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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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어른이란 하나를 지키기위해 하나를 버려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가정이나 책임을 지키기 위해, 또는 생존하기위해 비굴해지거나 자신을 버릴수 밖에 없고 때로는 그때문에 한편으로는 강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홀로 버려진 한없이 약한 어린아이 같은 존재입니다. (아무도 도와줄수 없기때문이죠)
여기 세 타잎의 소년이 있읍니다. (소년병 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1. 전쟁터에 얼떨결에 로봇에 타게되었고 상황의 강요에 의해 그 로봇의 사용에 능숙해지고 전쟁터에 익숙해지는 소년
2. 앞뒤 상황은 모르고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로봇을 타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투를 하고 거기서 자신의 의지라는걸
느끼지만 그 의지의 생성마저도 조작된 상황하에서 생겼고 본인만 그것을 모르는 소년
3. 아프리카, 혹은 세상의 수많은 전쟁터에서 사람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억지로 총이 쥐어지고 진짜 목숨을부지하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한다는 어른의 세상(?)을 배우는 소년
세상의 많은 소년들은 조금은 긴 시간을 통해 부모와의 갈등(?)을 통해 조금씩 세상에 동화되어지고 비굴해져 갑니다만.....
위의 세 타잎의 소년은 부모와의 갈등을 겪을 시간도 없이 바로 세상의 진실(?)에 내동댕이 쳐 지는 경우이겠지요.
아마 위의 1, 2 의 소년은 그 과정중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춘기?, 혹은 중2병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급격하게 세상에 동화되는 과정
에서 1의 소년은 폐인이 되어버렸고 2의 소년은 어른이 되지 못하지요 (구판 : 소년인 상태에서의 세상의 종말, 신판 : 나이도 들지않고 15년이 흘러감-저는 일종의 자폐라고 생각합니다) , 3의 소년은 극소수만 생존하고 생존하더라고 계속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것 같더군요 ( 아프리카 소년병이었다가 상황이 나아져서 미국 대학교를 다니게된 사람이 쓴 책이 있습니다만...., 영화 태양의 제국도 비슷한 조건이지요)
소년에서 어른이 된다는것은 아름답거나 멋진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조금 긴시간에 걸쳐서 풍화가 되어지는 것과 비슷한것이려나요?
풍화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채 소년에서 바로 생명이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면 그 후유증은 심한것 같군요.
그런데 걱정은 나이로는 어른이라고 불리우는 저는 아직도 전장터의 소년병처럼 어설픔과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네요.
단지 어설프거나 두렵지 않은척 할뿐......
결국은 청소년 대상 작품들이 분화되어 나가면서 주제를 더 깊게 잡았을 뿐, 건담이건 에반게리온이건 그 뿌리는 마징가 제트와 같은 슈퍼로봇물이고 이는 청소년 주인공이 세상을 구한다는 해당 연령층 대상 영웅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의 한계가 있긴 하죠. 왜 준비도 훈련도 안된 애들을 목숨을 건 싸움터에 집어넣어야 하는가 하는, 그러면서도 그 이유에 대한 핵심은 빗겨갈 수밖에 없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아프리카의 소년병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거기서의 소년병들은 그저 지시만 맹목적으로 따르고 총만 들고 쏠 줄 알면 되는 총알받이에 불과하죠. 그 동네에서 소년병을 굴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병사들이 말 잘 듣고 다스리기 쉬운 아이로 남길 원하지, 어른이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주변 여건이 그걸 만드는 듯하군요. 어려도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면 어른스럽게 행동하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런 책임감이 없으면 그렇지 않고요. 게다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긴다고 해서 두려움을 초월하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까 봐, 그 누군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질 수 밖에 없겠죠. 요컨대 두려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식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어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무로는 많은 인간관계를 경험하면서 자제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죠.
그리고 동류(뉴타입)이 자기파괴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증명할 책임감도 갖추게 되었구요. 신지는 주변인들이
전부 무책임해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끝내 정신적인 성장을 못 이룬 걸로 보입니다만... 가끔 생
각하면 어른이 된 아무로와 샤아 등이 죽고, 신지의 아버지인 겐도처럼 꽉 막힌 어른이 나타난 건 그만큼 현실의 어른들이
애들한테 길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 상황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른이란 고난을 의연하게 견디고 주위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고난은 누구에게
나 찾아오는 것이지만 거기에 대처하는 모습에 따라 그 사람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1.번의 경우는 이제는 선라이즈 공식이라고 볼수 있을 만큼 대다수의 선라이즈 계열의 메카물 주인공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선라이즈 계열의 메카물의 영향은 토미노옹에게서 비롯 되었으니까요.<선라이즈의 대부분의 메카물에 토미노옹이 관여했다고 보셔도 무방할수도 있습니다.-물론 정확하게 구분하면 조금 차이는 있지만요>
슈퍼로봇대전으로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장르에 묶어 버리기 이전까지 선라이즈 계열의 로봇들은 나이고원작의 로봇들이나 혹은 당시에 유행하던 로봇들과는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순한 "도구"로써의 로봇의 존재이지요. 즉 이런 로봇들은 리얼로봇이라고 해서 당시에 일본에서도 좀더 세분화된 구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슈퍼로봇은 무엇이냐 하면 바로 열혈 근성을 지닌 주인공이
로봇을 단순한 기계 혹은 도구 취급을 하는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을 가진 '나까마.혹은 아이보' <동료>의 개념으로 취급하는 것이 차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사실 복잡하게 이것 저것 따질것이 아니라 이 2가지만 가지면 왠만한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은 구분이 됩니다.
그러면 슈퍼로봇의 대표적인 소년 가부토 코지와 리얼로봇의 대표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면, 전자의 경우는 열혈 근성으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 줍니다. 후자의 경우는 주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자기반성과 성장이지요.
아무로레이의 경우는 사이드7의 메카닉을 좋아하는 소년에서 1년전쟁의 전란에 휘말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통해서 나름대로 성장을 하고,<마틸다 야장같은 동경의 대상에서 라라슨 같은 첫사랑까지> 짧은 시간에 경험을 하면서 성장을 하는 캐릭터라고 볼수 있습니다. 즉 같은 소년병이라도 다른 캐릭터들과는 확실히 구분이 됩니다.
2의 경우 이까리 신지의 경우는 도무지 성장을 않하는 오타쿠와 같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아스카 말대로"바보신지"에서 요즘은 "민폐신지"라고 부른다지요. 다만 이까리 신지의 케이스는 1의 아무로와 같은 주변사람과의 만남이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나름대로의 성장을 하지만 여기 하나더 추가된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자포자기 입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의 아버지 겐도가 만들어 놓은 너무나도 높은 장벽 때문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신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순응도 해보고, 반항도 해도지만 언제나 결고는 최악으로 오니 이걸 정신적으로 감당을 할려면, 가부토코지 정도의 멘탈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하지요.
이건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캐릭터가 정상적으로 성장을 하는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쓰여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번의 케이스는 실제로 아프리카나 혹은 그밖의 분쟁지역에서 실존하는 소년병을 모델로 할수 있지만, 그냥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작품을 추출해 보면, <요르문간드-요나>, <시티헌터-사에바 료>,<풀메탈페닉-사가라 소스케>,<블랙라군-라비>정도를 들수 있습니다.
요르문간의 요나 같은 경우는 전형적인 소년병입니다. 그런데 작중에서 요나의 성장 정도를 이야기 하자면 "나는 무기상인과 여행을 떠났다.그리고 네버랜드로 돌아갔다."정도 입니다. 바로 퇴행성 성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요. 이는 코코라는 장벽이 만들어낸 이상향이
자신의 성장과는 상관없이 작용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티헌터의 사에바료의 경우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퇴행성 성장을 보여 줍니다. 바로 지나치게 "못고리"에 집착을하는 그의 행동은 거의 정상이 아니지요.
사가라소스케의 경우도 비슷한데, 뭐 다들 아시는 치도리가 다니는 학교입니다. 결코 평생 그 학교라는곳을 벗어나지 못할 녀석이라는 인상이 저 한테는 강합니다.
블랙라군의 라비는 뭐 다들 아시는 유년기부터 험한꼴을 너무 당해서 일찍부터 총질을하고 살인은 거의 밥먹듯이 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대체로 이 라비라는 캐릭터는 로아나프라를 떠나서는 숨조차 제대로 쉴지 의문인 캐릭터입니다. 물론 일본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평화로운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AREA88의 "카자마 신"과 비슷한 심리 상태로 보여집니다.
블랙라군 이야기가 나와서 하나더 추가하자면 바라라이카 역시 만만치 않다고 보여집니다. 올림픽에 나가서 단지 금메달을 확득하고,
가문의 이름을 빛내고 싶은것이 꿈이었던 소녀는 아프칸 기간병이라는 가혹한 환경에 처해지면서 점점 여전사로 거듭나더니, 아프칸에서 생환을 해서 돌아온 시점에서는 원망을 해야할 조국 "소비에트연방"자체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모텔모스크바라고 불리는 아프칸시절의 기간병 동료들과 광기뿐입니다. 물론 생계형 기간병집단으로 전락하면서 까지도 소비에트연방의 병사라는 자부심은 대단하지요.
사람의 성장에는 플러스(+)적인 성장도 존재하지만, 분명히 마이너스(-)적인 성장도 존재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까리 신지 처럼 이것저것 빼고나니 제로(0)더라 라는것도 있지요.
PS..1.2.3번 전부 공통적인 특징을 잡아 보자면 바로 힘<예전부터 슈퍼로봇=힘>을 얻었을때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그를 통해서 성장을 하는것이 겠지만, 그것이 항상 옳바른 길로 간다는 보장은 없으며, 혹은 옳은 일이라고 행한 일이 때로은 악행이 될수도 있습니다. 뭐 이것이 인생이겠지만요.
PS..슈퍼로봇이나 총이나 공통적으로 힘을 상징하는 도구들 입니다.
인간의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의 연결에서 잘 쓰는 걸 제외한 쓰지 않는 것들을 끊어버리는 거라죠.
그래서 더 빠르고 능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는 거라고 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하나를 얻는다는 건 하나, 혹은 수많은 것들을 포기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죠.
신지는 어른이 되더라도 꽤 삐뚫어진 어른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족력일지도 몰라요. 아빠가 꽤나 삐뚫어진 어른인 걸 보면 말이죠.)
전쟁터에서의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은 광기를 개방합니다.
625 참전 용사이신 백부님 말씀으론 소처럼 겁많고 순한 사람도 전쟁터에서
옆사람이 총맞고 피흘리며 쓰러지는 걸 보면 광기에 사로잡혀서 버서커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게 된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그 다음일 겁니다. 그렇게 열린 광기가 다시 제 자리를 찾아 가더라도
남은 상처는 쉬이 치유되지 않겠죠.
예전에 반지의 군주를 읽었을때 프로도가 다른 친구들을 두고 서역을 향해 떠나는 내용이 나오죠.
왜 그래야 할까 잘 이해는 안 갔습니다만, 그 누구보다 치열한 전쟁의 광기를 겪은 그로서는
떠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처받은 소년들이 마침내 안식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