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습니다.

 

우주 시대를 예상한 분들도 많았지만 지구의 중력은 너무나도 굳건하게 인간을 잡아 매고 있고

대륙간 초음속 여객기 같은 건 폐기된지 오래고

자연재해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하며

핵오염문제 해결은 안 된 채로

새로운 대체 에너지 없이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는 점차 공공재가 되어가고

네트워크의 발전은 초능력을 연상케 할 정도이나

로봇은 아직도 실험실에서 놀고 있을 뿐이죠.

 

인간 게놈은 해석이 끝났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고

 

컴퓨터는 인간에게 길안내 조언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은 스스로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 가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너무나 덧없이 스러지고

배불리 먹는 사람보다 배 곪는 사람이 더 많으며

전쟁의 위협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미래

 

지금 우리는 유토피아에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에 살고 있습니까.

 

밤 잠 설치지 않고 배고프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면 그게 천국이지 달리 천국이 있나!

 

를 외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땅은 유토피아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반대로 굶주리는 이웃과 이루어지지 않는 정의와 씻기지 않는 피값의 무게에 괴로워하며

밤잠을 설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삶의 무게에 불행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는 이 곳은 결코 천국이 되지 못합니다.

아무리 반짝이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해도

그 뒤에 숨겨진 악취와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는 이들에겐 도살장이요 전쟁터요

죽음의 땅일 뿐이죠.

 

도살장 옆에서 도축된 고기를 먹으며 즐거워할지

아니면 피비린내로 괴로워하며 도살장을 뒤엎을지

그건 우리의 선택이요 우리가 찾아갈 미래겠죠.

 

21세기는 디스토피아일까요 유토피아일까요.

아직 결론은 아득히 멀리 있습니다.

86년 남아 있겠네요.

 

그땐 저는 이미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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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