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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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라는 책' 에서 보면 무신론자라도 종교 의식이나 종교적 감정 등의 종교 요소들은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책에는 오귀스트 콩트가 인류의 위인들을 성인으로 한 '인류교' 라는 세속적인 종교를 시도 했던 얘기도 나오는 데, 이런 식으로 초자연적이지 않은 종교가 부흥할 수도 있을까요?
아마 여기 분들은 기성종교들 중 하나가 진리라서 실제로 인격적인 신 같은게 존재한다는 거에 부정적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설령 미래엔 그런 이유로 기성종교들이 쇠퇴한다 하더라도 초자연적이지 않은 종교가 부흥한다면 종교가 다시 살아날 수 있죠.
그런 종교들을 대강 생각해본다면, 단순하게는 환경보호주의나 채식주의 같은 단순한 이념을 신이 없는 유사종교로 발전 시킬 수도 있을겁니다. 은하나 양자에 대해 종교적 감정을 느끼게 될 만도 합니다. 옛날에 시도됐다던 '인류교' 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제가 정말 흥미롭게 느끼는건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 입니다. 가이아 이론 처럼 지구 자체가 하나의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테크늄 이론 처럼 기술 시스템 자체가 의지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존재들은 초월적이라는 의미에서, 해석하기에 따라 충분히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 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신들에게 나름의 방법으로 경배를 드리고 의사소통을 하는 그런 종교가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과연 이런 초자연적이지 않은 종교는 앞으로 어떻게 될 수 있을까요?
조금 다른 사례겠지만, SF 작품 속에서는 '과학 종교'라는게 자주 등장합니다.
과학을 학문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일부 사람들이 과학의 비밀(신비?)을 독점하고 마치 종교처럼 포장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사례인데, 이러한 형태의 종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지요. 다만 교육이 보급될수록 그것이 '신비한 힘'이 아니라는게 드러나게 마련일 것입니다.
한편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을 믿는 종교라는 건 세계 5대 종교 중 하나인 불교 같은 것이 이미 존재합니다. 불교에서 '부처'를 모신다고 하지만, 사실 부처는 깨달은 자이지 신이 아니거든요. 물론 일반 대중으로서는 이걸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힘을 가진 유일신 종교가 아니라면 중국의 도교나 일본의 신토, 한국의 무속신앙 같은 것도 있습니다. 인구 비례로 보면 도교는 세계 1위의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문화혁명 기간을 거치면서도 중국인 상당 수는 '도교'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않았고요.
게다가 무속신앙이나 신토는 널리보면 도교에서 발전했다고도 볼 수 있으니 엄청난 규모죠.
여기서 등장하는 신들이나 신선은 비록 유일무이한 절대신은 아닐지라도 일단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도교, 무속신앙, 신토의 신들은 본래 신이 아니었던 존재들이 대부분입니다. 대개는 '사람'에서 시작하여 신선이 되고 신이 된 이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유일신 종교와는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는 책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 논쟁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 때 했던 말을 가져와보겠습니다.
저 책 쓴 사람 입장에서 종교가 어쩌고 하는건 서구의 아브라함계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를 뜻할텐데, 기독교의 효과라고 해봐야 권위주의와 무지에의 호소, 사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사람을 쥐었다 폈다 하는건데 그딴건 살릴 필요가 없죠. 중간에 예술이 어쩌고 하는 소리도 나왔는데, 예술을 굳이 종교와 연관시키지 않아도 무관할테고요.
집단을 구성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집단 내부의 규율을 통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굳이 종교일 필요가 없고요. 종교의 좋은점을 왜 굳이 살려야된다고 해야되는지 이해가 안가는군요.
'무신론의 사원을 지어 종교의 기능적인 부분을 수용하여 인간을 회복하겠다'는 것 자체가 오개념이죠. 종교의 기능적인 부분이 없으면 인간성의 회복이 불가능한 것마냥 말하고 있는데, 애초에 종교의 부재로 인한 인간성의 손실이 있기는 한가요?
'무신론자는 종교가 없어서 인간성이 쓰레기예요'라는 말이랑 차이점을 못느끼겠습니다.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이라고 해도 그것이 실존한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떠한 개념이나 사물을 신으로 두어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으로 지정한다면, 그건 단순히 토테미즘 같은 원시종교에 불과하죠.
더군다나 그런 것을 인격화하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굳이 새로운 종교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지금은 신화로 불리는 그리스의 신앙체계를 부활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더군다나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이라고 해봐야 달라질 건 없습니다.
모든 종교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기복신앙으로 변질됩니다.
저는 여기에서 '모든'과 '무조건'이라는 표현으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을 명백히 표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부 기복신앙이 되는거죠.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을 숭배하는 종교라는 것도 결국 기존 신앙들과 마찬가지가 될겁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가 된다는 거죠.
실존했던 위인들을 성인으로 지정한 인류교? 마찬가지가 됩니다. 카톨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실테죠?
'뉴턴님, 제발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치게 해주세요!', '아인슈타인님이시여, 잠시만 시공간을 조종하여 제가 9시 이전에 출근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맥스웰님이시여, 부디 이 먹통이 된 컴퓨터가 이 기도가 끝난 뒤에 버튼을 누르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주시옵소서!'
이렇게 될게 뻔하죠. 아니면 '공자님이시여, 우리 아들이 유교사상에 따라 착하게 잘 크게 도와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든지요.
무엇보다도,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왜 그래야 하는가?' 의문스럽습니다.
뭐하러 숭배해야되나요?
맞습니다. 종교의 본질은 결국 나약한 인간을 돌봐주십사하고 더 강한 존재에게 기대는거죠. 물론 종교인들중에 훌륭하신분들이 많지만, 자기자신의 힘보다 더 강한 힘에 기댄다는점은 피할수없는 관점이네요.(물론 이분들은 자신의 힘으로 한거라고 무신론자등 일반인은 보겠지만 종교인이라면 그걸 자신이 믿는 종교의 힘으로 돌리겠지요.)
제생각에 비종교인의 문제는 자신의 힘을 과신한나머지 극단적 이기주의로 갈수있다는점입니다. 종교라는 잣대가 없이 단순히 도덕적인 관점만을 본다면, 타인보다 우월한 자신에대해 이기적인 사고방식으로 될가능성은 다분합니다.(엘리트주의)
이런저런이유로, 그런 관점에서 종교의 역할중 하나는 약한 사람들이 기댈수있는 안전장치라는것에 분명하지만, 충분히 강한 사람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것이라고도 할수있을것입니다. 종교는 개인주의라기 보다 사회주의에 가까운 형태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그 본질적인 모습에서 변질되고 사회적영향력도 미약한 종교가 많다는것이지만, 이것은 종교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문제라고 해야겠죠.
아무튼, 아인슈타인님 뭐해주세요 하고 비는 종교는 실현가능성이 낮을것같습니다.
과학자를 숭배하면서 그런 비이성적인 종교활동을 할거 같진 않거든요.
옛날과 달리 이제 사람들이 머리가 굵어서 종교를 맹신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거 같은기분이 들기도하고.. -ㅁ-;;
어쨌건 종교인인데도 종교에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가질수밖에 없는것은 어쩔수없네요.
그냥 맹신이 아닌 분들은 당연히 저와같은 생각이 아닐런지?
kabbala 님, 표도기 님, 네드리 님. 리플 잘 봤습니다. 확실히 저는 유교나 도교는 생각 못했는데, 이미 초자연적이지 않은 종교가 있다고 할수 있겠네요.
반면에 말씀하셨던 다신교, 불교, 무속신앙, 신선, 외계인 등은 어떻게든 초자연적인 것이나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 들어가기에 다른 종교와 다를게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유교 등을 인정하더라도 앞으로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 의 개념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질문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HERON 님에게. 뭣때문에 종교가 필요한가? 라고 한다면 전 어찌됐든 인간에게 종교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제 생각에 HERON 님은 종교의 근본을 기복신앙이나 권위주의 같은 것으로 보고 있으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거라고 봅니다. 만약 초자연적인 현상을 아예 배재한 종교가 있다면 그 종교는 기복신앙으로 흘러갈 수가 없겠죠. 기도를 해서 누군가가 들어주는 일은 초자연적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기복신앙도 번개나 돌에 무언가가 깃들어있다거나 의지가 있다는 초자연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초자연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초자연적이지 않은 신, 예를들어 기술 시스템이 독자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아가 기술 시스템을 숭배하는 종교로 발전한다면, 그 종교에서 '기도' 란 연구개발이나 혹은 기술의 생식기관인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끼칠 운동, 캠페인이 될 법도 합니다. 가이아 이론에서 발전한 종교라면 이산화탄소 흡수 기구를 만든다는 생태계에 영양을 주는 일이 그 종교에서는 신과의 의사소통이 되겠죠.
초자연현상을 아예 배제하는 종교가 있다면, 기복신앙으로 흘러가지 않는게 아니라 초자연현상과 결부됩니다.
유교에서 제사가 원래 조상을 공경하기 위한 절차였으나, 괴력난신을 논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상신에게 자손들을 잘 보살펴달라고 하는' 절차로 변형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만약에 초자연현상도 배제하고 기복신앙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종교는 그냥 사라집니다.
믿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기술 시스템을 숭배하는 종교에다 연구활동을 기도로 행하는 종교라 하면 워해머40k의 기계교를 연상시키는데, 기계교도 머신 스피릿이라는 초자연적 현상 때문에 유지됩니다.
애초에 종교적 행위 없이 잘 굴러가는데, 굳이 종교를 뒤집어 씌울 필요는 없죠.
인간에게 종교를 가지고 싶은 욕구는 없습니다.
통계청 자료만 봐도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46.48%가 종교가 없죠.
종교는 관습의 일종이지 본능적 욕구가 아닙니다.
그럼 한번 더 Heron님의 의견을 정리해 보고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이런 종교는 믿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
- 이 문제는 사람에게 종교적 욕구가 있나 없나로 결정되겠죠. 그런 욕구 자체가 있다면 이런 종교는 무신론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에게는 기복신앙이나 공동체소속욕을 제외하고서, 순수하게 경외감/숭배/복종/거대한 것 에 대한 욕구가 있는가? 사실 저는 이 문제가 당연하다고 느껴왔고 몇몇 구절에서 본 기억도 나는데, 자료를 찾기는 힘드네요.
2. 이런 종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가?
- 물론 신자의 마음가짐, 감정의 차이가 가장 클 겁니다. 이것 역시 종교적 욕구가 있느냐 없느냐 문제이기도 하죠. 사실 저는 종교란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번 실제적인 차이가 뭐가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예를들어 어떤 존재를 신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그 신의 의지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게 좋은건지는 떠나서 말입니다. '진화론에 따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지 말고 제거해야 한다!' 같은 말이 어느정도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진화의 힘이란 원래부터 많이 의인화 되던 존재이기도 하고요.
3. 이런 종교는 변질되지 않을 것인가?
- 말씀하신 공자처럼 종교의 창시자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부정하기로 못박기야 쉽지만, 변질되지 않을지는 확실히 모르겠네요. 어떤 종교든 변질될 경향이 있다는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동안 쌓인 역사적 종교 경험이나 미디어의 발달 등이 어쩌면 다른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봅니다.
제 생각엔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초자연적인 유일신을 믿는 것은 조로아스터교의 전통을 이은 서구 기독교로서 인류사적으로 아주 특수한 경우인 것이고, 나머지 99.99%의 인류 역사에서는 그런 배타적인 진리나 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즉 인류의 자연스러운 전통은 초자연적이지 않은 생활 속의 종교인 것입니다.
스파게티 괴물 같은 것도 유일신교의 반동일 뿐이지, 실제 인류의 종교를 깊이있게 성찰하지 않은 것이죠.
우리 문화의 경우도 유교(儒敎)라는 초자연적이지 않은 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지금도 이어지지요. 그래서 근대 들어 서양인들이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신을 믿지 않는데 어떻게 문화를 유지하느냐고 매도하기도 했는데, 역시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을 남들에게 투영한 것이었던 것일 뿐이고, 실제 생활에서도 유일신을 믿지 않아도 윤리적,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지요.
반대로 보면 기독교로 대표되는 유일신교의 경우, 신과 인간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가 없습니다. 즉 인간은 생활에서 신의 음성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몇몇 종파에서처럼 조용히 앉아있는 거 밖에 종교행위를 할게 없습니다. 즉 유일신교의 종교 생활에서 얻는 풍성한 문화와 인간관계의 즐거움은 기존의 다른 종교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