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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을 기르지 못한 것은 아메리카 대륙에 그런 가축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왜 금속을 개발하지 못했을까요?
금속무기가 있었다면 유럽인들에게 그렇게 손쉽게 정복당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죠.
중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철기 문명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철기 기술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즈텍, 잉카 등을 석기 문명으로 아는 이도 있지만, 잉카에도 금, 은, 동 등의 제련 기술은 있었고, 청동기 역시 제조하였습니다.
다만 무기나 도구로서보다는 주로 장신구로 사용되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청동기 도구나 무기도 존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지만, 우선은 철의 발견이 어려웠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고대 잉카 사회의 철광이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중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철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동, 금, 은 등은 비교적 쉽게 채굴할 수 있었던 반면 철은 그렇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철은 매우 높은 온도에서 정련해야 하는데, 이 같은 기술의 발달에서도 미흡했습니다.
또 하나의 이론으로서 말 같은 수송력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철과 같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이어지는 발달은 노동력과 수송력의 증가와 병행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중남미의 제국들은 이러한 점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아즈텍, 잉카 등의 제국이 사실상 그 지역에서는 절대자로 군림했다는 것도 한가지 요인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중국도 그렇지만, 강력한 힘으로 군림하는 제국에서는 외침보다는 내부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기술 발달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무기가 될 수 있는 기술은 법으로 금지하는 사례가 많지요. 잉카, 아즈텍 등은 강력한 제국으로 군림했고 그만큼 기술의 발전을 고의로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가지 추가하면 잉카, 아즈텍 등이 철기가 없어서 유럽의 침략을 받아서 패망했다고 이야기되지만, 이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철기와 화약을 내세운 전투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거든요. 물론 도움이 전혀 안 된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인 결과물을 낳기에는 너무도 부족했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두 나라 모두 절대적인 제국으로서 군림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황제가 거의 신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절대 권력의 문제도 있었지요.
아즈텍을 침공한 코르테즈는 처음에 아즈텍의 황제를 인질로 잡아서 위기를 모면하였고, 이후엔 자신의 사병만이 아니라 아즈텍에게 억압받던 주변 국가들과 연합해서 아즈텍을 침공했습니다.
한편 피사로가 잉카를 침공했을 당시, 잉카는 내전 직후의 상황이었고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피사로는 내전 패배 진영의 도움을 받아서 황제를 사로 잡는데 성공하였고 이후는 싸움이라고 할만한게 없었습니다. 당시 황제는 내전 직후인 관계로 수도에 있지 않았는데, 그곳은 수도에 비해서 방어선이 부실했으며 황제 자신도 지나치게 방심한 상황이었습니다.
주변 국가들의 지원군을 얻는 등 다양한 준비를 거쳐서 아즈텍을 침공한 코르테즈는 상당한 전술적 재능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었지만, 수십만 인구의 수도 지역에서의 전투에서 굉장히 고생합니다. 결국 오랜 농성전으로 전염병이 만연하면서 아즈텍이 패배하긴 했지만, 사실 코르테즈 역시 한계에 다달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 잉카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이를테면 내전이 일어나지 않은 시기에 피사로가 도착해서, 황제를 사로잡지 못하고 잉카의 수도에 대한 공성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그랬다면 피사로는 코르테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의 전술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는 별로 보이지 않는 만큼, 실패했을 가능성이 꽤 높지요. 그랬다면 세계의 역사는 꽤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