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안전이 소중합니다. 르혼님이 쓰신 이 명언 덕분에 머뭇거렸던 얘기를 이제라도 씁니다. 제가 아문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서투르게나마 쓰면서 말입니다.


  안전을 충실하게 점검한 덕분에 위험을 제대로 무릅썼다. 이 문장으로 총평해봅니다. 르혼님이 하신 얘기에 영향을 크게 받았지요. 한편, 다른 분에 비해서는 아문센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책 몇을 빌려 읽은 기억이 희미할 뿐입니다. 어쩌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관련 웹문서를 살짝보았던 정도입니다. 기억이 나날이 흐릿해지니 이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잊기 전에 쓰고 보자. 이런 기분이 절로 들지요.



  뇌리에 있는 흐릿한 편린을 찾으면서 아문센은 탐험 준비를 매우 치밀하게 했다는 핵심 사항을 끄집어냅니다. 탐험하는 목표가 북극점이면 자기자신부터 북극에 맞도록 준비했던 것처럼요. 북극 탐험을 준비하다가 미국인 피어리가 먼저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목표를 남극점으로 바꿨지만요. 그렇긴해도 북극 탐험에 준비했던 과정이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는데 크나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이 문단에서 제가 눈여겨 보는 사항이 어디인지 적습니다. 아문센이 극지 탐험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서 말입니다. 북극 지방에 사는 토박이인 이누이트가 사는 방법을 착실하게 배운 점입니다. 주석 단추가 달린 모직 방한복 대신 털가죽 코트,  설상차 대신 개썰매. 아, 먹을 것을 빠트렸습니다. 페미컨으로 일컫는 비상 식량도 남극 탐험에도 보탬이 되었습니다. 부피가 가벼우면서 많은 열량을 제공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요. 아문센이 남극 탐험을 했던 시기에도 백인이 유색인종을 향한 편견과 멸시가 지독했다는 세태를 감안하면, 그의 도량이 아주 크다며 절로 고개를 숙입니다.


  자기 자신도 탐험에 철저하게 준비하듯이 동행할 사람을 잘 뽑은 점에도 호평합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는 얘기에 잘맞겠고요. 극지 탐험에 적합한 사람을 뽑은 점에서는 경쟁자인 로버트 스코트를 아늑하게 뛰어넘습니다. 로버트 스코트가 이끈 대영 제국 탐험대는  각기 자기 전문 분야에서는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대영 제국에서도 손꼽을 인재다는 짐작을 하지요. 그러나, 남극처럼 자기가 사는 곳과는 아주 다른 지역을 탐사하기에는 아마추어다는 쓰디쓴 얘기를 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로버트 스코트는 훌륭한 인재를 헛되게 죽였다는 혹평까지 합니다. 한편, 아문센은 자신의 의견과 끝까지 맞지 않는 탐험대원을 배제했다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냉정할 때는 냉정하는게 마땅하다. 구성원 사이에 있는 돌이킬 수 없는 불화는 다른 요인과 더불어 무리를 무너트리는 화근이 되니까요. 차디차면 차디차나 잘못되면 목숨을 헛되이 잃기 쉬운 곳이니 이런 조치는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한 안전 조치로 판단합니다.


  자기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탐험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며, 같이 갈 사람을 목적에 맞도록 제대로 뽑은 점에서는 훌륭합니다. 금상첨화로 자신이 잘못했던 부분을 인정하는 모습도 높게 평가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영민한 군주처럼입니다. 기억이 거의 없지만, 아문센은 남극 탐험을 진행하는 도중에 자신의 판단 착오로 탐험대를 위험에 빠트릴 뻔했다고 합니다. 그 탓에 몇 달 동안을 전진하지 못했지요. 이 내막을 자세히 알지못하며, 앞문단에 나타난 안전 조치와 연관이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불화가 표면에 드러나면서 이를 없애는 조치를 취했으나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확실하게 인정하면서 탐험대를 이끈 진행은 본받아야 마땅합니다.



  탐험에는 탁월한 사람. 아문센을 호평하면서 안타까운 일면을 적으며 끝내려 합니다. 그의 실종이 그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문센은 어느 탐험대가 조난 당했다는 소식에 다급하며 구출하려 갔는데 결국에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동행했던 사람들까지 말입니다. 비행기를 타며 구조하려 갔다가 실종되었는데 이는 그답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구한다는 목적에 무모하게 행동했습니다. 로버트 스코트 탐험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뿌리깊게 박혔기에 아문센 답지 않는 행동을 했다며 짐작하지만, 저한테는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인생의 끝이 그답지 않다. 이 한 문장을 씁쓸하게 적습니다.



  르혼님이 오늘 하신 얘기 덕분에 계속 망설였던 얘기를 지금이나마 씁니다. 제가 글을 쓰는 동기를 크게 부여하셨으니 크게 고마워합니다. 한편, SF와 과학 이야기에서 표도기님이 쓰셨던 [표도기]아문센과 스코트를 알립니다. 제가 조잡하게 쓴 이 글에 비하며 아주 깔끔합니다. 아문센의 남극 탐험에 얽힌 내막을 한 눈에 알아보도록 하니 이 글을 다시 떠올린 이상 계속 알리고 싶습니다. 언제 썼는 지를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이 얘기를 적으면서 오랜 잠에 깨어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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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