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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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로더는 하역 작업을 하는데도 왜 후진 경고음이 없을까요]
물류 창고나 하역장에 쓰이는 차량은 대부분 후진 경보가 있습니다. 소형 전기 지게차부터 5톤 화물 트럭까지, 차가 뒤로 이동할 때 삑삑 거리며 경고음을 냅니다. 운전자가 혹시 못 볼 수도 있으므로 차량 뒤에 있는 사람은 비키라는 뜻입니다. 이게 필요한 까닭은 창고나 하역장이 그만큼 좁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이쪽 업무를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한창 물건이 들어올 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크고 작은 화물이 여기저기 마구 쌓이고, 사람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검수/검품하느라 난리치고, 그 와중에 온갖 차량들이 운송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죠. 따로 교통정리를 하거나 관제해줄 사람도 없고, 운전자도 화물에만 몰두합니다. 그러니 하역 차량이라면 당연히 후진 경고음이 필수적이며, 창고에서 며칠 일하다 보면 삑삑~ 거리는 소리가 귀에 박힐 정도입니다. 간혹 딸랑이나 종소리도 있긴 한데, 역시 경보가 목적이므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에일리언 시리즈에 나오는 파워 로더 때문입니다. 파워 로더는 강화복 형태의 적재기, 그러니까 짐 싣는 일을 합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소형 지게차의 강화복 버전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팔이 있으니 원하는 곳에 정확히 화물을 내려놓을 수 있고, 다리가 달려서 바퀴로 가지 못하는 좁은 틈이나 계단도 갈 수 있고요. 여러 모로 쓸모 있는 물건이고, 파워 로더가 실제로 나오면 물류 환경도 한층 개선될 여지가 높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엄연히 하역 차량에 속하므로 후진 경고음이 있어야 할 텐데… 흠, 막상 2편 영화를 보면 뒤로 이동할 때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강하선에 미사일을 싣는 장면에서 파워 로더는 후진하며 “후방 주의(Clear Behind)!”라는 대사를 할 뿐, 기계 자체는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아요. 이는 리플리가 조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왕 에일리언과 싸울 때야 후진 경고음이 방해되니까 껐을 수도 있습니다만. 선적 작업에서도 소리가 안 나온 걸 보면, 아예 그런 기능이 없는 모양입니다.
파워 로더가 하역 차량임에도 경보가 없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쉬운 대답은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이 까먹었다는 겁니다. 아무리 디테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사소한 기능까지 일일이 챙기지는 못했던 겁니다. 어쩌면 그 당시의 지게차나 화물 차량에는 후진 경고음이 없었는지도 모르죠. 파워 로더는 속도가 느리므로 후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 볼만 하고요. 지게차나 화물 트럭과 달리 파워 로더는 다리를 천천히 떼는 방식이므로 누가 부딪혀도 다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 발을 밟는다면 엄청난 사고겠지만.
혹은 머리 위에 경광등이 항상 돌아가니까 따로 소리를 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뭔가 번쩍거리는 게 다가오면 누구나 한 번쯤 그쪽으로 눈이 가게 마련이니까 굳이 삑삑~ 거릴 필요가 없죠. 물류 현장은 대개 시끄럽기 마련이므로 경고음보다 경광등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경광등을 사용하는 하역 차량의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우주 진출까지 하는 미래 세계라면 다를 수도 있겠죠. (참고로 저 경광등은 싸우는 상대의 시각을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여왕 에일리언은 별 영향을 안 받은 듯하지만.)
무슨 이유가 되었든 간에 언젠가 정말 파워 로더가 실제로 쓰이는 걸 봤으면 싶네요. 외골격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니, 근미래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혹시 누가 아나요. 실제 파워 로더도 후진 경고음이
없을지도.
후방시야가 좋아서 경고음이 없...다고 하면 좋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백미러도 없는 물건이군요. 미래니까 후방 감지 센서가 있어서 조종사에게 경고를 해준다고 칩시다. (?)
일단 파워로더 움직임 특성상 후진을 할 지 미리 예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지 않을까합니다.
사람이 몸을 움직이는 것을 기반으로 따라가는 애인지라 단순히 발이 뒤로 향한다는 것만으로 후진경고를 주기에는
뭐랄까 경고가 좀 무색하지 않을까요 ?
ps. 포크레인 생각하면 어떨까요 ? 얘네도 분명 앞뒤로 움직이며 작업하지만 따로 후진 경고를 주진 않고 있죠.
대신 뒤쪽에 커다랗게 경고문만 하나 걸려있고요.
'작업 반경 내 접근 금지'
법규가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설정도 가능할지도요.
에이리언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파워 로더가 상업용으로 쓰이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현실의 안전규정이 현장에 도입되는 기술에 한창 무르익을때 겨우 따라 가는 상황이니까요. 파워 로더의 제작사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 안전장비를 들이는건 원가상승 요인이 될테고..
당장 같은 자동차만 해도 자동차도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고 디파워드 에어백만 넣고, 미국 수출용은 어드밴스트 에어백 넣어주니까요..
혹은 군대 납품용은 소음발생을 이유로 소리를 꺼놓는다던가..
일본만해도 100인가 110 인가 이상 내면 자동차 내부에서 띵띵 소리가 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용자들이 그 소리를 끊어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