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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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주 천양정에서 열린 전라북도궁도협회 주관 입승단 심사에 응시했습니다. 이 심사에서 합격해서 2단으로 올라갔습니다. 이 과정에는 여러 행운이 같이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여기에 얽힌 행운을 하나하나 찾아 얘기합니다.
가장 먼저 온 행운이 이러합니다. 임실 군자정에서 계시는 어르신께서 저에게 응시하자는 권유입니다. 저는 여기에 망설였습니다. 응시료가 저한테는 목돈인데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응시료가 4만원인데 직장이 없으니 이 금액이 크게 느낍니다. 또한, 입승단 심사에서 떨어졌던 경험이 있어 여기에 마음이 크게 걸렸습니다. 습사하면서 나타난 실적이 균일치 않고 기복이 심하게 거듭한 점이 응시하는 일에 망설이도록 더욱 부추켰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봄에 있는 입승단심단에 응시하자고 계속 권유하셨으며 저는 여기에 따랐습니다.
다음으로는 응시일은 오늘과 가까운 날짜에 전주 천양정에서 습사했던 일입니다. 전라북도교육회관 산하 도서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이번주부터 하는 교양강좌중에서 독서토론과 비슷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오후 7시에 이 강좌를 시작하니까 전주에 가는 김에 전주 천양정에서 습사했었습니다. 날이 저무는 때에도 제 쏘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실마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수련이 없이 오늘 있는 입승단 심사에 응시했다면 시수가 바라는 대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말입니다. 전주 천양정에 찾아가 습사했던 덕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희미하게나마 알아차렸으며 다음날부터 임실 군자정에 습사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면서 차근차근 풀어냈습니다. 첫날에는 당기는 길이와 타점의 높이가 각기 어느 정도면 불필요한 움직임이 가장 덜하는가를 파악했으며, 그 다음날에는 쥠손을 비트는 강도의 적정선을 대강이나마 알아차렸던 내막을 여기에 적습니다.
입승단 심사가 있는 오늘에도 행운이 크게 그리고 계속해서 찾아왔습니다. 저혼자 가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같이갈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 아침 시간에 있는 전주행 직행버스를 타고 올라가려 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목욕한 뒤에 제 집에 전화가 왔었는데 저한테는 뜻밖이었습니다. 군자정에 몸담은 어르신께서 연락이 왔으며 전주 천양정에 같이 가니까 임실 군자정으로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원이였으며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덧붙이는 얘기를 하면, 앞문단에서 저한테 승단심사를 계속 응시하자는 권유를 하신 분과 다른 사람이십니다.
저를 포함한 세 명이 임실 군자정에서 이번 입승단 심사에 응시했습니다. 이번 심사에 응시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저 혼자 보낼 수가 없으니까 전주에 가는 김에 응시하셨습니다. 혼자 응시했다면, 불안해서 제 실력이 나오지 못하고 제풀에 치쳐 일찍 무너졌을 텝니다. 이 내막을 인식하니 동행하신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심사 장소인 전주 천양정에서는 나타내지 않았으니 그런 감정이 더욱 큽니다. 또한, 저만 합격했지 다른 두분이 불합격했던 점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계속 감돕니다.
어찌됬든, 오늘 찾은 전주 천양정에서도 행운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심사가 있기 전에 연습을 했으며 그 덕분에 임실 군자정에서 찾아낸 해결 방책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심사가 시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순에서는 적정 높이를 파악해지 못해 이중에서 머물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차례인 이순에서는 오시오중을 했습니다. 그 뒤로는 순마다 3중 혹은 4중을 계속했습니다. 2중을 한 번이라도 했으면 마음이 크게 흔들려 수렁에 빠졌을 테지만, 거기에 벗어난 행운이 계속 왔습니다. 순마다 계속 왔다고 생각해 봅니다.
8순에서는 마지막 화살이 과녁을 맞춘 점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후반부에는 몸에 힘이 많이 빠졌다고 느꼈기에 마지막 차례인 9순까지 가는 일이 껄끄로웠습니다. 과녁에 화살을 맞추기는 잘 맞추는데 그 과정에서 위태로운 느낌이 계속 왔었기 때문입니다. 자세가 크게 흐트려져 빗나갔다고 직감한 사례가 맞아떨어진 경우가 계속 찾아왔습니다. 9순까지 가면 어이없는 실수를 계속 벌여 이번 심사에 떨어지겠다는 불안이 컸습니다. 궁도 입승단 심사에서 9순까지 불합격을 맞았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8순의 마지막 화살을 과녁에 맞추어 도합 28중을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8순에서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순조롭게 2단에 합격한 행운. 여러 사람께서 저를 도와준 덕분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몸담은 임실 군자정 뿐만 아니라 이번 압승단심사가 열린 전주 천양정을 비롯한 다른 사정(射亭)에서 계시는 분들도 거듭해서 크게 도와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뭔가 부족하거나 어디에 결함이 있는 가를 둔감하게나마 알아차렸으며 서투르게나마 해결했습니다. 혼자서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얘기를 쓰면서 여러 사원(射員)에게 깊게 고마워하는 얘기를 같이 적습니다. 그 분들 덕분에 저에게 행운이 계속 찾아옵니다.
다른 이야기1) 행운을 계속 누린 저와 다르게 불운이 급습해 아쉽게 입승단을 못하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불운이 찾아온 순간을 직접 본 경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얘기를 같이 적습니다.
다른 이야기2) '범사에 감사하라.' 오늘이 신약성경 데살로니카 전서에 5장 18절에 나왔을 이 구절을 다시 상기하는 하루입니다. 제 방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 발행한 성경을 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개신교 판본이든 천주교 판본이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교훈만큼은 한결같다고 여깁니다.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
우선 승단 축하드리며......궁도에도 승단심사가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엄연한 무도로서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