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까지만 해도 그런쪽에 꽤 관심이 있었다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차 줄어들긴 했지만(규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는 엉뚱하게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꼭 필요한 통제에는 오히려 무관심한 학교 생활을 경험하면서)


군입대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애국이나 국가주의관에 대해서 관심이 어느정도 있었는데.....군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애국이나 국가주의관, 민족주의적 사고관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더니 전역 이후에는 아예 그쪽이 회의주의적이 되고, 아나키즘 비슷한 성향으로 되더라고요. 물론 무정부주의는 결코 아닙니다. 통합 통제 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하되 그것이 부정적으로 나타날수 있는것에 대해는 반대하는, 일종의 무강권주의나 무권위주의 정도?


저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요즘 사회는 통제와 조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관하고, 개개인에게 위임해도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엉뚱하게 통제하는것 같습니다.


비약이 심한지 모르겠지만, 제 중고교 시절을 되돌아보기만 해도 선생님들이 양아치들 잡는거에 대해서는 생각외로 너무 비적극이고, 오히려 쓸데없이 판타지 소설 탄압하는거에는 적극적이었죠. 뭐 양판소 꼬라지를 보면 그럴만도 하긴 하지만....양판소 읽는다고 해서 남에게 피해를 준것도 아니고 참.....


군생활 할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은 거창하게 조국, 민족, 애국, 이런것들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 그걸 위해서 입영하여 대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막말로 김일성 일가의 무모한 욕심과 타락, 주변국들의 이익문제, 당시 국내 정치인들의 갈등 등의 문제로 생긴 문제인데 과연 군생활을 하면서 애국, 민족 같은 마음이 나올 수 있을까 복무 내내 회의적이었고, 거기에 아주 기가막히게 때를 잘 맞춰서 겹친것이...군생활 내부 구성원들의 갈등이었죠. 겉으로는 서로 마찰생기기 싫어서 껄껄대면서도 뒤돌아대면 서로를 무슨 상품마냥 평가하기 바쁘고, 뒤에서 욕하기 바쁩니다. 부끄럽게도 저도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지만 최소한 물심양면으로 대해준 사람에게는 그러지는 않았는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제와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민족주의나 애국이라는 틀로 묶는건 점차 희석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책을 다시 들춰보면서 생각해봐도 그래요. 구석기 시대나 고대 사회에 무슨 민족주의나 애국심 같은게 있었습니까?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기도 바빴겠죠. 그러다가 집단이 커지면서, 지배계층이 통치를 좀더 원활하기 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을 묶을 수단을 연구하다 보니 그런 개념이 생긴거겠죠. 당장 한국인들 기원을 따져봐도 북방계와 남방계가 섞여있고,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자체가 허상인데요 뭐. 물론 문화적인 측면으로 따진다면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맞겠지만 유전 구조로 따진다면 말이 안되는 소리죠.


독신으로 살겠다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 착한 사람도 동성애자면 돌을 맞을지도 모르는 사회(개인적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별 관심도 없고 동성애자도 똑같이 결혼하고 입양할 권리가 주어지는거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홍석천 같이 사람좋은 인물이 오랫동안 그렇게 욕먹은것을 보면 참 씁쓸합니다), 조금이라도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면 운신하기 어려운 사회, 가장 관용적이고 사람들을 위해야 하는 특정 종교인들(프로테스탄트 계열)이 오히려 불신지옥을 외치며 폐쇄적인 사회.....이런 환경에서 무슨 애국이고, 무신 민족주의라는건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막말로 출생국가는 러시안 룰렛 하듯이 철저하게 랜덤으로 태어난거지 뭐 자기가 좋아서, 번지르르한 운명론에 입각해서 태어난것도 아니죠. 70년대 마냥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 암송하는 것도 아니고....(부모님 말씀 들어보니까 그 시절에는 저걸 암송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벌받았다죠 아마?)


쓸데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지금은 스토리가 엉망이 되서 관심이 좀 적어지긴 했으나, 한때 어썌신크리드에 심취했던 이유가, 이 게임의 집단인 암살단의 신조 한마디가 정말 가슴에 와닿아서 그런것도 있었습니다.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이 내용의 해석은 어썌신크리드 레벨레이션에서 노년이 된 에지오가 잘 해석해줬죠.


에지오 : 이건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에 더 가깝소.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며"의 뜻은 문명 사회구조가 붕괴하기 쉽다는 걸 깨달아야 하기에 우리가 스스로 문명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의 뜻은 우리가 우리 행동의 설계자임을 이해해야 되기에 결과가 영광이든 비극이든 그것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오.


별거 없는 게임 스토리에 불과하고, 남들이 보면 웃음거리 수준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작 필요한 것에는 방임하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야 할 문제에서는 통제하고 묶으려 하며 허상일지도 모르는것에 얽매이는것에 대해서 통렬하게 비판하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막상 적어보니까 횡성수설 뭔 소리하는지도 모르겠고....밤중에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 한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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