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블로그에 썼던 얘기를 조금 다듬고 나서 여기에 올립니다.
헤일로 : 크립텀과 헤일로 : 프라이모디움. 이 두 소설을 읽으면서 제목에 나타난 추측을 합니다. 선각자 구조물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는 <'선각자'와 이 종족이 흡수한 '다른 종족'이 들어간다>입니다. 생명체가 어떤 원리와 과정으로 건축물의 재료로
되는 지는 자세히 알 도리가 없지만요. 소설을 읽으면서, 유튜브에서 본 헤일로 게임의 시네마틱 동영상을 본 기억을 교차하면서
서투르게 추측할 뿐입니다. 맞기를 바라지만, 안맞을 확률이 더 높겠고요.
"우리가 플러드이며, 플러드가 곧 우리다."
헤일로 : 프라이모디움의 359 쪽에서 최후의 선각자로 자처하는 '프라이모디얼'이 다이드액트와 대화하면서 한 이 구절을 인용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인용하는 판본은 에른스트님이 옮기신 우리말 번역본입니다. 이 문구에서 선각자와 플러드는 동일 종족으로 규정합니다. 확실하게 말입니다. 인류와 선조를 비롯한
선각자의 피조물이 쉽게 감염되는 추측은 나중에 적고요. 그러면서, 선각자는 계승자 후보로 점찍어둔 종족이 자격 없다고 판단하면 멸종시키는데 플러드로 멸종 대상이 된 피조물을 남김없이 감염시킨다고 짐작합니다. 다른 방책도 같이 쓰겠고요.
선각자는 플러드로 멸종을 시킨 피조물을 흡수한 뒤에 재활용을 할 텝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선각자 구조물을 제작하는 일입니다. 이런 추측을 하는 근거 중 하나를 헤일로 크립텀에서 찾습니다. 103 쪽에서는 별빛내기가 다이드액트에게 이 말을 합니다. "기본 원리는 신경물리학이라고 하죠." 이 인용만으로 충분치 않아 보이니까 다른 인용 하나를 더합니다. "선각자는 수호자의 의무가 우주 전역에 걸쳐 있다고 보았죠. 생물은 물론 에너지와 물질에도 두루 미친다고...... 일각에서들 그러죠. 우주도 살아 있기는 하지만, 그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거죠."
앞문단에 했던 이 두 인용에서 저는 헤일로가 선각자 구조물을 파괴하는 내막을 헤아립니다. 헤일로는 지성체에 기생하는 플러드와 숙주가 되는 지성체를 파괴하는 에너지를 내뿜습니다. 오늘날에 쓰는 무기에 비유하면, 헤일로는 중성자탄에 해당합니다. 폭탄이 터지는 대신, 크나큰 원형 구조물에서 막
대한 에너지를 방출하지만요. 위력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점도 감안해야 하고요. 어찌됬든, 지성생명체가 아닌 물체는 타격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차룸 하코르가 속한 성계에 있는 거의 모든 선각자 구조물이 헤일로가 내뿜는 에너지에 불에 탄 듯 증발했으니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선각자의 유물은 영원토록 변치 않아요.우리가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를 영원토록 깨우쳐주는 것이 바로 선각자의 유물이잖아요."
103 쪽의 맞은 편인 102 쪽에서 별빛내기가 했던 이 말을 인용합니다. 헤일로 : 크립텀에 나타난 묘사를 설명하면 선각가
구조물은 수백만 년에 걸친 아늑한 세월에도 심지어는 지각 변동으로 땅에 뭍혔다 튀어나와도 흠도 가지 않을 정도로 내구력이 아주
견고합니다. 인용문에서는 유물로 나왔으나 저는 구조물이나 건축물이 나은 표현으로 생각합니다. 구조물이 건축물에 비해 범위가
넓으테니까 여기에서는 구조물로 통틀고요.
은하계를 지배한 선조조차 경이롭게 바랄 정도로 오랫동안 버텨낸 선각자 구조물이 앞서 얘기한 대로 생물체처럼 헤일로에 취약합니다.
그러니까 생물체로
선각자 구조물을 구성했다는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동영상에서는 보았던 여러 장면 때문에 이 의문이 더욱 확신처럼 굳게 되고요.
플러드에 감염된 전함이나 건물을 보면서 거기에 달라붙은 플러드를 이렇게 바라봅니다. <색깔이 이상한 시멘트가 붙었는데
아직은 마르지 않는 상태처럼 보인다>입니다. 헤일로 4에 나타난 동영상 중에는 이런 감상이 잘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있고요.
플러드에 감염된 선조 주거 행성이 고대 인류 함대의 정화 공격을 받기 직전에 플러드
유기체가 선조 건물 하나를 뒤집어쓰려하듯이 다가온 모습입니다. 이 예시를 들면서, 플러드로 피조물을 흡수한 선각자는
어떤
경화 과정으로 선각자 구조물을 만드냐는 의문을 계속 품습니다. 이 경우는 선각자가 인류의 적으로 확실하게 등장하는 지점에서야
풀릴 거다고 생각하며 기다립니다.
선각자 구조물은 플러드로 융합된 선각자와 피조물이 어떤 경화 과정을 거치면서 굳어버린 콘크리트처럼 된 것이다. 이렇게 추론하면서 이번 얘기를 끝내렵니다. 그러기 전에 쓰는 도중에 살짝 언급했던 다른 추정을 적습니다. 선조든, 인류든, 상헬리든, 산시움이든. 은하계에 있는 모든 지적 생명체는 선각자가 창조했다는 추론입니다. 그것도 '선각자의 유전자'가 토대가 되면서 말입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온 엔지니어처럼 선각자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나온 유전자를 재구성한 종족이 우리 은하계의 여러 지적 생명체로 짐작합니다. 유전자에서부터 선각자가 토대가 되니까 은하계에 있는 어느 종족이든 선각자의 일그러진 모습인 플러드에 감염되는 육체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합니다. 생명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요. 헤일로 : 프라이모디움의 361쪽에서 이 문단에 딱맞을 인용문을 찾았습니다. 이를 올리면서 이번 얘기를 끝냅니다.
'면역도, 치료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투쟁과 굴복의 양극단만이 있을 뿐. 어찌되건 결국 프라이모디얼은 자신의 목적을 이룰 것이니라. 이렇게 우리는 창조주를 만나 원하는 해답을 들었으니, 이것이 곧 우리에게 내려진 저주로다.
엉뚱한 이야기1) 고대 인류와 산시움이 애완동물로 키웠던 페루마저도 선각자의 창조물로 추측합니다. 이 경우 만큼은 억측이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이 변수가 없으면 얘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만만치 않습니다.
엉뚱한 이야기2) 헤일로 : 프라이모디움에 나타난 프라이모디얼이 했던 "내가 속한 무리에서 최후일 뿐"을 초월번역으로 치켜세웁니다. 원본에 깃든 의미를 우리말의 운율에 잘 맞추어 나타냈으니까요. 그러면서, 선각자는 선조처럼 여러 계층으로 이루어졌으며 각기 외모는 달랐다는 추측을 같이 합니다. 세월에 따라 헝태를 바꿨다는 짐작도 같이 합니다. 그리고, 별빛내기를 통해 되살아난 다이드액트가 없애버린 프라이모디얼을 이런 존재로 짐작합니다. 선각자가 멸족시켰던 어느 종족의 유전자와 형태를 보존한 '마지막 표본'으로 말입니다. 크기가 아주 크니까 그레이브마인드처럼 여러 감염체를 집합한 존재로 여기면서요.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
전 우주, 즉 시공간 자체를 하나의 신경계를 가진 생명체라 보고 그에다 명령을 내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선각자들의 뉴럴피직스를 선조들이 비유적으로 표현한거였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