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요일을 맞이하여 안산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진도까지 가서 자원봉사를 하는 분도 있으신데 겨우 분향소 찾아가는 것은 약소할 따름이겠지만,

평일에는 15시간씩 일에 치여서 살기 때문에 주말에 분향소를 찾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현재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올림픽기념관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서

바로 인근의 안산 고잔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며 대기하도록 조치하고 있었는데,

오늘 분향소를 찾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옥외에서 비를 맞아가며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질척거리는 운동장에서 비 맞아가며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기다리는 모습이 그리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더군요.

비가 꽤 내리는 날씨에도 아이들을 대동하고 나들이 대신 분향소를 찾은 가족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울어주고 싶은 사람이 이 나라에 아직 많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분향소에 어린 나이의 고등학생들 영정이 벌려 있고, 대형 스크린에 학생들 모습이 차례로 뜨는 데

감정적인 분들은 그 얼굴을 대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는 것이 참으로 처연했습니다.

대략 1 시간 넘게 기다려서 5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체육관에 들어가 짧은 분향을 마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어느 누구도 기다리는 것에 불만을 갖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 그럴 사람이라면 찾아오지도 않았겠죠.

    

이번 사건이 제 생활권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안산시 단원구에 관련되어서 저도 꽤 민감하게 반응한 편이고

그 동안 교류했던 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친지를 잃고 힘겨워하는 것에 함께 가슴 아파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디어 위주로 소식을 접하다가 직접 분향소를 찾아서 어리디 어린 학생들이 영정은 남은 모습을 접하고 나니... 

직접 찾아가기를 정말로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 가슴 속에서 불이 끓어오르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제 주변 가족들은 들어가자마자 눈물을 쏟더군요.

얼핏 보기에 메마른 표정으로 말 없이 앞을 응시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조용해 보이지만 그 사람들의 눈 속에서 불길이 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