀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이상 사회는 이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어. 보통 사람은 보통 사회밖에 못 만들지.
- 애플 시드: 아테나 -
저는 해경이 출동해도 세월호에 승선할만한 여건이 안 되어서 승선 못 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드문드문 본 사고 현장 중계에서는 배를 대고 승선하는 장면을 못 봤거든요.
배에 올라타지 못했다면 뛰어내리는 승객만을 구조할 수 밖에 없을테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나저나 '상식적으로 선장이 승객을 놔두고 자기만 도망칠리가 없다' 는 말을 제가 언제 했는지 모르겠네요.
덧글 찾아보니 '상식적으로 가라앉는 배에서 선장이 승객들 얌전히 있으라 하고 자기 혼자 빠져나왔을 거라고 짐작하기가 쉽겠습니까.' 라고 한 적은 있습니다만, 이것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 판단에 대해 이야기한 거고, 문맥 상 '선장이 승객을 두고 혼자 빠져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 게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만.
저의 말을 계속 그렇게 삐딱하게 보신다면 저도 별빛화살님과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을 해도 말 그 자체로 알아듣지 않고 사람에 따라 색안경을 쓰고 본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과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초동 대응이 늦었다고 생각 안 합니다. 구조선 구조헬기 다 떠 있었는데 승객들이 배 밖으로 안 나왔죠. 덕분에 구조대는 기다리고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가라앉는 배에서 선장이 승객들 얌전히 있으라 하고 자기 혼자 빠져나왔을 거라고 짐작하기가 쉽겠습니까.
이 부분인데...
첫번째 문장의 주어가 바로 저는... 이라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네번째 문장의 주어는 잘 살펴보니
생략되어 있지만 (구조대)가 되겠군요. 선장이 먼저 도망칠리가 없다고 생각한것은 르혼님이 아니라
구조대원들이라는 말이 되는군요.
초등대응이 늦었다고 생각 안한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구조대원들은 선장이 자기혼자 빠져나왔을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까?
그래요. 선장이 도망칠리가 없다고 생각한것이 르혼님이 아니라 구조대원이라고
제가 착각했군요. 그점에 대해서는 정말 사과드리겠습니다.
초동 대응을 잘 한다면, 희생자는 100% 줄어듭니다. 크게 바뀌지 않아도 상관 없지요. 단 한 명을 더 구했다고 해도 그건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인데, 한 가족의 행복인데 어떻게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요?
위의 상황에서 해경은 이미 초동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초동 대응에 성공했다면, 한 두명을 더 구하는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 구조했을지도 모릅니다. 30분이라는 시간은 그 정도의 가능성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해경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밧줄조차 없이 작은 구명보트로... 그것도 처음에는 앞쪽으로만 접근했다고 하지요. 승객들이 있는 뒤쪽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이건 '초동 대응' 정도의 말로 넘어갈 정도가 아닙니다. 직무 유기고 인간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뒤쪽에 올라탄 뒤에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니, 이건 더 말도 안 나옵니다.
혼자서 40명을 구할 동안 해경은... 스스로 탈출하거나 이 분 같은 이가 구해낸 사람들을 '건져내고는' "80여명 구출하면 잘한거."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었지요.
한편, 더 안타까운 것은 만약에 학생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겁니다. 당시 소방헬기는 10시 10분 경에 해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보고서 쓰느라 시간 낭비했던 해경처럼 출동 연락이 늦게 전해졌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구조할 시간이 없는게 아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승객들이 대피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소방 헬기는 다양한 구조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소방사들은 구조의 전문가입니다. 구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철저한 훈련을 받은 분들이지요. 그들이라면 김홍경씨가 썼던 소방호스보다도 훨씬 좋은 장비와 단련된 역량으로 현장에 뛰어들었을 것이고 수많은 이를 구조했을 것입니다. 김홍경씨가 영웅적인 활약을 할 필요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해경은 사고 해역을 통제하였고 소방 헬기(그리고 비슷하게 출동했던) 미군 구조 헬기를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는 구경만 하고 있었지요.
초동 대응은 분명히 실패했습니다. 소방헬기도 신고후 1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한 것은 초동 대응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경은 초동 대응만이 아니라 아예 대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분통이 터집니다. 참담합니다. 가슴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꼭 이 기사가 아니더라도, 해경이 배에 올라타서 객실로 내려갔다는 기사를 사고 초기에도
본적이 없어서... 전 초등 대응이 완전 실패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고무배 딸랑 한척 끌고 왔다죠?)
그래서 르혼님의 초등 대응 문제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선장이 승객들 놔두고 자기만 도망칠리가 없다
는 댓글을 다신 것을 보고 ... 이분은 기사를 다 못읽어 보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했지요.
생각만 해도 분노와 슬픔이 치밀어 오릅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