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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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땅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숙제이자 영원한 딜레마라면,
어디에서 살 것인가 - 주거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상적인 거주 환경이라면 최소한 직장에 1시간 내에 대중교통 출퇴근이 가능해야 하고,
장 보고 병원 가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 여건이 왠만큼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신혼 초에는 단 둘이 살기 때문에 집이 작고 단출하더라도 나름 잘 지낼 수 있지만
아이를 하나 둘 낳고 또 그 아이들이 자라나게 되면 여러 사람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맞추어 쾌적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집이라는 것이 전세나 구입의 경우에는 억단위를 넘어가는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제 여건으로는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닌데다가...
자칫 무리해서 빚이라도 지게 되는 날이면 상당히 오랜 기간 빚에서 헤어나기 힘들게 됩니다.
본래 빚이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월세보다는 전세 쪽이 세입자 입장에서 상당히 유리합니다.
자산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따로 다달이 집세를 내지 않고도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궁극적으로 계속 자산을 증식시켜가다가 결국 자기 자신의 집을 사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한국에서는 전세를 통해 계속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빚입니다.
무리하게 빚으로 전세자금을 융통하면 이자을 갚아나가는 부담이 발생하고,
한 번 빚으로 마련한 목돈으로 전세를 얻어서 넓은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왠만해서는 그 빚에서 완전히 탈출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빚으로 주택으로 구매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까지 자산 증식의 비결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무럭무럭 경제력을 갖추면서 집을 사들이는 새로운 고객이 된다면 집값이 계속 오르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 당시부터 빚으로 등록금을 내느라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습니다.
게다가 더 장기적으로 보면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젊은 인구의 유입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을 사 줄 수요 자체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고.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 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빚으로 집을 사들인다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월세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수요자는 목돈 없이 살 집을 구할 수 있는 월세가 유리한 셈이고,
집주인 역시 집 값이 오르기를 기다려서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해진 이상
월세를 받아서 쏠쏠하게 생활자금에 보태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기 때문에
수요자도 공급자도 모두 월세를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죠.
2.
현실적인 선택지로 주택 시장에서 대세가 되어가는 월세가
과연 서민들에게 그렇게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매우매우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월세는 서민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불리하고 말구요.
대략 꾸준히 연봉 3~4천 정도 받는 가정이 있다고 칩시다.
이 정도가 우리나라 서민 가장들의 일반적인 연봉으로 보는 게 적당합니다.
대략 중견기업 부장급 이상이면 5~6천은 받지만 과장 이하라면 그 이상 급여는 어렵죠.
잘 나가는 대기업 차부장급의 억대 역봉이나 외국계 컨설팅 펌의 연봉은 서민과 별 상관없습니다.
매달 세금과 기본 공제 외에 순수하게 월 300 내외의 수입만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매달 50~80만 사이의 월세가 빠져나간다면... 생활이 빠듯해 집니다.
무려 월세가 수입의 1/3을 넘기게 되면, 저축은 거의 꿈도 꾸기 어렵게 되죠.
수도권에서 지하철이 가깝고 서울 출퇴근이 1시간 안쪽인 지역은
대개 월세가 기본적으로 70만원 이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은 차이가 꽤 있지만, 월세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있죠.
하지만 매달 나가는 월세가 70만원을 넘어가는 그 순간,
서민 가정이 매달 순수하게 저축할 수 있는 액수는 많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월세가 되었든 빚에 의한 이자 부담이 되었든 하여간에,
주거 문제로 매달 나가는 돈이 수입의 1/3에 육박하면 건실하게 저축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자산 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급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빚을 지게 되고,
한 번 진 빚을 청산하지 못하여 계속적으로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죠.
3.
사람 인생에서 착실히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시기는 무척 짧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대략 나이 30~50까지 정도까지 불과 20 여년 밖에 안되죠.
실력만 있으면 어디서든 취업해서 일 할 수 있는 시기는 딱 20년 정도입니다.
이렇게 나이 30~50까지가 돈을 부지런히 벌고 모을 수 있는 가장 적정한 시기이고,
나이 50이 넘어가면 자녀들 부양도 겨우겨우이고 벌이보다 쓰는 게 더 많아집니다.
월세가 크거나 빚에 의한 이자가 너무 크면 돈을 모을 수가 없습니다.
젊은 시절 착실하게 자산을 불리지 못하면 미래의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자산 축적 없이 수입에 맞춰서 하루하루를 살다가 큰 일이 닥치면 금새 빚에 치이게 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빚에 짖눌린 채로 그렇게 젊은 시절 다 보내면 금새 50대가 됩니다.
황금같은 20년 동안 제대로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다면....
심지어 모은 자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당연히 매우 어려운 노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딴은 무엇보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는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옵니다.
신혼 살림을 들일 집을 마련할 때, 집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신혼집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정도면 됩니다 - 둘이 사는 데 별다른 가구는 필요 없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빚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빚을 지더라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죠.
되도록 월세든 빚으로 나가는 이자든 매달 그냥 나가는 돈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매달 80만원을 월세로 낸다면, 1년에 1천만원의 저축을 남에게 안겨주는 셈입니다.
그 월 80만원을 자신의 것으로 해야 합니다.
돈을 모으는 것은 습관이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진작부터 정부가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것은,
부동산을 보유한 집주인 보호나 전세를 찾는 세입자의 보호라기보다
전세 들어간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월세를 살고 있는 더 어려운 세입자 보호 쪽입니다.
정말로 빠듯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경제적 취약 계층은 죄다 월세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정부도 언론도 관심을 갖는 것은 집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 뿐입니다.
전세 자금 대출은 "빚을 늘려 드리겠습니다"라는 말 밖에 안됩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되는 최악의 선택지라 할 수 있죠.
정부 안대로라면 전세 가격은 더욱 더 오르고 전세 세입자의 빚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은 전세 가격을 낮추고 전세 세입자의 빚을 줄이는 쪽이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이니 원...
그냥 전세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기고 그냥 놔 두는 것보다도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세 대책은 애당초 근본적인 게 나오기 어렵기도 하고 섣부른 정부 개입이 화를 키우는 판국이니 놓아두고,
오버마인드님 말씀대로 정부는 월세 제도를 정비하고 월세 세입자 지원 정책을 궁리하는 게 더 필요할 겁니다.
월세가 보편화되면, 집 가진 사람들은 매매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오로지 월세 받는 것에만 매달릴 테니까요.
전세나 빚얻어 큰집사는 게 가능한 이유는 집값이 게속 오른다는 믿음 때문이고
그건 우리나라 해방이후에 계속 이어져 온 분위기였죠.
이젠.. 그게 깨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깨지고 나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의 시대가 되겠죠.
빚 얻기 싫어서 결혼도 기피하고요.
방금 뉴스에 혼외자 출산이 크게 늘어났다는 걸 봤습니다.
아마도 앞으론 결혼도 기피하고 결혼 없이 애를 낳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그래서 요즘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죠.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 안 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결혼 해도 애 안 낳는 부부도 많아지고.
애가 사치품이 됐다는 게 정말 정확한 말 같습니다.
사실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으면 월세로 살아도 살아가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목돈 역시 애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더라도 기본은 맞벌이죠.
전세야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하에 가능했던 체제라서 수요 공급원리에 따르자면 언젠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거 같고요.
황금같은 20년 동안 제대로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사실 결혼 안 하는것만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은 없죠.
예전엔 차를 안 사는게 자산 축적의 최고 방안이었다면 요즘엔 결혼 안 하는게 자산 축적의 최고 방안인 거 같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유형의 자연(?)선택이 인류의 생태계에 자리잡은 거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학자금 대출 등으로 졸업, 사회 진출하면서 이미 빚있는 사람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빚없는 전세는 부모님이 여유가 있어서 도와주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죠. 그나마 직장이 있고 부모님 신용이 좋아서 전세금 1억을 대출 받았다고 치면 월 이자가 보통 50만원쯤 나가지 않나요?
우리나라가 아직 전세를 선호하는게 전세는 매달 50씩 내도 나중에 전세금 1억이 손에 남지만 월세는 매달 50씩 내도 나중에 남는게 없어서죠.
전세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던데, 이제 슬슬 정부나 기관도 월세 세입자를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할것 같습니다. 현재는 전세 세입자 보호에 치우쳐져 있는데다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세 살바에 돈 보태서 집사세요~ 라고 하는 판이라 전세도 못들어가는 월세 세입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