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기후입니다. 장마철에 무더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조금 심해졌지요.


  에어콘이나 선풍기 없이 가만히 있으면 순식간에 속옷이 땀에 절어서 축축해 지는 정도... 아니 거의 짜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아스팔트 열기로 가득한 길가에서는 더더욱. 정말로 옷을 짜는 상황에 이르죠.


  이렇게 되면, 면으로 된 옷의 장점이 뭔가 쇠퇴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입는 속옷. 이를테면 런닝 셔츠는 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면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특히 땀을 잘 흡수하죠. 그리고 바람이 통하면 땀이 증발하면서 열기를 날려줍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도 어지간한 정도여야죠. 땀이 많이 나기 시작하면 속옷이 땀에 젖어서 피부에 찰싹 달라붙게 되는데 기분이 영 찜찜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열기가 더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습도가 높다보니 땀이 거의 마르지 않고 결국 푹 젖은 속옷을 몸에 붙이고 있는 셈이 되지요. 문제는... 이 상태에서는 도리어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똑같이 더워도 사막과 열대는 상황이 다릅니다. 사막은 습기가 거의 없어서 땀이 잘 증발합니다. 그늘 밑에만 있으면 충분히 시원하기 때문에 옷을 어느 정도 두껍게 입는 것이 훨씬 좋지요. 반면 열대는 반대입니다. 옷을 많이 껴입을수록 더워지고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열대 지방의 원주민들은 (물론 그들을 연구하러 들어간 연구자들도) 옷을 거의 벗고 지내는 것입니다. 옷을 걸치더라도 한 겹 정도... 그것도 몸을 대부분 드러내는 형태로 입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흘러넘치는 땀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최근 면으로 된 속옷들이 정말로 힘들게 합니다. 런닝셔츠 위에 티셔츠를 입는데 그 런닝셔츠가 몸에 달라붙어서 축축하니 기분나쁘기 이를데 없습니다. 차라리 셔츠 하나만 걸치는 쪽이 통풍이 잘 되고 넉넉하니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좋더군요.


  물론 면으로 된 것이라도 트렁크처럼 넉넉한 구조면 좀 낫네요.


  결국엔 속옷만 입고 사는 느낌이 들어 버립니다. 반바지라고 입은게 넉넉한 트렁크(물론 안에 속옷은 입었습니다.^^)... 위에는 넉넉한 면 셔츠 한 벌만 입고 있으니... 면 속옷의 한계라기보다는 진화? 인 셈일까요?



  문득 생각해 봅니다. 이대로 대한민국의 날씨가 점점 아열대를 지나 열대로 넘어간다면 "하레와 구우"의 복장이 거의 표준이 되는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최근들어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고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이 경기가 안좋기 때문은 아니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런닝 셔츠 하나만 입고 다니는 일은 '동방 예의 지국'인 우리나라에선 당분간 있을 거 같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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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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